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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생태가 답이다>
▲ 책 표지 <마을, 생태가 답이다>
ⓒ 검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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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희망 찾기' 네 번째 책 <마을, 생태가 답이다>를 읽는 동안 고향이 떠올랐다. 자식들 다 떠난 마을 지키며 백발 성성한 노인들만 옹기종기 모여 살던 마을, 언제부터인가 도시 사람 하나 둘 들어와 정착한 마을.

고향(강원도 횡성)에도 꽤나 많은 도시 사람들이 내려와 정착했다. 폼 나는 전원주택 지어놓고 필요할 때 잠깐잠깐 내려와 사는 사람, 축사에 소 들이고 본격적인 축산인이 되고자 정착한 사람, 텃밭에 푸성귀 심고 유유자적 사는 사람, 시 쓰는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

그래서일까. 시내에 살다 이따금 찾는 고향에서 예전과는 달리 낯선 느낌마저 든다. 고향 지킴이로 살아온 노인들과 새롭게 들어와 정착한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 사이도 마냥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농촌에 들어와 정착한다고 다 농촌 사람은 아닐 테니까.

"귀농자들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귀농할까요? 도시의 논리, 경쟁의 논리에서 귀농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몸은 농촌에 있지만 머리는 여전히 도시적 사고방식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지요. 그러나 그렇게 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책 속에서)

도시에서 모은 돈으로 집부터 우뚝 짓고 한가로운 전원생활 꿈꾸며 내려와 정착한 농촌 생활이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다. 돈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졌던 도시 생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가난할 수밖에 없는 게 농촌 생활이다. 농촌 생활이 낭만이나 취미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그제야 깨닫게 된다.

함께 풍요롭게 살기 위해 어떤 삶의 철학 필요한지 보여주는 책

귀농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게 1997년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부터다. 이 시기 귀농은 도시에서 구조조정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생계형 귀농이 중심이 됐다. 일부 사람들이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정착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상당수 사람들은 실패했다. 농사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고, 아이들 교육문제, 원주민과의 관계의 어려움 등의 난관을 극복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시 소강상태에 머물렀던 귀농이 다시 활성화된 게 2004년 이후였다. 외환 위기 시절의 생계형 귀농과는 달리 이 시기는 도시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도시와 전혀 다른 삶을 꿈꾸며 귀농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전 준비도 철저해진 게 특징이다.

<마을, 생태가 답이다>는 자연의 원리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다들 희망이 없다는 농촌에서 희망의 불씨를 지켜가며 사는 사람들, 당장의 성과가 드러나지 않지만 에너지 자립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 스스로 가난을 자처한 사람들과 도시의 편리함을 버린 사람들, 산골 오지라는 지리적 불합리함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마을들의 이야기들이다.

귀농에 대해 마음 두고 있거나, 생태와 공동체의 삶에 관심 있다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마음은 굴뚝같은데 선뜻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나 혼자 부자 되어 잘 살기 위함이 아니라 나와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함께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 어떤 삶의 철학이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자연과의 공생'이란 말은 건방진 말"이라며 자연과 함께 사는 게 아니라 자연의 원리에 순응하는 삶을 강조하는 변연단 연두농장 대표는 당연하지만 무시되어 왔던 인식의 전환과, 농을 통한 생활의 실천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자립이란 돈으로 자립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난한 삶이 곧 자립입니다. 귀농하면 집부터 짓고, 도시인의 삶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생활하니 또 돈의 고통을 겪게 됩니다. …(중략)… 시골에서는 거의 돈 없이 사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돈과 멀어지는 생활의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런 가난의 철학을 가지고 시작해야 합니다. 삶의 가치를 전환시키는 철학 없이는 농촌에서도 불행합니다. (책 속에서)

덧붙이는 글 | 박원순 / 마을, 생태가 답이다 / 검둥소 / 2011.8 / 1만4500원



마을, 생태가 답이다 - 환경을 생각하는 생활문화 공동체

박원순 지음, 검둥소(2011)


태그:#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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