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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전하는 특별방송에서 "17일 (오전) 8시 30분 현지 지도의 길을 이어가시다가 달리는 야전 열차에서 서거하셨다"고 공식발표했다. 시각은 특정했으나, 장소는 '야전열차'라고만 밝힌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총괄적인 정보책임자인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이 발표가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정일 특별열차가 평양 룡성역에 서 있었다는 정보가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는 북한의 체제특성상 최우선시하는 최고지도자 관련 내용, 그중에서도 사망에 관련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원 원장의 이 발언은 정보위가 끝난 뒤 한나라당 소속 정보위원을 통해 알려졌다. 비공개가 원칙인 정보위원회 내용은 여야간사가 합의한 것들만 브리핑하는 게 관례인데, 간사들이 브리핑하지 않은 내용이 뒤늦게 한나라당 의원을 통해 전파된 것이다.

"원세훈 국정원장, 작정한 듯 발언했다"

20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소집된 국회 정보위에 원세훈 국정원장이 출석하고 있다.
 20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소집된 국회 정보위에 원세훈 국정원장이 출석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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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원 원장이 발언을 시작하면서 작정한 듯 이렇게 말했다"고 확인했다.

최 의원은 21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회의장에서 '미국의 위성사진이 그 증거일 텐데 몇 장을 찍어서 판독한 것인지, (현지지도에서 복귀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몇 시간 간격으로 찍은 사진인지 등에 대한 자료를 내라'고 요구했으나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또 "어제 회의에서 21일 오전까지 대면 보고하라고 했는데, 준비시간에 며칠 걸린다고 하다가 정보사항이라 안 된다며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같은 정부 내에서 국정원과는 다른 정보 판단도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는 '군 당국자'가  "16일부터 18일 사이에 김정일 전용 열차는 움직였다"며 "김정일 전용 열차 안에 김정일이 타고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분명히 전용 열차는 평양역에서 어디론가 움직였다, 그건 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최 의원은 "결국 국정원은 명확한 관련자료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에 김정일 전용열차 7대라고 들었다"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한 대 뿐이냐'는 지점도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평양 룡성역에 정차해 있던 열차가 아닌 다른 열차를 이용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일 전용열차는 한 대 이상"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조선노동당 출신 탈북자는 <오마이뉴스>에 "2002년 평양에 있을 때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7대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 탈북자는 "북한이 '김 위원장이 인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다가 죽었다'고 미화하기 위해 허위내용을 전했을 가능성도 분명히 있지만, 이를 부정하려면 사실근거는 명확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박선원 박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정일 특수 열차는 최소 2종류 이상"이라며 "(국정원이) 평양 룡성 이외 지역에 또 다른 김정일 특수열차의 행적을 확인했는가?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비서관은 또 "미국으로부터 제공받은 특수영상정보(SI)분석이 한미 정보당국 사이에 확실히 끝난 뒤에 나온 공식 입장인가? 단언하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며 "미국과 특수영상자료에 대해 거론하자는 합의가 있었는가? 이 역시 결코 미국측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수영상정보는 동영상인가 아니면 스틸 사진인가? 전자는 아니다, 몇시 몇 분에 촬영한 것인지 밝히지 않는다면 국정원장이 북한 발표에 의구심을 제기할 증거자료의 가치를 지녔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보수언론에서 원 원장의 발언을 중요하게 부각시키고 있는 상황에 대해 박 전 비서관은 "김정일 관련 동향정보가 전혀 없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뭔가 한마디 한 것이 대형 정보사고가 되었고, 거기에 저질 안보 장사 신문이 판을 흔들어보려는 소재로 악용했다"고 비판했다.

최재성 의원도 "원세훈 원장은 '열차가 서 있었다고 이야기했을 뿐이지, 북한 발표가 거짓이라고 하지 않았다'며 피해나가려 하겠지만, 원 원장의 발언은 정보 취득 실패책임을 덮기 위한 물타기이고, 더 큰 문제는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감안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는 카드로 보인다는 것"이라며 "매파들의 준동이 시작된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북한 공 들이는 부분 정면 부정, 바람직하지 않아"

한나라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보위원장으로 문제의 정보위 회의를 이끈 권영세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북한이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해서 분식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서도 "남북관계가 민감한 상황에서 북한이 공을 들이는 부분에 대해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열차 문제에 대해서는 "열차가 출발했다가 위중한 상황이어서 오전 8시30분쯤 돌아왔다면 (위성사진으로) 8시에 찍은 것도, 9시에 찍은 것도 열차는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태그:#김정일, #원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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