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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20불짜리 배추가 어딨나?"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물가관리 책임 실명제를 주문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일상에서 달러를 접할 수 없는 토종 입장에서 20달러가 얼마만큼의 가치인지 금방 떠오르지 않아 순간 당황했지만 배춧값이 턱없이 비싸다는 말뜻이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대통령이 배춧값 20불을 언급했던 날 저녁 "송아지 한 마리 값이 만 원으로 폭락"했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졌다. 삼겹살 1인분도 만 원인데, 병아리도 강아지도 아닌 송아지 한 마리가 만 원이라니. 대통령 표현에 의한다면 20불짜리 배추 한 포기로 송아지 두 마리 정도는 어렵지 않게 살 수 있다는 얘기 아닌가.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쇠고기 수입 개방에 따른 국내산 쇠고기 수요 감소,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사료 가격 폭등 등에서 원인을 찾는다. 이렇게 소 값이 폭락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쇠고기 가격은 여전히 비싼 점을 들어 왜곡된 국내 유통 구조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분석하는 사람도 있다.

 

농사와 하나였던 옛날의 소 사육... 비육 중심되면서 문제 커져

 

어린 시절 집에서도 소를 길렀다. 송아지 때 사들여 다 늙을 때까지 기르다보니 가족이나 다름없이 정도 들었다. 농촌에서 소는 쟁기 씌워 밭을 가는 데 주로 이용했다. 풀 무성한 계절에는 풀 베어다 먹이고, 겨울에는 볏짚, 옥수숫대, 콩대 등을 섞어 쇠죽 쑤어 먹였으니 따로 비용이 들어가지 않았다. 소를 이용해 농사를 지었고, 소 분뇨는 거름으로 이용했다. 농사와 소 사육은 별개가 아닌 하나의 일이었다.

 

그런 농촌에 경운기가 보급되면서 소의 용도도 농경에서 비육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농경 목적의 소는 늙을 때까지 외양간에 있어도 되지만, 비육용 소는 젊고 싱싱할 때 팔아야 최대 이윤을 얻는다. 소 사육 시작부터 판매까지의 주기가 그만큼 짧아졌다. 짧아진 기간에 최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 가공된 사료를 먹였다. 이제 소 사육과 농사는 전혀 다른 별개의 일이 되었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소를 사육하면서 과열 경쟁이 생겨나고 사육 규모의 확대를 가져왔다. 규모가 커졌지만 사육 기반은 취약해졌다. 대량으로 생산되어 공급하는 사료 원료 대부분이 외국산 농산물에 의존하고 있고, 자유무역협정 체결 국가가 증가하면서 쇠고기 수입 개방의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송아지 한 마리 만 원'인 현실은 필연적 결과로 볼 수 있다. 군대에서 소비하는 외국산 쇠고기를 국산으로 대체하고 소 사육 두수를 감축시키는 것도 일시적인 해결책일 뿐이다.

 

자연을 파괴하는 농업과 축산업을 바꾸자

 

'송아지 한 마리 만 원'이란 기막힌 보도를 접하면서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짚 한오라기의 혁명>(녹색평론사 펴냄)이 떠올라 시립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다시 읽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적으로 자연이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합니다. 그런데 다만 무엇이 자연인지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자연을 부자연스럽게 만드는 최초의 출발점이 무엇인지, 그것을 확실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책 속에서)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각종 농약과 비료를 쏟아 부어 생산하는 농업이 끝없이 자연을 파괴하며 파국을 향해 가는 것처럼, 석유를 기반으로 대규모로 생산되는 외국산 농산물을 수입 가공해서 만든 사료를 먹여 짧은 기간에 살을 찌워 내다 파는 축산업 역시 끝없이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고 땅을 갈지도 않고 40여 년 벼와 보리를 생산했던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자연농법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이윤추구를 동력으로 운행되는 무한경쟁 기관차에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어떻게 먹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인격이 거기서 다 드러나고, 인류는 물론 지구의 흥망조차 거기에 걸려 있기 때문인데, 안타깝게도 우리 인류는 지금 형제의 것까지 가로채 게걸스럽게 먹는 천한 방식으로 지구를 살고 있다. 이 책은 말한다. 지구가 천국이다. 이 말에 동의하지 못하겠다 싶은 사람은 우주 지도를 놓고 보라. 어느 별로 가겠는가? (책 속에서)

덧붙이는 글 | <짚 한오라기의 혁명>/후쿠오카 마사노부 저/최성현 옮김/녹색평론사 펴냄/2011.9.9


짚 한 오라기의 혁명 - 자연농법 철학

후쿠오카 마사노부 지음, 최성현 옮김, 녹색평론사(2011)


태그:#자연농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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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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