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 보강: 13일 오후 4시 20분]
 

 

[기사보강: 13일 오후 5시 21분]

 

'전당대회 돈봉투 리스트' 논란에 휘말린 한나라당 안병용 당협위원장(서울 은평갑)이 13일 "이번 논란은 이재오 의원 죽이기"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쇄신의 미명하에 대선 경쟁자들을 죽이고 단독 후보로 추대되길 원하는 밑그림이 시작된 것"이라며 당내 친박계를 이번 사건의 배후세력으로 지목했다. 안 위원장은 이 의원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안 위원장은 이날 오후 지역 사무실 기자회견에서 "제가 돈봉투 사건의 중심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게 조작된 것"이라며 "저를 희생양으로 삼아 특정세력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음모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공천 못 받은 구의원들의 보복성 음해에서 시작하여 이재오 죽이기의 전초전으로 접어들었다"며 "제보한 구의원들이 모 예비후보를 밀고 있고 신문사 제보 과정에서 전직 당협위원장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지난 12일 검찰 조사에서 "대질신문을 자청해 받았다"며 "구의원 4명이 서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진술하는 것을 보고 그 배후에 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돈봉투 리스트? 전대 후보 캠프 모두 갖고 있는 '선거 참조자료'"

 

가장 관심을 모은 부분은 언론에 보도된 '돈봉투 리스트'의 진실이었다. 해당 문건에는 박희태 국회의장 측으로부터 돈봉투를 받았다고 폭로한 고승덕 의원을 비롯해 전·현직 의원 이름과 원외 당원협의회 위원장 이름이 담겨 있었다.

 

안 위원장은 이를 "대표 경선에 나선 모든 후보들 캠프에 있는 일반적인 자료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단순한 선거 참고 자료였단 주장이다. 캠프 회의 '참여' 여부를 표기한 것으로 알려진 'OX' 표시 역시,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후보의 사무실 개소식에 참여했는지 여부를 표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동그라미 표시가 된 지역은 후보 사무실 개소식에 참여하는 등 우리 지지세력이니 가 볼 필요 없다는 뜻"이라며 "동그라미 표시가 된 이들에게 돈을 돌렸냐고 질문하던데 그렇다면 표시가 된 이들의 명단만 따로 만드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만일 각 당협 사무국장들에게 돈을 돌리라면서 준 명단이라면 각 당협 사무국장의 이름과 연락처가 있든지, 각 당협 주소라도 있든지 해야 할텐데 당협 사무국장의 휴대전화 번호도 없었다"며 "게다가 당시 서울지역 40개 당협 위원장이 국회의원이었는데 구의원이 국회의원에게 전화를 해서 사무국장 연락처나 사무소 주소를 알아본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고 지적했다.

 

또 "심지어 그 문서에는 대표 경선 후보였던 정몽준 대표도 있는데 <동아일보> 오늘자 보도에서 (내가) '정몽준 후보의 사무국장에게도 주라'고 했다고 돼 있다"며 "당시 (박 의장과) 1, 2위 싸움을 하던 정몽준 후보의 사무국장에게 돈을 주라고 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는 주장인가"라고 반문했다.

 

"책임관리자는 단순히 친분 있는 사람 적은 것... 박희태에게 보고 안 해"

 

해당 문건에 따로 명시된 '책임관리자'에 대해서는 해당 당협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이를 명시해둔 것이라고 반박했다.

 

돈봉투 의혹을 폭로한 고승덕 의원의 '책임관리자'로 이춘식 의원이 명시된 것에 대해선 "고승덕 의원과 이춘식 의원이 서로 막연한 사이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고 의원의 책임관리자로 돼 있다는 걸 (언론보도로) 처음 알았다"며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캠프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문건에 거론된 인사들이 당협위원장의 책임관리자로 선정된 사실을 모르나"라는 질문에 "자신이 참고로 써 놓은 것"이라며 "그 분들을 통해 (해당 당협위원장의 지지를) 내가 부탁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이 문건을 알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낮게 점쳤다. 그는 "박 의장에게 이 문건을 보고했나"라는 질문엔 "당시 후보가 얼마나 바쁜데 만나겠나, 하늘의 별따기다"며 "솔직히 박 의장이 명단을 갖고 무엇을 알겠나, 참모들이 알 뿐"이라며 부인했다. 또 "보고라는 게 따로 있나, 같이 일을 하다 보면 보는 문건"이라며 "박 의장이 (해당 문건에 대해) 알았을지, 몰랐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돈을 건넨 장소로 지목된 '비밀 사무실'에 대해서도 "대표 경선 때 후보의 캠프가 꾸려지면 같은 빌딩에 두는 통상적인 별도 사무실"이라며 "입구에 '박희태 후보 사무소'라고 적힌 A4용지도 붙여놨다"고 강조했다. "전국 각지에서 자신을 만나러 사람들이 올라왔다"는 구의원들의 진술에 대해서도 "전당대회가 열리면 당원들이 후보를 만나러 사무실에 많이 찾아온다"며 "후보를 만나지 못한 이들이 밑의 사무실에 와 나를 보고 간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해당 사무소에 조직기획팀이 있었는데 여기서 전국 당협위원장 명단을 갖고 와 서류를 만들었다"며 "검찰 대질신문 과정에서 돈을 받았다는 친박 성향의 구의원 4명이 '간판 없는 룸에서 작업을 했다'고 똑같이 진술하는 걸 보고 음해 프로그램이 가동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대선후보 돈 경선도 검찰 수사 의뢰해야"... '음해세력'으로 친박계 정조준

