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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9일 예정됐던 비상대책위원-의원 연석회의를 '연기'했다. 공식적으로 밝힌 연기 사유만 보자면 '해프닝'에 가깝다.

 

이두아 한나라당 원내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황영철 비대위 대변인이 (9일 연석회의를) 브리핑한 후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는데 각 의원들의 의정보고 대회가 11일까지 잡혀 있어 연기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어, "의원들과 비대위원이 서로 만날 필요성이 제기되는 만큼 상견례 등 만남의 자리는 마련될 것"이라며 "정확한 시기를 말하긴 곤란하지만 의정보고대회가 마감된 이후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종합하자면, 의원들이 다수 참석할 수 있는 날짜를 고려치 않은 '실무적 착오'가 빚어낸 일인 셈이다.

 

그러나 일부 비대위원과 친이계 의원들이 '정권 실세 용퇴론'을 두고 정면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로 대면할 경우, 당내 분란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부담감이 연석회의 연기를 이끌었단 분석도 나온다.

 

잘못 전해진 비대위 전체회의 결론이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 만 하루 동안 퍼져 나갔는데도 당은 이를 바로 잡지 않은 채 방치한 것을 염두에 둔 지적이다. 실제 지난 2일 비대위에서는 의정보고대회 일정만이 아니라, "비대위원들과 의원들이 만났는데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다면 의미가 있겠느냐"라는 주장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 물갈이 방안' 등 놓고 설왕설래... 당내 불안감 가중돼

 

인적쇄신이 강조되면서 당내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도 부담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 공천기준 등에 대한 갖가지 '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 특히, 지난 2일엔 '여론조사 물갈이' 방안이 돌출됐다. 오는 4·11 총선에서 당 지지도보다 5%포인트 이상 지지율이 낮은 현역 의원을 일괄 교체한다는 안이다. 한나라당의 여의도연구소가 이를 위해 설 연휴를 전후해 각각 한 차례씩 여론조사를 실시키로 했고 이미 1차 견본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구체적 내용이었다.

 

그러나 황영철 대변인은 "비대위에서 현재까지 공천기준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는 진행하지 않았다"며 "비대위가 (여론조사 물갈이 방안에 대해) 따로 보고받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2일 접촉한 당내 여러 관계자들도 "(여론조사 물갈이 방안은) 공천기준 중 여러 가지 검토 방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한 의원은 "홍준표 대표 당시 여의도연구소에서 선거학회에 용역을 줘 '교체지수'를 만들어 홍 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이건 당의 공식 입장으로 볼 수 없다, 당 지지도와 5%포인트 차이가 맞더라도 전체 교체지수 항목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여의도연구소에 근무한 한 당직자는 "상식적으로 그런 룰을 만들기 위해 비대위를 구성하고 그 안에 (정치개혁·공천개혁을 다루는) 정치1분과를 만든 것 아닌가"라며 "그런데 벌써 공천 기준을 만들었단 얘기인가"라고 반문했다.

 

'정권 실세 용퇴론'의 대상으로 지목된 '친(親)이재오계'에서 일부러 '여론조사 물갈이 방안'을 방패막이로 내세웠단 얘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 당직자는 "당내에서 이재오계에서 '정권 실세 심판론'을 물타기 위해 흘렸다는 말이 나돈다"고 말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이 오는 11일을 공천기준 마련의 1차 시한으로 제시했다는 얘기도 사실과 다르단 얘기가 나온다.

 

정치1분과에 참여하고 있는 한 비대위원은 2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김 비대위원의 말은, 입후보제한을 받는 고위공무원·언론인들이 12일까지 사직해야 하는데 예년에는 11일까지 공천기준을 마련해줬다는 취지였다"며 "11일까지 1주일 정도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공천기준 전체를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인적쇄신' 두고 갈등 격화... 박근혜 "총선공천, 일체의 기득권 배제할 것"

 

한편, 비대위원과 친이계 의원들의 갈등은 점점 더 격화되고 있다.

 

공천개혁을 준비하는 정치1분과에 참여 중인 이상돈 비대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원내 안정 의석을 가진 집권여당의 당 지휘부가 완전히 붕괴됐는데 문제를 야기한 사람들이 책임을 지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며 "그 사람들이 그대로 있다면 바뀌었다고 해도 감동이 없다"고 밝혔다. 즉, '정권 실세 용퇴론'을 굽힐 생각이 없다는 얘기였다.

 

이 비대위원은 특히 자발적인 용퇴가 없을 경우 비대위 차원에서 인적쇄신을 강행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여러 기준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며 의원들의 집단성명 및 다른 비대위원의 비리 추가 폭로 등을 예고한 친이계 장제원 의원 역시 이날 트위터(@Changjewon)를 통해 "쇄신 얘기하시는 분들의 도덕성에는 왜 그렇게 관대하시죠",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가 문제 있으면 그 메시지마저 죽는 겁니다"라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날 KBS라디오 정당대표 연설을 통해 비대위원의 손을 들어줬다. 박 위원장은 "그동안 우리 정치는 매번 개혁과 혁신을 한다고 하면서도 번번이 주저앉곤 했는데 국민의 눈높이가 아닌, 정치권 내부의 논리를 버리지 못한 결과"라며 "(공천기준에 대해) 저를 비롯한 한나라당 구성원이 가진 일체의 기득권을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태그:#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 #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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