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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때때옷의 상징 ‘색동저고리’. 오방색의 천을 이어 소매를 만들었다고 한다.
 설날 때때옷의 상징 ‘색동저고리’. 오방색의 천을 이어 소매를 만들었다고 한다.
ⓒ 박광훈복식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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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3일)은 임진년(壬辰年) 설날이다. 예부터 남녀노소가 설날 아침에 입는 새 옷을 '설빔'이라 했다. <열양세시기> 원일(元日)조는 '세비음(歲庇陰)', 세장(歲粧)이라 적었다. 한해를 시작하는 날 아침에 입는 옷이니 어머니의 정성이 가득 담겨 있을 수밖에.

가난했던 시절 우리네 어머니들은 아이들 신발도 가을부터 준비했다. 바지, 버선, 색동저고리, 배자, 까치두루마기 등도 만들어 의걸이장에 넣어 두었다가 설날 아침에 꺼내 입혔다. 철모르는 아이들도 옷감에서 풍기는 은은한 냄새에서 어머니 사랑을 흠뻑 느꼈다. 

옷을 집에서 만들어 입던 옛날에는 명절옷이라 하여 특별하게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경제적인 형편과 사정에 따라 장만하였는데, 일반적으로 돌옷을 여유 있게 만들어 두었다가 명절에 입히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전통 명절옷 차림의 아이들. 한국의 전통미를 마음껏 뽐내고 있는 듯하다.
 전통 명절옷 차림의 아이들. 한국의 전통미를 마음껏 뽐내고 있는 듯하다.
ⓒ 박광훈복식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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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성신여자대학교 박광훈 복식박물관' 자료집(23쪽)에서 캡처한 사진으로 설날 분위기를 한껏 띄워 주고 있다. 남녀 어린이의 우아한 모습에서 한복의 아름다움은 물론 우리네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도 함께 느껴진다.

남자아이가 머리에 쓴 '호건(虎巾)'은 환한 얼굴과 색의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어린아이가 씩씩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호랑이의 상을 수놓았으며 거죽은 엷고 가는 검정색 옷감, 안감은 남색 옷감으로 받쳐 만들었단다. 화사한 금박이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오방색(五方色)을 기준으로 하는 '오방장두루마기'에 전복(戰腹)을 덧입은 남자아이 모습이 제법 늠름하게 보인다. 노란색(토), 푸른색(목), 붉은색(화), 흰색(금), 검은색(수)을 의미하는 오방색은 동서남북 그리고 중앙의 다섯 방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오방색은 방위와 색깔뿐 아니라 단맛(토), 신맛(목), 쓴맛(화), 매운맛(금), 짠맛(수)을 나타내며 우리의 소리(궁宮·상商·각角·치徵·우羽)와 곡식(쌀, 보리, 콩, 조, 기장 )과도 관련이 있어 음양오행 문화의 뿌리와 조상의 사상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타래버선. 여아는 홍색, 남아는 남색 대님을 맨다고 한다.
 타래버선. 여아는 홍색, 남아는 남색 대님을 맨다고 한다.
ⓒ 박광훈복식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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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에는 어린이용 '타래버선'을 신고 있는데 볼에는 꽃무늬를 수놓았고, 앞 코에는 붉은색 색실 뭉치를 달았다. 겨울용 버선이어서 따뜻하게 솜을 두어 누벼서 만들었다고 한다. 꽃무늬는 늙지 말고 오래오래 살라는 의미이고, 붉은 색실은 영화(榮華)를 상징한단다.

1950년대까지는 남자들도 버선을 신었다. 간혹 양말을 신기도 했는데 여간 잘사는 집 아니면 설에도 새 양말은 엄두도 못 냈다. 양말도 옷처럼 내림으로 물려받아 신었기 때문. 그래서 설이 가까워지면 우리네 어머니와 누님들은 저녁을 먹기 무섭게 등잔을 밝히고 구멍 난 양말을 꿰맸다. 

