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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9일 서울시의회에 보낸 학생인권조례 재의 공문.
 서울시교육청이 9일 서울시의회에 보낸 학생인권조례 재의 공문.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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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시교육청은 서울학생인권조례 '재의(재심의) 요구' 공문을 서울시의회에 보냈다. 교과부에서 임명제청한 이대영 서울시 부교육감이 주도해 제출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공문에는 제출자로 '부교육감' 또는 '교육감 권한대행'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왜 그는 쏙 빠져 있을까?

이날 A4 용지 3장 분량의 공문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안 재의 요구안 제출'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공문 발송 주체는 물론 재의 요구안 제출자는 모두 서울시교육감으로 적혀 있다. 현재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부재 상태인 데도 이렇게 기록한 것이다.

직인도 '서울시교육감인'이 찍혀 있다. 발송자도 시교육청 교육자치담당관이다. 이 부교육감은 이 공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서울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 공문 살펴보니

물론 공문에 교육감 직인이 찍히고 제출자도 '서울시교육감'으로 표기한 까닭은 '교육감=기관'으로 인식하는 법규 때문이다. 서울시의회 의사담당관실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안건을 제출하는 공문에는 기관장 직함을 적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교육청 교육자치담당관실 관계자도 "곽 교육감과 뜻이 달라도 공문에서는 '서울시교육감'이라고 적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실체가 없거나 심하게 뒤틀리기는 공문의 내용도 마찬가지다. 이 부교육감은 재의 요구 사유를 "조례로 학교규칙을 일률적으로 규제함으로써 상위법과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 위법 문제 또한 시교육청 법무 담당 부서에서 '하자가 없다'는 공식 해석을 내렸는데, 이 부교육감이 제멋대로 뒤집은 것이었다.

공문은 또 "조례에 위임하고 있지도 않은 '학생인권위원회', '학생인권옹호관'을 설치해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교육감의 인사권과 정책결정권을 제한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내용은 이미 곽 교육감의 교육감 선거 공약에 들어가 있던 내용이다.

곽 교육감이 '인사권과 정책결정권을 제한할 소지가 없다'고 봤는데도, 교육감의 권한을 대행하는 이 부교육감이 손사래를 친 격이다.

이에 따라 "호랑이 가둬든 틈을 타 '토끼'가 왕 노릇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이 부교육감은 인사권과 정책결정권을 제한할 소지가 있다는 '학생인권옹호관' 계획에 지난해 12월 말 스스로 사인했다.

시교육청이 지난해 12월 29일 발표한 '2012 서울교육 주요업무계획'에는 "학생인권조례 확정, 공포 시 인권교육센터 정비와 인권옹호관 배치, 인권센터 설치" 등의 방안이 들어 있었다. 진짜 인사권 제한 소지가 있었다면 왜 그는 이 계획에 결재했을까?

9일 오전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8명의 의원이 "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이대영 부교육감은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일 오전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8명의 의원이 "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이대영 부교육감은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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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이 아니다"

김형태 서울시의원(교육위)은 "여느 지방자치단체와 달리 시도교육청 부교육감만 교과부장관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임명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이번과 같은 해괴한 공문이 탄생했다"면서 "하루 빨리 법을 바꿔 부교육감 임명을 교육감이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시교육청 한켠에서도 한숨 소리가 들린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감 권한대행이라는 분이 공문 등을 통해 '서울시교육감'이란 직함을 참칭한 것"이라면서, 그 이유를 다음처럼 설명했다.

"교육감 권한대행은 시민이 직접 뽑은 교육감의 정책에 대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조례 재의 요구처럼 서울시교육감의 생각과 정반대 행동을 한다면 이는 교과부나 한국교총의 권한대행은 될지 몰라도 교육감 권한대행은 아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학생인권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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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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