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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1일 오전 취임식을 몇시간 앞두고 수원시 수일고등학교를 방문한 김상곤 경기교육감에게 학생들이 두발자유, 무상급식, 사교육 등에 대한 질문을 한 뒤 진지한 모습으로 답변을 듣고 있다.
 2010년 7월 1일 오전 취임식을 몇시간 앞두고 수원시 수일고등학교를 방문한 김상곤 경기교육감에게 학생들이 두발자유, 무상급식, 사교육 등에 대한 질문을 한 뒤 진지한 모습으로 답변을 듣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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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복지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국민의 요구를 수렴하여 사회경제적 지위에 상관없이 국가와 사회가 모든 사람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교육복지가 국가 운영의 중요 목표가 되어야 한다.

한국 헌법에는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가 명기되어 있으며, 의무교육을 무상교육으로 할 뿐만 아니라 평생교육도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할 권리,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 성별,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등을 이유로 차별 받지 않을 권리가 보장되어 있다. 교육복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는 사회적 기본권이다.

한국사회는 대학등록금이 연간 1000만 원이 넘고 천문학적인 사교육비를 부담하는데도 대학진학률이 80%를 넘는 대중적 공교육체제이다.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 생)의 경우 99.1%가 대학을 마칠 때까지 교육비를 부담하겠다고 할 정도로 고등교육이 일반화되었다.

하지만 진정한 국민의 교육권 실현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교육비를 개인이나 민간에 떠맡긴 결과,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학벌과 학력, 일자리가 좌우되는 왜곡된 공교육체제로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살인적인 교육비와 경쟁교육으로 학생과 학교가 서열화, 계층화되고, 사회적 일자리와 가난까지 되물림되는 불평등과 차별을 없애는 공교육체제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지난 지방선거와 서울시장 선거에서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혁신학교 의제는 국민에게 희망을 줬다. 진보교육감이 등장하면서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경쟁의 시장주의 교육정책 대신 새로운 진보적 교육개혁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라는 대학생들의 절실한 요구가 '반값 등록금'으로 분출되었고, 30, 40대의 절박한 교육비 경감 요구는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던 한나라당마저도 전문계고 무상교육과 만5세 유아교육의 공교육화와 영유아 무상교육 실시를 천명하게 만들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교육문제는 최우선적인 정책과제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에서는 교육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또한 새로운 교육의 청사진은 국민의 삶을 규정하는 주거, 건강 등의 보편적 복지와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공교육체제, 그리고 교육과 일자리(노동복지)가 연계된 명실상부한 복지체제로 제시되어야 한다.

세계 최고의 학부모 부담 공교육체제

보편적인 공교육체제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민간이나 개인에 부담시킨 공교육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한국의 전체 공교육비 중 학부모가 부담하는 비율은 OECD교육지표가 개발된 이후 11년째나 세계 최고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 비율(7.6%)은 OECD 평균(5.9%)보다 높으나 학부모 부담 비율은 OECD 평균보다 초중등교육은 2.5배 이상, 고등교육은 4배 이상 높다.

2009년 6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여의도연구소 주최로 열린 `중산층 서민경제 위협하는 사교육과의 전쟁 어떻게 이길 것인가?' 토론회 모습.
 2009년 6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여의도연구소 주최로 열린 `중산층 서민경제 위협하는 사교육과의 전쟁 어떻게 이길 것인가?' 토론회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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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점 교육복지라고 할 수 있는 유아교육(3~5세)의 경우 유럽 대부분 국가들은 학부모 부담이 13%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한국은 50%가 넘는다. GDP 대비 공교육비 지출도 통계자료에 따르면 0.2%로 OECD 평균 (0.5%)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더구나 고등교육부문에 대한 투자 현황을 보면 공교육비 중 민간재원이 자치하는 비율이 79.3%로 OECD 평균(30.9%)의 2.5배이며 칠레에 이어 2위다.

학습복지라 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보면 한국 교육이 왜 창의성과 집단지성, 인성을 중요시하는 국제적인 교육경쟁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다. 한국의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30명, 중학교 35.3명으로 각각 OECD 평균인 21.6명과 23.9명보다 10명 가까이 차이가 난다. 대다수 국가들이 학급 규모 감축을 위한 교육 개혁을 통해 평균적으로 대략 15~20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의 학습 환경은 과밀학급, 거대학교 형태가 많아 학습붕괴 및 학생의 일탈행동 증가로 교육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민 대다수의 교육비 부담 및 학습여건 개선을 위해서는 GDP의 5~6%의 교육재정을 확충하는 것이 급선무다. 우선 교육 선진국처럼 유아교육부터 고등학교까지 무상의무교육을 실시하고 대학교까지 무료이거나 아주 저렴하게 다닐 수 있도록 국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대부분 국가들은 의무교육 종료 연령을 16세에서 18세로 확대하고, 기본적인 학교육비를 포함해 부가적인 서비스(예를 들면 급식, 주거, 교통통학비 등)를 제공하고 있다. 학부모 부담 경비를 대폭 줄여 제로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학급당 학생수 등 교육환경이 개선돼야 한다.

