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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 2011년 11월 10일 오전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삼평고등학교 앞에서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수험생을 격려하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 2011년 11월 10일 오전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삼평고등학교 앞에서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수험생을 격려하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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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공약으로 출발한 혁신학교. 시행된 지 겨우(?) 3년 됐지만,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행 초기 13개 교로 시작한 경기도 내 혁신학교는 지난해 89개 교에 이어 올 3월에는 모두 123개 학교로 늘어난다.

현 정부의 '줄 세우기' 교육을 바로잡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추진되는 혁신학교는 경기도뿐 아니라 서울(서울형 혁신학교), 광주(빛고을 혁신학교), 전북(혁신학교), 전남(무지개 학교), 강원(행복+학교) 등 이른바 진보 교육감이 선출된 지역에서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

혁신학교는 교사의 능동성을 기초로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진행한다. 또 학생들의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 향상을 중시하는 등 '공교육 정상화' 모델로 관심을 끌고 있다.

자사고의 몰락... 김상곤이 옳았다

학급당 학생 수를 25명 이내로 줄이고 교육과정 운영에 일정 부분 자율권을 보장받으며, 도교육청으로부터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받는 혁신학교는, MB정부가 추진한 특목고 강화나 자율형 사립고와는 대척점에 서 있다.

혁신학교에 교사들 지원이 몰리고, 학교 주변 집값이 들썩일 만큼 인기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무엇보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높은 만족도가 눈에 띈다. 대부분의 자율형 사립고에서 정원 미달 사태가 발생하는 등 존폐 위기를 겪는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과다.

2009년 처음 지정된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의 원서접수 첫날인 2009년 12월 1일 서울 서대문구 이대부속고등학교에서 중학생들이 원서를 접수하고 있다.
 2009년 처음 지정된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의 원서접수 첫날인 2009년 12월 1일 서울 서대문구 이대부속고등학교에서 중학생들이 원서를 접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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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경기도교육청 조사결과 도내 혁신학교에 대한 학생·학부모·교사 만족도를 보면, 초등학교는 2009년 70.0%에서 2010년 85.8%, 중학교는 49.0%에서 68.0%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9년과 2010년 사이 기초학력미달자 비율 감소폭도 혁신학교는 초등학교 1.7%, 중학교 4.1%로, 도내 평균 초등학교 0.3%, 중학교 2.5%보다 컸다.

반면 교육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이명박 정부가 도입했던 자사고는 전국 51개교 중 올해 16개교가 신입생 정원 미달사태를 겪었다. 서울지역 자사고 중 8개교는 결국 정원을 채우지 못한 채 2012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최종 마감했다.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이 60%에도 못 미처 워크아웃 대상이 된 용문고는 올해도 저조한 신입생 충원율을 기록해 내년부터는 일반고로 전환하게 된다.

경쟁률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서울의 경우 시행 첫해인 2009년 2.41대 1이던 평균 경쟁률이 2010년 1.39대 1, 2011년 1.26대 1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사고가 외면 받는 이유로 일반고와 비슷한 교육과정을 진행하면서도 3배 넘게 책정된 등록금을 꼽는다.

입시 위주의 자사고와 달리 혁신학교는 경쟁과 성적 위주의 수업보다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한 창의성 교육, 자기주도적 학습활동, 교사와 학생·학부모 간 소통 등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특히 학부모 교육과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체험활동 등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협력도 강조되고 있다.

학습 성과뿐 아니라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혁신학교가 보여주는 사례 또한 주목해볼 만하다. 지난해 12월 28일 경기도교육청은 '2011 경기혁신교육 성과 보고회'에서 용인 흥덕고를 학생들이 변화한 모범 사례로 발표했다.

2010년 3월에 개교한 흥덕고는 비평준화 지역의 신설학교라는 불리한 여건에서 출발했다. 신입생의 2/3 가량은 돌봄과 배려가 필요한 학생들이었다. 말썽(?)을 피우는 학생들이 적지 않아 교사들의 맘고생도 심했다. 하지만 이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을 통제와 지시가 아니라 돌봄과 치유의 대상으로 대했다.

