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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3주기를 맞이하여 19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131호에서 용산참사 3주기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들'토론회가 열렸다.
▲ 용산참사 3주기 토론회 용산참사 3주기를 맞이하여 19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131호에서 용산참사 3주기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들'토론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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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131호실. '용산참사 3주기, 여전히 남아 있는 과제들'이란 제목으로 열린 토론회에서 건축전문가인 김진애 민주통합당 의원이 '두 개의 트라우마'를 언급했다.

"도시건축 분야에서 활동해온 제게는 두개의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삼풍 백화점 붕괴와 용산참사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번의 용산참사 3주기를 맞아 그래도 희망이 보이는 것은 뉴타운 재건축과 관련된 여러 가지 개혁입법들이 야권과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진전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주민의 뜻을 최우선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과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도촉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사업에 문제가 생긴 곳은 '일몰제' 등의 시행을 통해 출구전략을 마련한 것도 성과입니다, 그러나 도정법과 도촉법 개정 공포는 아직입니다. 문제는 이것들이 임의규정일 뿐 강제규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입자의 권리금 문제해결이 남아 있습니다. 권리금 문제는 용산참사라는 비극의 현실적 원인이기도 합니다. 이 문제들을 19대 국회에서는 꼭 해결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참여연대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재개발행정개혁포럼, 김진애·강기갑(통합진보당) 의원이 공동으로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용산참사 이후 진행된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의 성과 한계가 동시에 지적됐다.

"투자한 시설 투자금은 보상해야 한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북아현 세입자 이선형씨는 강제철거의 고통을 생생하게 이야기했다. 이씨는 북아현동에서 곱창집을 하다가 강제철거를 당한 뒤 그 앞에서 노숙중이다. 그는 먼저 강제집행을 위해 용역깡패들이 들어왔을 때를 증언했다.

"강제집행이 들어온 그날 가게냉장고가 내팽겨쳐져 어디론가 실려간 후 용역깡패들의 폭력에 맞서고 있었다. 모두들 법원중재회의에 가고 없는 사이 굴착기로 벽을 허물고 덮쳐 돌더미에 깔리고 대못이 박혀 실신해 병원으로 실려갔다."

이씨는 세입자로서 겪은 재개발의 문제점들을 구깃구깃한 종이에 꼼꼼히 적어와 눈길을 끌었다. 거기에는 터무니 없이 낮은 영업보상과 불법적 명도소송, 법적 의무사항인 '보상협의회' 유명무실 등이 적혀 있었다.

이씨는 "수용재결(토지 강제수용) 이후에도 행정소송 등의 절차가 남았는데 수용재결이 끝났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판사들이 조합편을 들고 있다"며 "보상협의회를 구성하지 않을 때는 강력한 제재를 취해야 하고, 행정소송까지 끝나고 세입자의 동의가 있어야 손실보상이 완료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용산참사 3주년이 되었지만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또 다시 거리로 내몰리는 지옥 같은 삶이 계속 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정순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원주민 재정착률이 20%에도 못미치고, 개발이익만 좇는 재개발, 뉴타운 사업의 전반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특히 용산참사 이후 문제되었던 보상금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영업보상이 3개월에서 4개월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용산참사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가 세입자인데 문제가 되었던 것이 권리금이었다. 권리금은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사례이기 때문에 보상관련 입법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정부는 보상 논의를 끝내버렸다. 하지만 그들이 손님들과 맺어온 영업망 등은 무형의 재산으로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투자한 시설투자금을 보상할 필요가 있다."

북아현 세입자 대책위원회 주민 이선형씨
▲ 이선형씨 북아현 세입자 대책위원회 주민 이선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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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사기로 당선된 '탄돌이'들의 임기가 다 되어 간다"

뉴타운을 앞세운 개발공약을 통해 집권한 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신동우 주거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정책위원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국민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며 뉴타운 사기로 당선된 '탄돌이'들의 임기가 다되어 간다"며 "주거운동 단위들과 제정당이 나서 '주거복지 기본법' 제정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집은 인권이다. 주거권은 기본권인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기본권을 제약당하고 살고 있는데도 돈이 있고 없고의 문제로 취급당한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전세대란과 각종 개발에 밀리는 국민들의 기본권은 여지 없이 무너지고 있다."

자신의 집이 용산참사 현장 바로 옆이라 참사 당시의 끔직한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는 김종민 통합진보당 서울시당 공동위원장도 "뉴타운 사업의 핵심은 서울 강남·북의 주택가격 차이로 인한 강북주민의 상대적 빈곤감을 채워 줄 정치적 목적"이라며 '탄돌이' 국회의원들의 태도를 꼬집었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도 "용산참사 이후 정부가 국무회의를 통해 내놓은 대책은 보상확대와 사업투명성 확보, 분쟁조정기구의 설치등이 주요 내용이었다"며 "이런 대책은 기존 재정비사업의 본질적 문제를 도외시한 피상적 문제해결"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용산참사로 대표되는 기존 재정비 사업의 문제점이 6·2 지방선거를 통해 표심으로 표출됐다. 재정비사업 문제점 해소와 근본적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야당 후보들이 압승한 것으로 민심이 표출되었다는 것이다. 10·26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으로 뉴타운 재개발사업이 근본적 전환의 계기를 맞이했다."

이어 변 교수는 "주민들이 재개발과 뉴타운에 대한 환상을 깰 수 있도록 사업방식의 구조와 문제점, 주민들의 분담금 내역, 대안적인 사업방식의 내용과 효과 등에 관해 주민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철거민의 시간은 2009년 1월 용산에 멈춰 있다"

철거민 농성과 관련한 경찰의 비상식적 강제진압과 용산참사 이후에도 계속되는 용역폭력의 문제점도 제기되었다.

김남근 변호사는 "3년 전 남일당 건물에서 농성하던 철거민들을 진압했던 경찰의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며 "소규모 진압을 통해 화기를 소진한 이후 협상을 통해 자진 해산을 유도하는 기본적 진압지침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2008년 촛불집회 이후 정부정책에 반기를 드는 세력에게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정치적 조급함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원호 용산참사자진상규명 및 제도개선위원회 사무국장은 "용산참사가 3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철거민들의 시간은, 청소차량에 실려 강제이주당한 1971년 광주대단지에, 20여명이 불타죽고 맞아죽은 1980년대에 그리고 2009년 1월 20일 용산에 멈춰 있다"며 "강제퇴거과정에서 용역의 폭력을 막고 나아가 근본적으로 '비자발적 퇴거'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기 위해서는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국장은 용산참사 당시 최고령자로 망루에 올라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사망한 고 이상림씨의 유품인 용산구청 공문을 흔들어 보였다. 한쪽 귀퉁이가 불에 그을린 채 색이 바랜 공문에는 "세입자 보상계획에 대한 협의가 없으니 관리처분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한 고인의 민원요청에 "관리처분을 중단할 수 없다"고 용산구청에서 거절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렇게 거절당했던 이상림씨의 요구는 2010년 11월 초 서울 고등법원 판결에 의해 당연한 요구로 드러났다. 법원이 "절차상 중대한 위반이 있었다"며 "용산4구역에 대한 관리처분을 무효로 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다수의 토론자들은 폭력적 강제퇴거와 세입자의 권리금 보상문제 등 제2의 용산참사를 불러올 수 있는 핵심사안을 다룰 수 있는 법적, 행적적 조치가 부족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덧붙이는 글 | 이동철 기자는 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용산참사,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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