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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사법 연수원에서 제 41기 사법연수생 수료식이 열리고 있다.
▲ 제 41기 사법연수생 수료식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사법 연수원에서 제 41기 사법연수생 수료식이 열리고 있다.
ⓒ 강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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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경기도 일산 동구 사법연수원에서 제 41기 사법연수원 수료식이 있었다. 문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꽃다발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수료식이 진행되는 대강당으로 들어가니 검은 양복 혹은 단정한 정장을 차려입은 연수생들이 자리에 앉아 동기들의 수상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대법원장 상을 받은 허문희씨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상을 받았다. 그런 와중에 가장 큰 박수가 터졌다. 시각장애인 중 처음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해 연수원에 들어온 최영씨가 특별상을 받은 것이다. 사람들의 환호와 함께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안내를 받고 단상으로 올라가는데 "발 조심하세요"라는 배려 섞인 말 한마디가 건네진다.

올해 판사로 임명된 최초의 시각장애인 사법연수생 최영씨가 표창장을 받고 있다.
▲ 최초의 시각장애인 사법연수생 최영씨 올해 판사로 임명된 최초의 시각장애인 사법연수생 최영씨가 표창장을 받고 있다.
ⓒ 강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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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축사에서 김이수 사법연수원장은 "최근 법조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여러분들의 시작이 험난할 것"이라며 "하지만 지난 2년간 열정을 쏟아부은 시간이 더없이 귀중한 밑거름이자 자신이 될 것"이라는 말을 건넸다. 식이 진행되는 와중에 틈틈이 수료생들을 만났다.

올해는 첫 로스쿨 졸업생이 배출된다. 로스쿨 졸업생과 사법연수생이 동등한 위치에서 법조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첫 해다. 검사 임명 전 면접 과정 중이라는 최아무개(31)씨는 로스쿨 제도에 할 말이 많다.

"과연 로스쿨을 나온 수료자와 연수원 수료자가 동등한 실력을 보장할 수 있는 교육제도가 만들어졌는지 의문이에요. 지금 현재 법조계에 채용인원이 나눠져 있죠. 로스쿨꺼 얼마, 연수원꺼 얼마. 로스쿨 졸업생을 배려한다는 명목하에 연수생들 역차별이 아닐까요. 전 공정하게 경쟁을 하고 싶어요."

올해 판사로 임용된 정아무개(27)씨는 "언론에 난 것처럼 정말 취업난이다. 동기들 중 로펌이나 사내변호사 채용공고에 원서를 많이 내는데 면접 기회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로스쿨이란 제도가 시작한 지 얼마 안되다 보니 운용이 잘못되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사법고시 공부를 하면서 학문적인 공부를 하고 사법 연수원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죠. 그런데 로스쿨에선 실무교육이 연수원에서만큼은 이루어지지 않아요. 후에 따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교육의 낭비가 아닐까요. 사법 연수원을 꽉 막힌 곳으로 보는 것도 싫어요. 로스쿨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서 교육시키기 때문에 그 제도가 좋다는 논리인데 연수원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충분히 많아요."

법조인들의 개인적 의견 표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고 물었다. SNS에 개인적 견해를 밝힌 판사들을 두고 많은 말들이 오고갔기도 했기 때문이다. 판사 임용을 앞둔 정씨는 만약 자신의 입장이었다면 '정치적 중립성'과 '개인이 가지는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많이 상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판사라는 직업이 갖는 말의 중요성은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공인이니까요. 조금은 더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요."

그는 '많이 들어주는 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씨는 법원이나 경찰에게 많은 권한을 준 것은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국민들의 요청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법원에 오는 사람들은 억울한 사람들이 많죠. 그걸 풀어달라고 오는 거잖아요. 그런데 때로 판사나 검사가 말을 끊거나 말을 경청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저는 바쁘더라도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사람들의 말을 많이 듣는 판사가 되고 싶어요. 그래야 저도 많이 배울 테고요."

