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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발상의 전환이 보인다

중앙 잣나무길
 중앙 잣나무길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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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이섬을 남북으로 잇는 중앙 잣나무길로 들어선다. 겨울의 쨍한 추위가 얼굴을 때린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 길옆으로는 유니세프 나눔열차가 달려온다. 이 좁은 섬에 기차라니, 이게 바로 발상의 전환이다. 나남나라 공화국, 이 생각 자체가 파격이다. 거기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광청, 중앙은행, 기상대, 이건 또 무슨 기막힌 발상인가! 이 중앙로에는 역사문화관과 유니세프 나눔열차 중앙역도 있다.

잣나무길 옆으로 최근에 조성한 은행나무길이 이어진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환경농장 연련지에 이른다. 이 연못은 추위로 꽁꽁 얼었다. 연못 위로는 나무다리가 놓여있는데, 그 이름이 '첫키스다리 유리메타'다 그런데 이 다리 역시 역발상의 산물이다. 사람들은 유원지에 가면 술을 먹는다. 그리고는 그 술병을 버리고 간다. 이 술병을 치우는 일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설치작가 강우현이 그 녹색 소주병을 예술적으로 재탄생시켰다.

첫키스다리 유리메타
 첫키스다리 유리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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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유리벽을 설치하고 거기다 병을 거꾸로 꽂은 모습이다. 다리라는 실용적인 객체에, 예술이라는 아름다운 오브제를 더한 것이다. 이 다리를 건너 사람들은 영화 <겨울연가>의 첫키스 장소로 간다. 그러고 보니 이 다리는 짝을 지어 온 젊은이들이 꼭 건너는 명소가 되었다. 다리의 모양도 오작교처럼 아치형으로 만들어 분위기를 더했다. 옆에서 보면 얼음에 비친 반영도 아름답다.

이제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간다. 섬의 한 가운데쯤 있는 음식점 '섬향기 서울깍두기'다. 상호도 역시 특이하다.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로 북적인다. 닭갈비 냄새가 진동한다. 우리는 춘천닭갈비를 시킨다. 이곳이 행정구역상 강원도 춘천이어서 이 음식이 가장 많이 팔린다고 한다. 숯불에 구워지는 닭갈비, 냄새뿐 아니라 맛도 좋다. 우리는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잠시 추위로 언 몸을 녹인다.

그림 전시
 그림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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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가는 길에도 발상의 전환은 널려 있다. 상상마루란 이름으로 동물과 곤충 그림이 설치되어 있다. 그림이 입체파와 야수파 그리고 표현파를 뒤섞은 모더니즘 양식이다. 여기다 그로테스크만 더하면 초현실주의가 되겠다. 이제 우리는 송파 은행나무길로 들어선다. 길옆에 카우 퍼레이드(Cow Parade)가 있다. 젖소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머리를 땅에 처박고 거꾸로 서 있다.

카우 퍼레이드는 우리말로 옮기면 젖소들의 행진으로,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이루어지는 공공미술 전시다. 대개 시내 중심 광장이나 거리, 공원, 기차역 등에서 열린다. 2010년에는 이탈리아 로마와 프랑스 보르도, 2011년에는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에서 전시행사가 열렸다. 그런데 그 전시품이 이곳 남이섬에도 와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이 어떻게 남이섬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다음에 강우현 대표를 만나면 물어보아야겠다.

카우 퍼레이드
 카우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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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소들은 유리섬유로 만들어졌다. 스위스 출신의 조각가 파스칼 크납이 세 가지 유형(풀을 뜯는, 서 있는, 앉아 있는)의 젖소를 만든다. 그리고 채색은 전시 국가 예술가들에 의해 이루어지며, 그 지방의 자연과 문화, 도시생활 등을 표현한다. 이 프로젝트는 1998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미술감독인 발터 크납에 의해 처음 수행되었다. 당시 제목은 젖소들의 행진이 아니라 '그 지역 들여다보기'였다.

1999년 미국의 시카고에서 두 번째 퍼레이드가 열렸고, 그를 계기로 '젖소를 가지고 다니는 퍼레이드 회사(CowHoldingParade AG)'가 생겼다. 이 시도가 성공하면서 카우 퍼레이드는 이후 전 세계 도시로 퍼져 나갔다. 대개 전시는 몇 개월 동안 계속되며, 전시 후 젖소는 경매를 통해 팔려나간다. 그리고 경매로 얻은 수익금은 자선사업에 쓰인다.

