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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의 이야기와 살아간다. 그리고 한 사람의 삶을 심도 있게 바라볼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단연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보통, 자서전이란 어떤 것일까. 나의 개인적인 생각 속의 자서전은 단순히 위인전의 개념이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씩은 읽어보는 대단한 사람들의 이야기, 시련과 고난이 와도 결국 자신만의 타고난 능력으로 이겨내 훌륭한 사람이 되는 이야기들,
그러한 정말 '위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또 그러한 사람들만 쓸 수 있는 것은 나에게 작은 감동을 줄 수 있을지언정 어떠한 공유나 공감, 그리고 나의 삶에 당장이라도 적용할 수 있는 길 같은 역할은 할 수 없었다. 그것은 나의 내면 저편에 위인전에 오른 인물들과는 공유할 수 없는 평범한 시민으로서의 삶이 내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리라. 소시민들과 공유할 수 없는 삶을 그린 자서전이 어떠한 변화나 삶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까?

그러나 <박원순과 민병덕의 무한도전>(민병덕 저, 이지엠 펴냄)은 무언가 다르다. 책 속에는 알을 깨고 나온 기이한 출생도, 백발백중의 하늘이 내린 활 실력도 그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책을 덮고 고개를 들면 바로 내 앞에 서 있을 것 같은 '사람 냄새'를 가진 책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책을 읽어 배울 수 있는 삶의 지침은 무엇일까?

성실히, 그러나 여유를 잃지 않고...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농사일을 도우며, 또 아버지의 부재 이후 어머니의 장사를 도우며 성장했다. 그러면서도 학업에 있어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우등생이었다. 그는 타고난 성실함과 부지런함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농사꾼이었던 아버지의 성정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성실한 사람은 자칫하면 그 성실함이 넘쳐흘러 자신마저 망가트리기도 하는 법이다. 나태해지지 않는 치열한 삶만큼이나 꿀 같은 여유도 인생에는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적절한 여유를 갖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어릴 적 삶의 멘토와도 같았던 아버지의 말 속에서 배웠다.

'아버지는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쉼 없이 일을 했지만, 일은 아무리 해도 끝나질 않았다. 때를 넘겨 일을 더 할라치면 그때마다 아버지는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활짝 웃으며 "그만해라. 내일도 할 일이 있게"라면서 쉬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나에게 일상의 여유를 갖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를 몸소 알려주었다.'

이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 바로 이 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는 끊임없이 달리는 것만을 배웠을 뿐 잠시 앉아 쉬는 법은 알지 못했다. 삶을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 하는 일이 오히려 삶을 피폐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어른이 된 지금도 일에 치여 숨이 막힐 때면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며 여유를 갖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후의 나도 힘이 들 때면 이 책 속의 말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성실하고 부지런하지만 그 속에서 여유를 잃지 않는 삶, 그것이 누구에게나 권장하는 최고의 삶의 방법이 아닐까.

도전, 도전 그리고 결국은...

저자는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나와 사법시험을 통과해 변호사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만의 도전으로 일을 이루지 않았다. 중학생 시절부터 목표로 두었던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로의 진학을 위해 모든 것을 준비했지만 그는 안타깝게도 낙방하고 말았다. 그러나 목표한 꿈이 있기에 다시 한 번의 도전을 주저하지 않았고 두려워하지 않았다.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두렵고 무서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첫 번째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실패감을 맛 본다면 그 다음의 재도전은 첫 도전보다 곱절은 더 힘들다. 그러나 뜻이 있는 삶에서의 도전은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결국 재수를 통해 저자는 원하던 서울대 정치학과에 진학한다. 그 후에도 변호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 사법시험에서 낙방에 낙방을 겪었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시험에서 영광스러운 합격을 하고야 만 것이다. 다시 한 번의 도전이 두려워 차선책을 선택하고 자기 위로를 하였던 지난 나의 삶이 생각나며 조금 더 노력했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소용없는 후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를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만든 그 용기의 원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그가 사법시험을 결심하여 적었던 글에서 볼 수 있다.

'바로 지금이다. 민병덕이가 사법고시를 보겠다고 도전장을 낸 것이다.…고귀한 정신과 행동을 위해서 얍삽한 이해타산으로서 고시를 보는 것이다. 그럴 수 있을까? 그렇게 말하고 그러지 못한 사람을 숱하게 보아 왔는데? 내가 나를 믿는 것이다. 그리고 믿어주는 많은 사람이 있잖은가?'

저자는 스스로의 가능성과 힘에 대한 믿음에 의심하지 않았다. 흔히 남들이 하지 못 하는 일을 내가 어떻게 할까? 하는 물음으로 도배되어 어떤 일도 도전하지 못하고 살아가곤 한다. 그러나 도전 없는 삶은 결국 스스로의 주도권을 갖지 못한 채 이끌려가는 것이 된다.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결국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시련에 굴복하지 않는 삶을 만드는 것이다.

<박원순과 민병덕의 무한도전>, 그것은 저자 민병덕의 삶을 그린 자서전이다. 그러나 바로 지금부터 내 인생의 길에 쓸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교육하는 자서전이다. 공감하며 그 속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미 <박원순과 민병덕의 무한도전>이 단순한 자서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자 민병덕은 1970년 12월 20일 전남 해남에서 '닭집 막둥이'로 태어나 광주서강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2002년 제44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주거복지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1년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희망캠프의 법률지원단장을 맡아 최초의 시민후보 당선을 도왔다. 현재 서울시 정책자문위원(도시주택분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 간사, 전국·서울아파트입주자연대 자문 변호사, 한국도로공사 고문 변호사, 마포구청 고문 변호사를 맡고 있다.


태그:#민병덕, #박원순, #민주통합당,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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