요즘 검찰이나 법원을 보면 "사람들과 너무 유리되어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단다. "규범과 현실과의 괴리는 있을 수밖에 없지만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할 때"라며 국민들이 준 많은 권한들의 책임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눈치다.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한 연수생들이 사법연수원장상을 받고 있다
▲ 제 41회 사법 연수원 수료식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한 연수생들이 사법연수원장상을 받고 있다
ⓒ 강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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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부터 법관을 지망했다는 이아무개(28)씨는 군 법무관으로 3년간 복무한다. 그리고 복무 마지막 해에 로스쿨을 지원할 생각이다. 그는 '올해 취업하기 힘든 사법연수원 수료생' 언론보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가 예년보다 취업률이 낮은 건 맞아요. 그런데 사실 올해는 좀 상황이 다르거든요. 로스쿨생이 처음 졸업을 하잖아요? 연수원생이든 로스쿨생이든 로펌도 마찬가지고 어느 정도 점수 혹은 스펙으로 어느 정도 직장을 지원해야 하는지, 합격할 수 있는지를 잘 몰라요. 그래서 대학생들이 원서 쓰듯이 수십 개의 원서를 넣는 거예요. 결국 올해는 채용기간이 굉장히 길어지면서 취업률이 낮아보이는 부분도 분명 있어요."

그에게 혹시 '백혜련'씨를 아냐고 물었다. 백혜련씨는 전 대구지검 수석검사로서 '정치 검찰'을 비판하며 사표를 냈다. 그는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백혜련씨 외에도 검찰에서 일을 할 수 없다며 그만둔 검사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저는 사실 검찰에 대해 비판적인 편이에요. 물론 전 타인이니까 100% 공감을 못하겠지만 용기에 박수를 보내요. 남들 다 좋다는 직장 때려친 건데요. 혹자들은 조직 내에서 바꿔 볼 생각은 안하고 도망간 거 아니냐고 하지만 사실 검찰 조직은 이미 소신 있는 검사들 몇몇의 자정 노력으로 바뀔 만한 조직이 아니거든요.

사실 이런 정치권력화, 편향된 움직임 때문에 사법 연수원에서도 검찰의 인기는 떨어지고 있어요. 검찰 측에서는 다른 이유를 대며 검찰 지원율이 낮아지고 있다고 말해요. 올해는 로스쿨 때문에 검찰 임용 커트 점수가 오르긴 했지만 사실 쭉 몇 년간 하향세였어요. 정치권력화 같은 현상을 보고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하물며 우리 연수생이 보기에도 그런데 내부에선 어떻겠어요? 그래서 전 적어도 그런 검찰을 비판하고 싶진 않아요."

판사들의 SNS 표현의 자유 문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상당히 어려운 문제인 건 맞아요. 판라사라는 자리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되는 자리일 뿐더러 또 사회에서 일반인들에게 중립적으로 보여야 신뢰가 가니까요. 하지만 페북, 트위터 등에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것까지 막으면 사실 개인으로서의 정치적 자유도 지나치게 억압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보수언론에서 판사들이 SNS에 정치적 입장을 밝히면 득달같이 좌파라고 낙인찍는 건 지나친 반응인 거죠. 저라면 거침없이 말하겠죠 하하."

이씨는 정봉주 의원의 실형에 관해서도 불만이다. "현행법상 타당성은 복잡한 문제니까 차치하더라도 기존의 다른 정치인들의 판결에 비해 형량이 세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반인이 보기엔 더한 사건을 저지르고도 벌금 물고 국회의원직 상실이 안되는 경우가 많지 않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조금더 공부를 한다면 법사회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금을 얼마나 걷을지, 분배의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단다. 그리고 "법조인으로 살아가면서 조금 덜 성공지향적으로 살아야한다고, 역설적으로 그런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강혜란 기자는 <오마이뉴스> 15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사법 연수원, #로스쿨, #백혜령, #SNS, #정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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