사립학교, 사교육에 의존하는 한국 교육의 병폐 

또한 공교육의 절반 이상을 국공립학교보다 사립학교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학교체제를 개편해야 한다. 보육부터 대학까지 사립자본이나 민간자본에 의존하다 보니 공교육비 또한 국민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증가하였다.

대학교육의 약 87%(전문대학의 96%, 4년제 대학의 80%), 중등교육의 40%, 보육시설 및 유치원의 대부분을 사립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대학등록금 등 학부모 부담 경비도 지속적으로 인상되면서 연간 등록금 1000만 원 시대를 넘은 지 오래이고  하숙비, 생활비, 교통비, 교재비 등을 합하면 대학생 1인당 1년 교육비는 2000만 원 이상이 필요하다. 지방의 자립형사립고의 경우도 기숙사비 포함하여 연간 1200만 원이 있어야 입학이 가능하고, 사립 유치원비도 월 교육비가 70~80만 원이나 된다. 결국 보육부터 대학까지 학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사교육이 필요 없는 공교육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시급하다. 경쟁논리와 수익자 부담 원칙, 학부모 학교 선택권 확대는 학원, 과외비 등 입시경쟁을 위한 사교육비 투자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폭발적인 사교육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 사교육 산업은 영어유치원부터 입시사교육, 취업사교육비까지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과외, 학원 등 사교육비가 GDP 대비 교육재정(2010년 3.5%)보다 높은 4~7%(약 24~42조)의 규모에 이른다. 취업사교육비 등을 제외하고도 자녀 1명을 낳아 대학 졸업할 때까지 든 총교육비가 3억 원이 넘는다.

결국 교육비 부담은 20대부터 50대까지 저출산, 고령화사회에 대한 불안, 높은 청년실업률과 비정규직 증가, 내수경제 침체 등 소득 양극화와 교육 불평등의 모순을 가져왔다. 경제적 이유로 자신이 원하는 단계까지 학교교육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70%가 넘는다.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고 국민의 교육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초중등 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사교육를 양산하는 자사고, 특목고 등의 고교체제와 대학서열체제를 개혁해야 한다. 사학에 의존하는 공교육체제도 국공립학교를 확대하고, 사립학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실질적인 무상의무교육이 되도록 학급당 학생수 감축, 교원 증원, 학부모 부담 경비 제로, 혁신학교 확대 등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재정적 투자가 필요하다. 

2012년 새로운 교육체제의 청사진 마련하자

핀란드, 스웨덴 등 유럽 교육선진국들은 경제위기에 맞서 보육부터 대학까지 나아가 평생교육까지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을 추진하였고, 학급당 학생수 감축을 위한 학교시설 개선 및 일자리 확대, 학생 개개인의 교육기회 확대를 위한 학교개혁에 투자하였다.

서울대학교 정문
 서울대학교 정문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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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국가들의 성공비결을 OECD 각종 보고서와 경제 전문가들은 혁신적인 학습환경 지원, 무상교육, 협력적이고 서열이 없는 평가와 맞춤형 학생교육프로그램에서 찾고 있다. 또한 브라질이나 베네수엘라 등 남미국가들은 노동당 집권과 볼리바리안 혁명을 통해 만인을 위한 무상교육, 전 국민에게 동등한 교육기회 제공, 학교민주화를 실현하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1980년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로 인한 교육재정 부족, 교사부족, 학령기 아동의 취학률 저하라는 교육문제를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최근 교육복지 담론과 구체적 정책 대안이 본격적으로 제시되면서 새로운 교육체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국가가 책임지는 무상교육, 고교 평준화 확대 및 혁신학교 확대, 교양대학 및 공동학위제를 통한 대학체제개편, 지역공동체와 함께 만드는 마을학교, 교육기관, 학교와 지역사회 간 거버넌스 확대, 영육아 및 유아교육시설 확대, 초중등 사립학교의 국공립화, 자사고·특목고 폐지, 교육자치 및 학교자치, 학교민주화, 교장선출(공모) 보직제 등.

의제들 모두가 교육의 공공성을 확대하고, 다음 세대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국가와 지역사회, 공동체가 책임지는 새로운 교육체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21세기 한국 사회는 유아교육부터 평생교육까지 명실상부한 교육복지체제를 구축하고 소모적인 입시경쟁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성과 인성, 건강한 체력과 문화예술적 소양이 조화를 이루는 전인교육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과 함께 2012년 새로운 교육체제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교육복지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과 실행방안, 필요예산,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어야 한다. 또한 이를 실행하기 위한 운동주체도 세워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용택 기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 기획실장입니다.



태그:#사교육, #교육복지, #혁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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