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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자유의 다리에서 열린 한국작가회의 '글발글발 평화 릴레이 걷기'에서 구중서 이사장(가운데)이 평화 선포문을 낭독하고 있다.
 26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자유의 다리에서 열린 한국작가회의 '글발글발 평화 릴레이 걷기'에서 구중서 이사장(가운데)이 평화 선포문을 낭독하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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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끝 임진각에서 남쪽 끝 제주도까지, 문인들이 걷는다. 평화를 염원하는 편지를 담은 우편물 배낭을 짊어지고 527km나 되는 먼 길을 한겨울 혹한의 날씨 속에 걷겠다고 한다. 그들의 최종 목적지는 제주도에서도 남쪽 바다가 보이는 강정마을이다.

한국작가회의 소속 문인들이 제주도 강정마을에 건설되는 해군기지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한 대장정에 나섰다. 이들은 26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평화선포식'을 개최하고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강추위 속에 긴 여정의 첫 발걸음을 뗐다.

"제주해군기지는 역사적 모욕이자 문화적 수치"

'글발글발 평화릴레이, 1번 국도를 걷는 작가들'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는 대장정에는 시인 이시영, 도종환, 안도현, 함성호, 손택수, 문태준, 김근과 소설가 현기영, 공지영, 전성태, 김연수, 백가흠, 문학평론가 염무웅, 황현산 등 원로에서 신진 작가까지 150여 명의 문인들이 참여한다.

하루 20여km를 두 팀이 나눠서 걸으면서 강정에 보내는 작가들의 편지를 담은 우편배달 배낭을 릴레이로 전달하게 된다. 이날 동화작가 노경실씨가 쓴 편지가 배낭에 담겼다.

문인들은 1번 국도를 따라 목포까지 걷고 배로 제주항으로 들어가 강정마을까지 남은 거리를 가게 된다. 대장정이 지나가는 지역의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결합할 예정이다. 한국작가회의는 그동안 제주도 강정 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의 부당성을 지지 방문과 기고 등의 활동을 통해 지적해 왔다.

구중서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이날 선포식에서 "제주도 강정마을은 전형적인 국책사업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라며 "편법 부지 선정, 토지 강제 수용, 유네스코 인류유산 파괴, 주민을 겁박하는 형사권 남용이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구 이사장은 '한바탕 평화, 한바탕 승리'라는 제목의 선포문에서 "제주도가 4·3 고통을 어렵사리 딛고 일어서서 '평화의 섬'을 천명한 것은 제주도가 겪은 고통을 인류 평화와 전쟁 억제라는 위대한 지향으로 승화시키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평화의 가슴 제주를 정치적, 경제적 욕망으로 가득 찬 자들이 희롱하게 놓아두는 일은 역사적 모욕이자 문화적 수치"라며 "이 겨울, 짐을 받아진 당나귀들처럼, 흰 눈이 푹푹 내린다 해도 우리 질문을 단단히 붙들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날 대장정의 첫 주자는 안지숙 소설가와 김사림 시인이 맡았다. 누런 우편배달 배낭을 , 멘 이들이 앞장을 섰고, 선포식에 참석한 20여 명의 문인들이 그 뒤를 따랐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한국작가회의 소속 문인들이 임진각에서 제주도까지 행진에 나섰다. 임진강역을 지나는 모습.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한국작가회의 소속 문인들이 임진각에서 제주도까지 행진에 나섰다. 임진강역을 지나는 모습.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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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제주 4.3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레드헌트'의 조성봉 감독이 행사 전 과정에 동참해 이번 행사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할 예정이다. 그는 매일 유튜브를 통해 걷기 영상을 올려 일반인들의 참여도 이끈다는 계획이다. 일반인들도 작가회의 홈페이지(http://www.hanjak.or.kr/) 게재된 구간별 걷기 일정표를 보고 좋아하는 작가의 일정에 맞춰서 함께 걸을 수 있다.

또 대장정 기간 중 문인들이 쓴 편지와 글을 <오마이뉴스> 블로그(글발글발 평화릴레이)를 통해 볼 수도 있다.

한국작가회의 평화 선포문 - 제주, 숨비기꽃으로 문지른 평화의 가슴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이 겨울에 작가들이 왜 걷습니까?"
우리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평화 감수성을 단련하기 위해서입니다."
많은 지역을 두고 왜 굳이 바다 건너 강정마을로 가는가 묻기도 합니다.
그 대답은 이렇습니다.
"한번 잃으면 다시 회복할 수 없는 생명들이 제주 강정마을에서 우리를 부르기 때문입니다."

제주도 강정마을은 전형적인 국책사업 폭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편법으로 점철된 부지 선정, 토지 강제 수용, 유네스코가 인류 유산으로 지정한 희귀생물권과 문화재를 파괴하는 야만, 민군복합항 이중계약 체결에 대한 침묵, 주민 겁박을 위한 형사권 남용 등입니다.
경관1등급 지역 파괴에 일조하면서 국제적 사기인 세계 7대 경관 전화 투표라는 검은 축제에 진력한 도백과 제주해군기지 예산을 철회시킬 칼을 가졌으나 사용하지 않는 지역 국회의원의 직무유기 역시 폭력의 일환입니다.