관복의 하나로 남자아이가 입는 전복. 소매를 반으로 줄이거나 생략하기도 한다고.
 관복의 하나로 남자아이가 입는 전복. 소매를 반으로 줄이거나 생략하기도 한다고.
ⓒ 박광훈복식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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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의 남색 전복은 소매가 없는 옷으로 갑사(甲紗)나 속고사 같은 면직물 종류의 옷감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돌이나 명절 때 두루마기 위에 덧입었으며 붉은 띠를 전대처럼 매거나 수를 놓아 장식한 돌띠를 두르기도 한다고.  

마음을 달뜨게 만드는 남색 전복의 깃과 섶 등에는 장선자손(長宣子孫), 효제충신(孝悌忠信), 인의예지(仁義禮智), 수복강녕(壽福康寧) 등을 금박으로 장식해놓아 건강하게 자라서 자손의 번창은 물론 훌륭한 인물이 되어주기를 기원하는 어머니의 소망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조선시대 왕실이나 양반가에서 저고리 위에 격식을 갖춰 입는 당의
 조선시대 왕실이나 양반가에서 저고리 위에 격식을 갖춰 입는 당의
ⓒ 박광훈복식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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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唐衣)를 입은 여자아이는 볼수록 귀엽고 복스럽게 느껴진다. 당의는 왕실이나 양반가 여성들이 저고리 위에 격식을 갖춰 입는 예복으로, 일반 저고리보다 세 배 정도 길며, 겨드랑이 아래에서부터 양옆이 트인 형태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여자아이는 방한모 가운데 하나인 조바위를 쓰고 있는데 차림새가 무척 앙증맞다. 머리 부분 양쪽에 금박을 하고, 예쁜 색깔의 색실로 술을 달아놓아 전통미가 더욱 돋보인다. 바느질하고 남은 천을 이용하여 색동을 모아 만드는 '굴레'를 쓰기도 한다고.

연두색 당의와 붉은색 치마는 색과 선의 조화가 화려하면서도 품위 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잡귀를 물리친다는 붉은색 치마는 옛날부터 여자아이들이 색동저고리와 함께 입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조선시대 남자용 신발 태사혜(위)와 여자용 신발 운혜(아래).
 조선시대 남자용 신발 태사혜(위)와 여자용 신발 운혜(아래).
ⓒ 박광훈복식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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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은 남자아이는 비단이나 가죽으로 만든 태사혜(太史鞋)를, 여자아이는 운혜(雲鞋)를 신었다고 한다. 태사혜는 신코와 뒤축에 흰 가죽으로 태사무늬를 장식한 남아용 신발이고, 운혜는 앞부리가 뾰쪽한 여아용 신발로 구름무늬가 장식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의 전통 복식을 사진을 통해 보면서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너무도 정교하고 고급스러운 기법으로 만들어지는 과정, 한 땀 한 땀에 한복의 미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느끼면서 최상위 문화의 집결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방장두루마기. 격식을 갖추기 위해 의례용이나 방한용으로 입었다고 한다.
 오방장두루마기. 격식을 갖추기 위해 의례용이나 방한용으로 입었다고 한다.
ⓒ 박광훈복식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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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 고유의 웃옷 여성용 ‘저고리’. 여성용 저고리에는 끝동 곁마기를 달기도 했으며, 길이는 시대에 따라 변천하였고, 고름의 길이와 너비도 달라졌다고 한다.
 우리 민족 고유의 웃옷 여성용 ‘저고리’. 여성용 저고리에는 끝동 곁마기를 달기도 했으며, 길이는 시대에 따라 변천하였고, 고름의 길이와 너비도 달라졌다고 한다.
ⓒ 박광훈복식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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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자료를 제공해준 (사)한국전통한복문화원 임순옥(67) 군산지부장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설날, #전통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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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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