남이나라 강우현 대통령의 상상망치

상상낙원 별천지
 상상낙원 별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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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강우현 대표와 오후 1시에 약속을 했다. 그가 우리에게 이 조그만 섬을 큰 나라로 발전시킨 얘길 해주기로 했다. 남이나라 대통령 강우현의 집무실은 '상상낙원 별천지'다. 섬의 남쪽 끝에 있다. 그러나 평상시 그곳에서 그를 만나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는 남이섬의 대표이자 CEO로 종일 바쁘게 뛰어다니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는 약속을 미리 했기 때문에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상상낙원 별천지' 옆에는 '남이장대'가 있다. 남한산성이나 수원 화성에 있는 수어장대를 모방한 것이다. 2층의 누각으로 남이나라 군사지휘부다. 우리는 이제 '상상낙원 별천지'로 들어가 남이나라 강우현 대통령을 기다린다. 조금 후 바쁜 걸음으로 그가 책상 앞에 선다. 컴퓨터에 저장된 파워포인트 자료를 스크린에 비추면서 강의를 한다. 그림 위주의 화면에 단문 형식의 단어가 들어가 있다. 텍스트 중심이 아니고 비주얼 중심이다.

강우현 대통령
 강우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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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을 믿으면 상상은 현실이 된다.' 이것이 그의 상상망치 첫 번째 두드림이다. '버리고 뒤집으면 저절로 아이디어가 생겨난다.' 이것이 발상의 전환이다. 상상으로 놀이하고, 상상으로 경영하고, 안 되는 것도 되게 하는 것이 강우현식 상상법이다. 그리고 이것이 익살스런 상상놀이 경영법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그는 이 상상놀이를 남이섬이라는 현장에서 실현하고 구현하였다. 이를 통해 그는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나는 점이다. 하지만 남들이 '너는 점일 뿐이야'라고 부르는 건 싫다. 내가 만들고 그릴 수 있는 모든 것, 생각이 꼬리를 만들고 꼬리는 강아지를 만든다. 나는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다. 하긴 이름이 점이면 어떻고 콩이면 어떠냐? 내 발로 내가 간다. 내 생각이 나를 만든다. 그러나 날더러 '점아~'라고 불러도 좋다. '나는 점이어서 좋다'라고 부르는 건 싫다."

강우현 대표
 강우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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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강의를 들어보니 한마디로 '이빨'이고 '구라'다. 그의 입담은 유쾌하다. 그리고 빠르다. 잠시의 틈도 주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또 질문의 여지도 없다. 한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도 거침없다. 선문답처럼 즉문즉답이다. '홀로 있으면 홀로 있어 좋고, 함께 있으면 함께 있어 좋다'는 식이다. '불(不)을 빼니 불(火)이 붙더란'다. '생각은 거꾸로 행동은 반대로.'

우리는 프리드리히 니체를 망치의 철학자라고 부른다. 나는 강우현을 망치의 디자이너라고 부르고 싶다. 그가 디자인 하는 대상은 섬이고 세계고 인간이고 우주다. 그는 여의도의 1/5 밖에 안 되는 작은 섬을 공화국으로 만들었다. 그는 생각을 현실로 구현한 개혁자고 혁신가다. 그의 생각나라가 지금 우리 곁에 있음을 보면 알 수 있다. 강연이 끝나자 그는 우리에게 책을 한 권씩 나눠준다. <Point Story 포인트 스토리>와 <남이섬 CEO 강우현의 상상망치>다.

남이나라 공화국에 대한 생각

남이나라
 남이나라
ⓒ 남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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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나라 공화국에 대한 평가는 보는 입장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 긍정적인 쪽에서는 성공적인 생태관광지로 본다. "우리가 이번에 테마파크를 만드는데, 남이섬을 벤치마킹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쪽에서는 난개발이라고 비판한다. "남이섬이 어느 날 그림쟁이를 만나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데, 너~~무 난개발을 해버려서 이젠 좀 식상하더라구요."