국민의 삶터를 헐값에 강탈하는 근육질 토건 그림자들이 오랫동안 우리나라를 휩쓸어 왔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무릎 꿇었으나 강정마을 사람들은 끈질기게 저항하고 있습니다. 대대로 살아온 아름다운 마을을 지키며 어부로, 농부로 살아갈 평화생존권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들의 저항이 왜 옳은지 25박 26일을 걸으며 생각해 보겠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들은 한 마을 사람과 자연이 죽을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공동체 구성원 다수가 냉담하게 개발 이익만을 계산하는 가공할 상황에 대해 진심으로 좌절하고 슬퍼하려고 합니다.

전국 여러 도시가 미국의 대미사일기지로 편입된 대한민국입니다.
아무리 군사적 주권이 미약한 정황이라 해도, 제주도 하나 <평화의 섬>으로 남겨놓을 능력도 없는 나라라면, 우리는 25박 26일이 아니라 천 년을 관통하는 통찰력으로 국방과 외교와 정치 맡은 자들을 추궁해야 합니다.

기지와 배만 많으면 군사력이 강화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볼 때 더욱 그렇습니다. 현재 보유한 기지와 병력에 내실을 기하라고 해군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영해 문제, 이어도 자원 문제, 해적 문제 모두가 외교 능력 내지 해경 강화로 해결할 문제입니다. 국가 권력과 군에 대한 혐오로 애국심을 포기하는 국민이 많아지면 어떤 전쟁에서도 이길 수 없습니다. 국민이 가장 막강한 군사력입니다.

제주도가 4·3 고통을 어렵사리 딛고 일어서서 <평화의 섬>을 천명한 본심은, 조국 수호를 위해 미사일 과녁을 자처하겠다는 각오가 아니었습니다. 제주가 겪은 고통을 인류 평화와 전쟁 억제라는 위대한 지향으로 승화시키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숨비기꽃 향기 선연한 평화의 가슴 제주를 정치적 경제적 욕망으로 가득 찬 자들이 희롱하게 놓아두는 일은 역사적 모욕이자 문화적 수치입니다.

우리들은 이 겨울, 짐을 받아 진 당나귀들처럼 걷겠습니다.
흰 눈이 푹푹 나린다 해도, 우리 질문을 단단히 붙들겠습니다.
어머니가 품에 안고 어르는 소중한 존재였던 '한 사람' 들의 삶에 대해.
'죽도록' 열심히 일하는데 헛바퀴 돈 듯 빈손인 가난에 대해.
우리 아이들 미래가 자꾸만 절망 쪽으로 기우는 까닭에 대해.
내가 하는 문학이 이 모든 고통을 위해 별 힘이 되지 않는 열패감에 대해.
군함의 기름띠와 개발 미끼인 시멘트 구조물로 뒤덮인 제주가 아니라
평화를 가르치고 배우는 마을이 있는 제주에 대해.
내년 봄에 심으려고 받아둔 몇 가지 꽃씨에 대해.

한바탕 평화, 한바탕 승리를 선포합니다!

12월 19일 현재 참가를 신청한 작가 현기영, 구중서, 정희성, 염무웅, 황현산, 이시영, 이은봉, 김사인, 김형수, 임동확, 강형철, 이시백, 박형준, 고광헌, 손택수, 백가흠, 신용목, 이경철, 안명옥, 길상호, 함성호, 임우기, 이명원, 박성우, 강영, 이재웅, 강진, 박찬세, 김두안, 노경실, 최종천, 이우성, 유채림, 이용헌, 문태준, 김근, 공광규, 오수연, 맹문재, 임희구, 임성용, 오창은, 황규관, 홍기돈, 고영직, 이진희, 조동범, 박설희, 박홍점, 성향숙, 김은경, 서수찬, 김홍성, 서효인, 전성태, 김소연, 김응교, 공지영, 이정록, 윤이주, 김영수, 김현, 조정, 김사이, 김자흔, 이순원, 김연수, 도종환, 김성장, 안도현, 나종영, 김경윤, 박관서, 이중기, 김희정, 홍명진, 유현아, 유종, 신경섭, 정양주, 최기종, 김성호, 이종암, 정대호, 신기훈, 권덕하, 홍양순, 함순례, 이민호, 정우영, 김수열, 김경훈 김명기, 이은선, 마린 김소연, 이용임, 정세훈, 정수경, 백무산, 안지숙, 박일환, 권선희, 강미정, 정용기, 김광님, 이종남, 전해윤, 이경호, 전홍준, 이현조, 안학수, 김봉균, 류지남, 김병호, 이정섭, 윤임수, 정바름, 박아연, 이미숙, 박진성, 이강산, 박태건, 김정배, 김용택, 이병초, 곽병창, 장마리, 김성철, 기명숙, 김병용, 문정희, 김유석, 박일, 김종필, 김다연, 김형미, 복효근, 서철원, 최기우, 신귀백, 유강희, 정종화, 정한용, 천금순, 경기광주지부 등.


태그:#강정마을, #제주도, #한국작가회의, #작가회의, #해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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