 

한편, 안 위원장은 자신을 음해하는 세력으로 '친박계'를 정조준했다. 자신에게 돈을 받았다고 제보한 구의원들이 친박 성향의 은평갑 예비후보를 밀고 있고 이 사건을 단독보도한 신문사의 워싱턴 특파원, 논설위원 등을 역임한 전 당협위원장을 통해 언론 제보를 했다는게 그 근거다.

 

그는 "쇄신의 미명 하에 대선경쟁자들을 죽이고 단독 후보로 추대되길 원하는 밑그림이 시작됐다"며 "저 안병용을 이재오의 최측근이라고 하면서 억지로 이재오 의원과 관련지어 저를 '이재오 죽이기'에 이용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안 위원장은 "돈봉투 사건이 터지면서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특정후보가 많은 돈을 썼다는 제보도 받고 있다"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사건이 터지면서 곧바로 검찰 수사를 의뢰했는데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 대한 의혹도 수사 의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선후보 경선에 대한 제보의 구체적 내용을 밝혀달라는 요청에 "그 이상은 국회의원도 아니고 원외 당협위원장으로 말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면서 "다만, 정당인을 떠나 대한민국 국민 입장에서 본다면 (해당 의혹도) 파헤쳐야 한다"고 답했다.

 

또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도 "앞으로 어떤 문제가 있다면,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간다면 (나에 대한) 부당한 행위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변호인도 선임하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안 위원장을 상대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선후보 경선 의혹,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으로서 파헤쳐야 한다고 생각"

다음 안병용 한나라당 은평갑 당협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 

 

- 이번 사건을 특정세력의 음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디를 뜻하는 건가.

"당내 큰 세력이다, 여러분들이 짐작하게끔 말했다."

 

- 대선후보 경선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본인이 직접 수사 외뢰할 생각은 없나.

"제가 돈봉투 사건의 주범이라고 하는 입장에서, 내 자신을 합리화하는 행동 아니겠나. (대선후보 경선 의혹에 대해선) 어느 단체에서 나서서 고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대선후보 경선 제보의 구체적 내용은 뭔가.

"인터넷에 많이 나오지 않았나. 홍준표 전 대표가 말한 내용과 동일하다. (홍 전 대표가) SBS <8뉴스>에서 '고속버스 휴게소에서 사람 세어보고 돈 주는 것'이라고 했는데 비슷하다."

 

- 제보는 누구한테 받았나.

"정치하는 입장에서 많은 분과 접촉하니깐."

 

- 돈봉투 리스트로 알려진 문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지난 2008년 대표 경선 당시 박희태 의장 쪽의 전국 원외지역위원장 조직을 관장했다. 후보 캠프가 구성되면 당협위원장이나 국회의원이 일반적으로 참여하는 편이다. 전당대회가 열리면 각 후보 캠프의 사무실 공간이 (참여인원에 비해) 부족하다. 보통 같은 빌딩의 다른 층에 별도의 사무실을 두고 기획팀을 거기에 두는 게 관례다. 박희태 의장 사무실은 빌딩 6층에 있었고 저는 2층인가, 3층의 조직기획팀에 있었다. 조직기획팀은 전국 당협위원장 명단을 가져와 서류를 만든다. 당내 친이, 친박이 있으니 위원장 이름이나 성향을 표기한다. (문건의) 참석 유무는 해당 국회의원이 후보 사무실 개소식에 후보가 왔는지 안 왔는지 체크했다. 대신 오면 누가 왔다. 대리인 누구 이런 식으로 제가 그 서류를 만들었다."