어느 쪽이 맞는지는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인다는 건, 뭔가 사람을 불러들이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게 남이섬의 환경일 수도 있고, 그림쟁이 강우현의 예술성일 수도 있으며, 매니징과 마케팅으로 표현되는 경영일 수도 있다. 나는 이 중 예술성과 경영이 성공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남이섬이라는 평범한 자연(Nature)에 한 예술가의 새로운 발상(Idea)이 더해지고 이야기가 만들어져(Storytelling) 새로운 세계(Universe)가 이룩되었기 때문이다. 시시한 것, 하찮은 것, 그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을 뿐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세계 속에서 사람들은 즐거움을 느끼고 추억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그게 뉴스가 되고 성공이라고 대서특필되어진다. 이게 바로 강우현의 힘이다.

민병도의 생각
 민병도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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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현의 경영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입장이 못 된다. 오늘에야 처음 만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스컴에 소개된 것을 보면 경영능력도 대단한 것 같다. 경영을 우리는 너무 돈과 경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경영의 핵심은 사람이다. 소통과 리더십이 경영의 최고 덕목일 수 있다. 강우현은 남이섬의 소유자(Owner) 민병도와 한 번 대화를 하고, 그의 마음을 움직여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다.

"2002년 10월 1일. 오늘은 밤중에 강 사장이 왔다. 그리고 남이섬에 대해 꿈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강에 구름다리도 놓고 건너편에 민속촌이 만들어질 것 같다."

강우현은 그 꿈을 실현했다. 이제 강우현은 문화예술계, 관광계에서 대단한 리더가 되었다. 그 분야에서 일을 도모하려는 사람들은 강우현에게 자문을 구하려고 야단이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하면, 안 되는 일도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게 그의 리더십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한중일 문화관광 삼국지

중국음식점 화쟈이웬
 중국음식점 화쟈이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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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은 한국 땅에 있다. 섬의 양쪽으로는 북한강이 흐른다. 그런데 이 섬이 영화 [겨울연가] 때문에 일본인들이 찾는 대표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남이섬은 [겨울연가]의 두 주인공 유진과 준상의 첫사랑이 시작된 곳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 TV에 방영되면서 많은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2004년 일본 NHK에서 방영되면서 일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겨울연가]는 1999년 [쉬리] 이후 한류 붐을 일으킨 대표 드라마로 여겨진다.

2004년 이후 남이섬은 일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가 되었다. 그러한 열기는 한동안 지속되었다. 그러나 강우현 대표는 거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영원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의 상상나라 프로젝트가 점점 모습을 드러냈고, 이제 [겨울연가]의 흔적은 첫키스 장소와 겨울연가 포토갤러리 정도로만 남아 있다. 관광의 포커스도 중국 사람들로 맞춰졌다. 현재 남이섬을 보면 상당히 중국적이고, 여러가지로 중국사람들을 겨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중일 삼국 우정표지석
 한중일 삼국 우정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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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곳에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가 병기되어 있다. 그리고 음식점, 전시관, 문화행사 등에 중국의 것이 들어와 있다. 대표적인 것만 열거해도 대여섯 개가 된다. 중국음식점으로 '남이섬 화쟈이웬(南怡島花家怡園)이 있다. 전시관으로 중화미술관, 류홍쥔 세계 민속악기 전시관, 위칭청 행복원 미술관이 있다. 문화행사로는 지난 8월 한중 국제청소년 친선예술제가 열렸다. 11월 4-5일에는 대만가수 와웨이의 콘서트가 열기도 했다.

그리고 12월 10일에는 남이공화국 북경주재 총영사관이 문을 열었다. 요즘은 중국관광객을 위해 서울의 인사동에서 남이섬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그러한 세태를 반영해 지난 5월 30일에는 한중일 삼국 문화관광부 장관이 참여하는 우정비 제막식이 있었다. 대한민국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병국,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여유국장 소기위(邵琪偉), 일본국 국토교통관광대신 대전중굉(大畠重宏)이 참가해 우정(友情)과 우의(友誼)를 다졌다. 이제 남이나라는 아시아의 문화관광 아이콘이 되었다.


태그:#남이나라, #강우현 대표, #상상망치, #[겨울연가], #중국인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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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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