흥덕고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기 전부터 학생들 스스로 자치규범을 만들어 체벌을 금지했고, 규칙을 어긴 학생들은 교사와 함께 운동장을 돌거나 등산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학교폭력의 해법 보여주는 흥덕고 사례

'또래 중조인 제도'를 통해 학생들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 다른 친구가 나서 문제 해결을 도왔다. 담배를 피웠다고 벌을 주는 게 아니라 '금연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학생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또 학생∙교사∙학부모 토론을 활성화하고 교직원 네트워크를 강화함으로써 자율과 책임이 공존하는 학교 문화를 만들었다. 그 결과 학교 발전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는 교직문화와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중시하는 학생자치회 활동이 안착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입시 경쟁에 밀려난 학생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소외감이 학교폭력의 주된 배경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흥덕고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2011년 11월 3일 오전 경기도 용인 흥덕고등학교에서 '학생인권의 달(10월)'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의 일환으로 교복을 입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음식을 나눠준 후 재미있는 포즈를 취하자 학생들이 휴대전화로 선생님의 모습을 담고 있다.
 2011년 11월 3일 오전 경기도 용인 흥덕고등학교에서 '학생인권의 달(10월)'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의 일환으로 교복을 입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음식을 나눠준 후 재미있는 포즈를 취하자 학생들이 휴대전화로 선생님의 모습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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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 이범희 교장은 "무엇보다 학생들이 삶의 희망과 전망을 갖기 시작했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입시경쟁에 내몰린 '들러리'가 아닌 스스로가 존중받고 있다는 자긍심이 학생들을 서서히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 현장을 변화시킨 혁신학교의 힘, 그 속에는 무엇이 숨어 있을까. 김성천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다양한 교육과정, 민주적 학교 분위기, 행정 업무 경감 등 혁신학교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학교 구성원들의 다양한 경험 속에서 만들어진 것일 뿐 정형적인 틀은 없다"고 설명한다.

김 부소장은 현직 교사이자 교육운동가로 지난해 <혁신학교란 무엇인가>(맘에드림)를 내고 "공교육이 변화한다면 학교는 '정상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김 부소장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혁신학교간 성과 편차는 있지만... 교사 만족도 아주 높아"
[인터뷰] 김성천 사교육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
- 혁신학교 개념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때는?
"참여정부시절부터 공영형 혁신학교라는 개념은 있었다. 그 당시에도 이우학교나 남한산 초등학교 같은 모델들이 왜 공립학교에서는 나오지 못하는가 하는 반성들이 있었다. 하지만 참여정부 시절에는 힘 있게 추진되지 못 했다. 그러다가 '슬럼화된 공교육'의 문제에 주목을 한 김상곤 교육감이 혁신학교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한 학급당 인원을 25명 정도로 하고, 이왕이면 농어촌 지역의 기피학교나 낙후 지역에 있는 학교들을 중심으로 승부를 걸어보자고 한 것이다."

- 김 교육감이 내세운 혁신학교 정책은 일부 보수에게 "전교조 학교를 만들려 한다"는 식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처음에는 사람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직접 학부모들 쫓아다니면서 제발 혁신학교 신청을 해달라고 사정을 했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교장들은 자리와 관련되어 있어서 행여 '내 자리 빼앗기고 다른 곳으로 가야 하나' 하며 불안해 했고, 교사들은 '일 많은 학교로 가는 거 아닌가' 하는 거부감도 있었다. 이처럼 처음엔 이런 저런 저항이 많았다."

