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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한강
ⓒ 안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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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겨울은 적막하다. 봄부터 가을까지 이어지던 각종 공사도 중단되고, 수상 택시의 분주함도 없다. 더위를 식히러 몰려 나오던 사람들도 없고 수상스키의 아찔한 물보라도 없다. 화려한 형형색색의 꽃과 풀은 몸속에 지닌 수분과 색깔을 모두 토해낸 채 바람에 몸을 맡긴다. 며칠의 추위는 강 바깥의 얕은 물을 얼려 버렸다. 거울 같은 살얼음 위에 겨울 철새가 모여 있다.

찬 강바람 맞으며 뜨거운 콧김 토해내며 달려가는 한강의 자전거 출근길. 도심에서 이토록 적막함을 느껴볼 수 있는 것도 행복 아닐까? 등허리에 뜨거운 땀줄기가 흘러 내릴 때 쯤, 펄떡 펄떡 뛰는 심장이 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일깨워 준다. 한 시간 남짓한 출근길. 강바람이 있어서 좋고, 겨울 철새가 있어서 좋다. 비어 있는 하늘과 채색되지 않는 한강이 좋다. 한강의 겨울을 권한다. 주말을 이용해 한번 나가 보시라.

한강의 비오리 군무
 한강의 비오리 군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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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비오리 군무
 한강의 비오리 군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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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합수부는 철새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특히 겨울에는 청둥오리. 가무우찌. 원앙새. 왜가리 등 많은 종류의 철새를 만나볼 수 있다. 사진은 비오리의 모습. 수 백, 수 천마리가 펼치는 물 위의 군무는 넋 놓고 바라볼 정도로 환상적이다.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는 한강. 유빙이 물결 따라 출렁거린다. 일찍 한강을 걷는 사람들은 물결에 밀리는 얼음의 서걱거리는 소리. 저 멀리 영동대교 위로 떠오른 해가 살얼음을 비출 때는 깨어진 유리조각처럼 빛나는 유빙을 볼 수 있다.

얼어붙은 한강
 얼어붙은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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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이 낀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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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에서 멱 감고 있는 원앙 무리와 새벽 물안개를 헤치고 가는 물오리. 추운 날씨가 되면 중랑천에는 물안개가 일어 신비감마저 돈다.

그림자를 밟고 선 갈매기. 바다에 사는 갈매기가 한강에 떼를 지어 나타나는 것도 종종 볼 수있다. 얼음은 바깥에서부터 얼어들고 안쪽에서부터 녹는다. 얼음이 더 두꺼워지면 내려서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한강에서 노는 새들
 한강에서 노는 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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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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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반대편 원효대교 위쪽. 63빌딩이 살얼음 위에 그대로 내려 앉자 있다. 얼름 위에 내려앉은 겨울 철새. 그들의 휴식이 여유로워 보인다.

봄부터 가을까지 공사 소음에 몸살을 앓았던 한강.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 적막과 여유가 사라졌던 한강이, 모처럼 고요하고 적막한 겨울을 맞고 있다. 철새 도래지라고 해서 차 타고 멀리 나갈 필요도 없다. 한강에 발품만으로 충분하다. 한강의 겨울은 적막하고도 아름답다.

한강의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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