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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8일, 현재 보정역까지 운행 중인 수도권전철 분당선이 용인시 기흥구 구갈동의 기흥역까지 연장된다. 현행 죽전역 남쪽으로 보정역, 구성역, 신갈역, 기흥역이 신설되며, 총 길이는 5.1km이다. 한편 현행 지상 보정역은 폐지되며, 약간 남쪽에 지하 보정역이 신설된다.

분당선 연장 구간에 달릴 열차는 기존 열차와 동일한 6량 1편성 전동차이며, 이미 새로 도입된 차량들이 시운전을 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 분당선 하행열차는 죽전행과 보정행 1:1 비율로 운행하고 있는데 연장선 개통 후에는 죽전행과 기흥행이 1:1로 운행하게 되며, 낮 시간대의 운전시격은 지금보다 줄어들어 죽전 이남에서 현재 16분 간격이던 것이 12.5분 간격으로 바뀐다.

오는 28일 분당선이 기흥역까지 연장된다
 오는 28일 분당선이 기흥역까지 연장된다
ⓒ 서울메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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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개발 신음 '용인 서북부', 교통수요 흡수 효과

분당선 기흥 연장의 의의는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는 난개발로 신음하는 용인 서북부에 드디어 제대로 된 전철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1기 신도시 사업이 아파트촌의 베드타운화, 교통난 등 많은 부작용을 낳자 정부에서는 한동안 신도시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주택 수요는 여전했고, 결국 기존 신도시 주변 준농림지에 무분별하게 아파트를 짓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난개발(亂開發)'이다.

용인 서북부는 분당신도시 인접지역으로 수도권 내에서 난개발이 가장 극심했던 곳이며, 그로인한 부작용도 많았다. 무엇보다 심각했던 것은 교통난으로서 기반시설도 없이 마구잡이로 아파트부터 건설하고 나니 도로가 하루 종일 막히는 것이었다.

당시 분당선 전철은 분당신도시 끝부분인 오리역까지만 지어져 있었으며, 따라서 용인서북부의 수많은 자동차들이 성남시로 들어와 도시고속화도로를 이용하곤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해도 마을버스를 타고 오리역이나 미금역까지 와서 전철을 타야 했으며,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현재 분당선 미금역은 용인 서북부 마을버스의 집결지 같은 곳이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용인시는 지난 2004년 용인시내에 위치한 분당선 차량기지 내에 지자체의 비용을 들여 보정역(임시역)을 건설했고, 2007년에는 오리역 남쪽으로 죽전역이 한 정거장 연장되었다. 하지만 용인 서북부의 규모를 생각해볼 때, 겨우 용인 서북부 끝부분에 걸쳐 있는 두 역으로는 교통수요를 흡수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현행 분당선 종착역 보정역 전경
 현행 분당선 종착역 보정역 전경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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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것이 드디어 이번에 수원IC 주변 구갈동까지 깊숙하게 전철이 연장되는 것이다. 죽전지구만을 지나던 죽전역과 달리 이번 분당선 연장은 구성지구, 신갈지구, 구갈지구 등 용인 서북부의 굵직한 택지지구들을 관통하며, 본격적으로 교통수요를 흡수할 예정이다. 이제 분당선 전철이 분당만의 전철이 아닌 용인서북부의 전철도 되는 것이다.

용인경전철 살릴 '구원투수'

분당선 연장의 둘째 의의는 신분당선 연계 효과를 갖는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말 개통된 신분당선은 서울 강남역과 분당의 정자역을 16분 만에 연결하는 급행전철로서 아침저녁 통근 수요 흡수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신분당선이 정자역에 도착하고 나면 남쪽으로 역이 4개밖에 없었던 관계로 수요 흡수에 한계가 있었다. 신분당선을 타고 와서 분당선으로 갈아타봤자 멀리 갈 수가 없으니 애초에 신분당선을 탈 이유도 없어지는 것이었다.

28일 연장되는 분당선의 지도상 노선도
 28일 연장되는 분당선의 지도상 노선도
ⓒ 서울도시철도공사,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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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 분당선이 죽전에서 기흥까지 연장되면, 신분당선을 타고 정자역으로 온 뒤, 남쪽으로 갈 수 있는 곳이 더 많아진다. 자연스럽게 신분당선의 이용객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가 된다.
더구나 주목해야 할 점은 신분당선과 분당선이 이어지면서 경부고속도로와 동일한 경로를 따라가게 된다는 점이다. 즉 신분당선 강남역부터 분당선 정자역을 지나 분당선 기흥역에 이르는 구간은 경부고속도로의 반포IC부터 수원IC까지의 경로와 같다. 전철이 고속도로와 같은 경로를 따라가주고 있으니, 고속도로의 단거리 수요를 전철이 흡수하여 고속도로 장거리 수요의 소통 원활까지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분당선 연장 개통의 또 다른 의의는, 개통이 중지되고 사업이 표류 중인 용인경전철의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연장되는 분당선의 종착역 기흥역은 용인경전철 시발역인 구갈역과 동일 위치에 있다. 분당선을 타고 지하역인 기흥역에 내린 승객은 지상으로 올라와 계단을 오르면 고가역인 용인경전철 구갈역으로 들어갈 수 있다.