- 경기도교육청은 올해까지 150개교, 2013년까지는 200개교 이상을 혁신학교로 지정할 예정이다. 초기 우려와 달리 혁신학교가 학부모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데.
"지금은 내가 어디 가서 강의를 하면, 학부모들의 혁신학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예전에는 대안학교와 일반학교 사이에서 고민하던 학부모들이 지금은 혁신학교를 하나의 대안으로 놓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2년 동안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요즘은 혁신학교 지정 경쟁률은 4:1이 넘는다.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아무리 학교에서 원해도 지정하지 않는다. 교장·교사의 의지와 준비된 콘텐츠, 학부모들의 지원이 없으면 웬만해선 혁신학교로 지정받기 힘들다."

"대학, 이젠 혁신학교에 주목해야"

현직 교사이자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인 그는 "공교육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혁신학교가 보여주는 성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김성천 교사 현직 교사이자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인 그는 "공교육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혁신학교가 보여주는 성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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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학교에 학생선발권이 없다.

"혁신학교가 자사고나 특목고와 다른 특징 중 하나가 바로 학생선발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사고나 특목고가 애초부터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서 좋은(?) 입시 성과를 내고 있는데 반해서, 혁신학교는 입학한 아이들의 수준이 어떠하든 들어왔을 때보다 수준을 끌어 올리고 있다.

이것을 우리는 '학교 효과'라고 이야기 하는데, 실제로 혁신학교에선 학습부진 학생들의 비율이 대폭 줄어드는 결과를 볼 수 있다. 혁신학교 덕양중에서는 학습부진 학생이 20%에서 6%대로 떨어졌다. 고양중도 그런 사례다. 혁신학교는 선발 효과를 중시해왔던 우리나라의 입시 패러다임과 교육문화와 대척점에 있는 학교 모델이다."

- 혁신학교들이 모두 성과를 내고 있다고 확신하나.
"학교간에 편차는 존재한다. 100개가 넘는 혁신학교가 모두 '100% 성공했다' 이렇게 말하기는 힘들다. 내가 보기에는 KTX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지하철의 속도로 가고 있는 학교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학교를 가보면 교사∙학생∙학부모의 만족도가 80% 이상 나온다. 특이한 건 그 중에서도 특히 교사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점이다."

- 혁신학교가 자리 잡기 위해선 기존의 서열식, 줄세우기식 평가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동안 우리 교육의 평가방식은 양 중심이었다. 이것을 질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서열화를 위한 평가를 피드백 중심의 평가로 바꾸어야 하고, 결과 중심의 평가를 과정 중심의 평가로 바꾸어야 한다.

100점 만점 중에 80점, 300명 중에 210등 이런 석차와 서열 중심의 평가 패러다임 속에서는 아이들의 특성이 드러나질 않는다. 사회과목 점수가 80점인 학생의 토론능력이 얼마나 되고, 비판적 사고력과 실천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측정이 가능한가? 그런 것으로 아이의 자아발견이 가능할까?

그런 점에서 혁신학교에서는 지필고사 중심보다는 교과 특성에 맞는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문제풀이에 찌든 인재가 대학과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 정부에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려는 맥락도 '아이가 성장해 가는 과정들 자체를 좀 더 보겠다' '아이가 가진 잠재력을 보겠다'라는 인식에 근거한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 일반 학교에서는 그런 모델을 제시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입시사정관제에 대비해서 스펙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른바 명문고 아이들이 하는 얘기가 자기소개서에 쓸 말이 없다는 거다. 매일 집과 학교, 학원만을 왔다갔다하면서 문제풀이식 수업을 들은 아이들이 쓸 이야기가 별로 없다.

그런데 혁신학교에서는 체험 중심의 학습을 많이 강조한다. 또 토론 수업과 모듬별 협동수업을 강조하는데, 이런 활동들이 결합되면 아이들이 쓸 이야기가 풍부해지지 않겠는가. 이런 이야기에 우리 대학이 주목한다면, 입시교육과 문제풀이 학교 문화는 달라질 것이다. 그 가능성을 지금 혁신학교가 보여주고 있다."


태그:#복지, #혁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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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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