 

-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왔다는데

"전당대회를 하면 전국의 많은 당원이 온다. 위의 사무실에 못 가면 저 보러 밑의 사무실에 오는 분들도 있다. 방문에다가 '박희태 후보 사무소'라고 적힌 A4용지를 붙였다. 그런데 검찰 조사에서 그 방에 간판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질문을 하더라. 너무 답답해서 돈을 받았다고 하는 구의원들과 대질해달라고 했다. 친박성향의 전 구의원들과 대질했는데 4명 모두 똑같이 '간판 없는 룸에서 작업했다'고 하더라. 오늘 보도까지 보고나니 그런 뜻에서 그것을 강조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난 거짓말 탐지기라도 동원하자고 했다. 앞으로 수사과정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분명히 밝혀질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은 거짓말이 없다. (음해하는 이가) 한 명이라면 돈 주고 받은 장소를 소설로 쓸 수 있지만 4명 아무리 말을 맞추더라도 정확히 정황 설명을 하고 분위기를 잡아가면 거짓말은 들통나게 돼 있다."

 

- 압수수색 이후 서류를 파쇄했다는데.

"전국 당협위원장 명단 있지 않나. 압수수색 오고 난 뒤에 사무실에 지저분한 서류가 있는 게 보기 안 좋지 않나. 그래서 버렸다. 신문에서 재미있게 쓰시던데 그건 아니다.

 

- 전체 문건이 13장인데 몇 명이나 있나.

"당협위원장 전체다. 국회의원, 원외 당협위원장까지. 현역 국회의원은 내가 관리 안 했다. 원외 당협위원장만 그 중에서도 서울지역만 봤다. 조직 총괄하면 그런 명단을 보고 한다. 참고로 생각해봐라. 돈은 은밀하게 돌린다. 그런데 어제 저하고 대질신문한 구의원, '내가 계산도 없이 명단을 쭉 찢어 주고, (돈이 든) 봉투를 주고 가져가라'고 했단다. 어떻게 그러겠나."

 

- 문건의 책임관리자는 무엇인가.

"친분이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은평을이 지역구인 이재오 의원을 예로 들면 내가 은평갑이니 '책임관리자'가 된다."

 

- 고승덕 의원의 '책임관리자'로 명시된 이춘식 의원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고 했다.

"고 의원과 이춘식 의원이 막연한 사이인지 알았다."

 

- 책임관리자로 거론된 다른 의원들도 문건에 자신이 포함된 사실을 알고 있나.

"내가 참고로 써놓은 것이다. 그 분들이 관계가 있으면, 그 분들을 통해 제가 (지지를) 부탁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 실제로 지지를 부탁했나.

"했을 수도 있다. 부탁도 할 수 있고.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언론보도 보니깐 (돈봉투 리스트로) 떨고 있다고 하는데 난 이런 한나라당 의원들 안 좋아한다. TV에 나오는 지도부, 서민을 위한 사람으로 지지할 수 있겠나. 기득권 세력이다."

 

- 박희태 의장에게 이 문건을 보고했나.

"아니, 박 의장이 얼마나 바쁜데 그랬겠나. 저도 만나기 어려웠다.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가끔 보면 (박 의장이) '고생한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솔직한 말로 그 분이 뭘 알겠나. 다 참모가 알지."

 

- 그렇다면 어느 선까지 문건에 대해 알고 있나. 어디까지 보고된 문건인가.

"보고랄 게 있나. 같이 일을 하다보면 보는 문건이다. 박 의장이 알았는지, 몰랐는지 모른다."

 

- 돈봉투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명진씨나 캠프의 재정을 맡은 조정만씨를 잘 아나.

"잘 모르는 사이다. 이름만 들어선 모른다. 얼굴을 보면 알까."

 

- 원내에 돈이 살포됐을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무조건 돈을 살포했다는 식으로 질문하는 건 맞지 않다. 또 내가 답변할 위치가 안 된다. 전당대회가 총선 끝나고 2~3개월 뒤에 열렸다. 난 낙선하고 참 어려운 상황이었다. 도와줬던 분들하고 소주 한 잔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대선자금이니 뭐니, 친이계를 매도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썩었다는 것이다."

 

- 한나라당 비상대책위는 '설'만으로 대선후보 경선 의혹을 수사 의뢰하기 어렵다는 것 아니냐. 구체적으로 관련 제보에 대해 말해달라.

"그 이상은 국회의원도 아니고 원외 당협위원장으로서 말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다만 정당인을 떠나서 대한민국 국민 입장에서 본다면 파헤쳐야 한다."

 

-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한가.

"한번 상황을 보자. 검사한테 언제든지 전화달라고 했다. 앞으로 만약 문제가 있다면,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 부당한 행위가 있다면, 변호인을 선임하고 여러 가지 준비하겠다."

 

- 이재오 의원과 이와 관련해 얘기했나.

"솔직히, 얘기 못했다. 최근 지역 신년인사회에서 만났지만 부담갈까 싶어서 전화도 안 드렸다."


태그:#안병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