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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박사가 지난 참여정부 당시 환경부 차관까지 지냈고 청와대에서 종합부동산세를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김수현 교수(박원순 서울시장 인수위원장)를 <경향신문> 칼럼을 통해 한방 친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김수현 교수는 참여정부가 막을 내리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을 때 헌법재판소 앞에서 처음 만났다. 종부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던 날이었다. 그 때 나는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부장을 맡고 있는 실무자였고, 종부세를 사수하기 위해 당시 단체 회원들과 함께 헌법재판소 앞에서 매일 릴레이 일인시위를 진행하고 있었다.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던 그 날, 나는 시민단체와 정당(참여정부 당시 건설교통부,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현 민주당 이용섭 의원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함께 종부세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김수현 교수를 처음 봤다.

 

그리고 참여정부가 끝난 이후에 종부세를 위해 같이 싸운 동지(?)로서 사석에서 토지정의시민연대, 토지+자유 연구소 사람들과 함께 김수현 교수를 만나 한두 번 같이 식사를 한 기억이 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에 의해 종부세가 무력화되어서 안타깝지만 그래도 수고했다고 서로 위로하며 격려했던 기억이 있다.

 

우석훈 박사를 처음 본 것은, 희년함께 사무처장을 맡게 되어 여러 기독단체들이 세종시 문제를 주제로 공동 개최한 제1회 사회선교포럼에 우 박사가 발제자로 참석했을 때였다. 그 당시 우석훈 박사는 이계안 의원이 만든 2.1연구소 소장(지금도 소장인지는 잘 모르겠음)이었는데, 사석에서 내가 2.1이 무슨 뜻이냐고 우석훈 박사에게 물으니까 우리나라 출산율을 2.1로 만드는 게 2.1연구소의 목표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우석훈 박사의 발제는 재미있었다. 게다가 그의 언어는 '황금 이빨'이라 불려도 될 정도로 현란했다.

 

'가락동 시영아파트 재건축 허용', 헛다리 짚은 우석훈 박사

 

 

우석훈 박사는 <88만원 세대>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고 유명한 사람이다. 하지만 김수현 교수를 아는 젊은이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김수현과 우석훈 둘 중에 누가 더 내공이 깊은가를 굳이 고르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김수현을 택하겠다. 물론 개인적으로 김수현 교수가 사준 밥을 얻어먹었기 때문은 아니다.

 

김수현 교수는 서울대를 다니면서 철거민단체(당시 서철연) 활동부터 시작해 주거단체, 연구소, 청와대와 행정부를 두루 거쳤고 학자적 소양까지 갖춘 사람이다. 게다가 겸손하기까지. 희년함께 공동대표인 전강수 교수는 이번 일에 대해 "지금 현재 진보개혁 진영에서 김수현 교수를 능가할 만한 부동산 전문가는 없습니다. 귀한 인재를 근거 없이 흠집 내는 일 그만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평가했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김수현 교수가 서울시 토건족의 바람막이'라는 우석훈 박사의 주장은 한마디로 '오버'다. 가락동 시영아파트 재건축 허용이 김수현 교수의 작품이라는 우석훈 박사의 추측은 참여연대 홍성태 교수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 "가락시영 종상향 논란에서 문제는 오세훈 도시계획위원회(이하 도계위)였다는 것이 밝혀진 상태"다. 우석훈 박사는 헛다리 짚고 헛스윙을 날린 꼴이다. 이런 걸 두고 '허수아비치기'라고 한다.

 

나는 양비론과 양시론을 둘 다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 우석훈 박사가 제기했던 문제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나도 어느 정도 공감한다. 우석훈 박사가 제기한 문제는 결국 김수현 교수의 책임이 아니라 박원순 시장이 책임져야 하는 문제다.

 

나도 이번에 서울시 도계위에서 가락동 시영아파트 재건축을 풀어준 것이 우려된다. 이번 결정이 박원순 서울시장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말해도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서울시장이면 서울시의 시정을 책임져야 하고, 더 나아가 그런 결정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어떤 시그널을 줄지 생각했어야 했다.

 

박원순 시장도 '피아식별' 잘해 끝까지 싸워야

 

당장 가락동을 풀어주면 강남의 다른 모든 재건축 단지에서 형평성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재건축을 모두 풀어달라고 아우성칠 게 불을 보듯 훤한 일이다. 그리고 그게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고려했어야 했다. 만약 서울시 도계위의 이번 결정에 박원순 시장이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문제고, 박원순 시장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해도 문제다. 박원순 시장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하면, 이런 결정이 나오는 데 박원순 시장이 아무런 영향력을 못 미치고 결국 시정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서울시장의 의지와 상관없이 서울시의 도시계획을 도계위에서 마음대로 결정한다는 게 서울시민들로서는 잘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결정을 도계위에서 내렸다고 해도 그에 따른 최종적인 책임은 결국 서울시장이 져야 한다.

 

 

우석훈 박사가 말한 "지금 서울시가 실패하면, 내년의 총선, 대선, '이렇게 바꾸자'는 얘기를 우리가 할 수가 없다"는 대목은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시민들은 결국 결과로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정을 평가할 것이다. 그리고 박원순 시장에 대한 평가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개혁진영에 대한 평가로 오버랩되면서 이어질 것이다.

 

박원순 시장의 임기가 얼마 되지도 않고 임기 내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방에 깔린 토건족에 대해 '피아식별'을 잘 하면서 끝까지 싸우고 버텨야 한다. 동시에 시민들이 원한다고 해서 거기에 항상 연연해서도 안 된다. 소위 '박원순 효과'로 인해 서울 집값이 떨어지고 부동산 시장이 더 얼어붙어 거래도 안 되게 만들었다는 누명과 협박을 듣더라도 이에 굴하지 말아야 한다. 강남 재건축을 풀어주지 않는 게 '반서민적'이라는 말도 안 되는 국토해양부 장관의 궤변과 협박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물론 박원순 시장의 싸움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 당신을 뽑아준 서울시민들을 믿고 힘내시라. 서울시민들은 당신의 행보를 앞으로도 계속 지켜볼 것이다. 무소의 뿔처럼 흔들리지 말고 나아가시라.

덧붙이는 글 | 고영근 기자는 희년함께(www.landliberty.org)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고,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운영위원입니다.


태그:#박원순, #김수현, #홍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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