결국 용인경전철은 사실상 분당선의 연장선 역할을 함으로써, 분당선 수요를 그대로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애초에 용인시가 용인경전철 개통을 막았던 이유가 용인경전철의 낮은 수요 때문이었음을 생각해볼 때, 용인경전철로 승객을 실어다주는 분당선 연장선이야말로 용인경전철을 살릴 수 있는 '구원투수'라는 것이다.

용인경전철 구갈역 전경. 고가역이다.
 용인경전철 구갈역 전경. 고가역이다.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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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행열차' 없는 분당선... 경쟁력 걱정

하지만 분당선 전철에 위와 같은 장밋빛 기대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걱정되는 한계점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우선은 분당선이 완행운행을 한다는 점이다. 최근 광역전철의 장거리화에 따라 통행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자 정부에서는 광역전철 급행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광역전철을 운행하는 코레일에서도 이에 발맞추어, 새로 개통되는 노선은 개통 시부터 급행열차를 운행하고, 기존 노선은 출퇴근 시간에 급행열차를 운행시키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분당선 전철에는 아직도 급행열차가 없다. 그런 점에서 앞서 말한, 분당선이 경부고속도로를 따라간다는 점은 분당선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낮 시간에 고속도로가 훨씬 빠르면 완행전철인 분당선을 타려는 사람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산신도시를 가는 경의선 전철은 급행열차를 운행한다
 일산신도시를 가는 경의선 전철은 급행열차를 운행한다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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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고속도로는 서울로 곧바로 가는데 이번 분당선 연장선은 정자역에서 신분당선으로 환승을 해야 한다는 점, 분당선에 좌석형 열차가 없어 장시간을 서서 가야 한다는 점 등도 분당선의 경쟁력을 걱정스럽게 하는 부분이다.

결국 당국에서는 이번 분당선 연장선을 개통시키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분당선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분당선은 이번에 기흥역까지만 개통하지만 2013년에는 수원역까지 연장되며, 그 이후에는 수인선과 연결되어 인천까지도 가게 될 예정이다. 따라서 이렇게 노선이 길어지면, 오리역, 죽전역, 기흥역, 방죽역 등에 있는 대피선을 활용하여 급행열차를 운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미금역과 오리역을 종점으로 하고 있는 용인 서북부 마을버스들의 종점을 새로 생기는 분당선 역들로 바꾸어야 한다. 그러면 운행거리와 운행시간이 짧아져, 배차시간이 줄어들고, 차내 혼잡이 줄어들며 정시성도 좋아진다. 이렇게 전철이 장거리, 버스가 단거리를 맡아서 함께 승객을 수송하면 최고의 효율을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작은 것이지만 분당선 기흥역과 용인경전철 구갈역의 역명을 한쪽으로 통일하여 승객들의 혼란을 줄여줄 필요도 있다.

안전하고 편리한 광역교통망 만들어주길

그동안 용인서북부에 교통난이 계속되어 오면서 교통혼잡비용이 발생하고 에너지가 낭비되고, 통근자들이 아침저녁으로 녹초가 되어 일의 능률이 떨어져왔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분당선 기흥 연장의 개통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늦게나마 개통된 만큼, 신분당선 및 용인경전철, 그리고 마을버스와의 시너지효과를 잘 일으켜 자가용 교통수요를 적극 흡수한다면, 교통난 해소와 지역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 생길 인덕원~동탄 전철과 분당선(죽전~수원)은 영통에서 십자교차할 예정이다.
 새로 생길 인덕원~동탄 전철과 분당선(죽전~수원)은 영통에서 십자교차할 예정이다.
ⓒ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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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분당선 기흥 연장 개통은 수도권 남부의 대규모 광역철도망 구축을 위한 중요한 첫 걸음이다. 앞서 밝힌대로, 분당선은 수원역까지 가게 되며, 영통에서는 지난번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인덕원~동탄 전철과 십자로 교차한다.

또한 향후 개통될 평택~수서간 수도권 고속철도와 동탄~삼성간 GTX 급행전철이 건설되면 고속철도와 GTX, 분당선이 각각 특급, 급행, 완행으로 역할분담을 하며 효율적인 수도권 남부 철도망을 형성하게 된다. 이번 분당선 기흥 연장이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앞으로 건설될 수도권 남부 광역철도망 사업이 탄탄대로를 걸어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염원해온 분당선 죽전~기흥 연장 개통을 축하하며, 전철 운영사인 코레일과 지자체인 용인시, 그리고 승객이 합심하여 분당선을 안전하고 편리한 광역교통망으로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은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운영자,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태그:#분당선, #코레일, #철도, #전철, #광역교통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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