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티베트의 영혼 산 카일라스로 들어가다

티베트의 영혼 카일라스로 가는 길. 카일라스 입구에 놓인 돌탑을 뒤로하고 카일라스로 향한다. 카일라스는 4개의 종교가 모두 순례지로 손꼽는 지역이다. 옛 티베트의 종교인 뵌교는 물론 현재의 티베트의 종교인 불교 그리고 힌두교와 자이니교까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의 실체가 그 안에서 숨 쉬고 있다.

쉽지 않았던 서티베트 오는 길. 고산 반응과 도로 공사로 길을 막고 있었던 중국 군인들과의 마찰을 뒤로하고 나는 카일라스에 도착하였다. 그 안에서 나는 무엇을 느끼고 경험하게 될까? 두근거리는 마음을 숨긴 채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한다.

전설속의 동물 야크(YAK)

순례자를 도와 카일라스를 도는 야크
 순례자를 도와 카일라스를 도는 야크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이곳으로 오면서 5000m급 언덕들을 넘었지만, 인간의 몸은 평균 해발 4500m인 이곳에 적응하기에는 너무나 미약하다. 카일라스가 점차 가까워질수록 내 심장 박동은 빨라진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은 바위들과 알 수 없는 두려움. 산 안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마치 나를 시험하듯 나를 산 밖으로 밀어낸다.

산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 한쪽에서 순례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야크 떼가 보인다. 티베트 인들에게는 가족과 같은 이 녀석들은 카일라스 순례를 도는 순례자들을 도와 짐을 나르거나, 몸이 불편한 순례자의 발을 대신해 카일라스 코라를 돈다.

티베트 전설의 동물 야크는 티베트인들과 가족과 같다
 티베트 전설의 동물 야크는 티베트인들과 가족과 같다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티베트에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전설이 많다. 옛 중앙아시아는 물론 인도 부근까지 세력을 넓혔던 티베트 왕족은 막강한 힘으로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세력을 확장하는 데만 급급하였다. 그러던 그들에게 하늘은 눈을 내려 그들의 먹을 것과 삶의 터전을 빼앗아갔다. 쉬지 않고 내리는 눈으로 국민은 물론 왕족은 지쳐만 갔고, 자신들의 잘못을 하늘에 빌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늘이 그들의 죄를 용서해주었을까? 그치지 않을 것 같았던 눈은 그치고, 저 멀리 눈으로 뒤덮인 히말라야에서 검은 털과 날카로운 뿔을 가진 야크들이 나타났다고 한다. 티베트인들은 자신들의 지난 과거를 잊지 말라는 뜻으로 여겨 야크를 가족처럼 아끼며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전설이지만, 중요한 것은 티베트인들을 위해 그들은 우유와 털 그리고 고기와 뿔까지 모든 것을 내어주며 삶을 살아간다.

하늘을 쳐다보며 소리를 치는 바위

고산 지대에서 피어난 야생화
 고산 지대에서 피어난 야생화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야크 떼를 뒤로하고 카일라스로 들어가는 길. 산으로 향하는 길 한쪽에 노란 꽃이 환하게 피어 있다. 고도가 높아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 이곳에서 꽃이 피어 있는 것이 무척이나 신기하다.

4개의 종교는 카일라스를 '어머니산'이라 부른다. 정확하게 왜 그들이 어머니산으로 불리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고산에서도 꽃을 피우게 할 정도로 많은 것을 주는 산이 아닐까. 카일라스로 들어가는 순례자들을 위해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듯 봉우리가 열린 꽃이 나를 미소 짓게 한다.

마치 그림을 보는 듯한 카일라스 풍경에 감탄하다
 마치 그림을 보는 듯한 카일라스 풍경에 감탄하다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산 입구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상점(텐트)에 잠시 들러 수유차를 한 잔 마시고, 1박 2일간의 일정으로 카일라스 코라를 시작한다. 가운데 있는 카일라스 산맥을 중심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걸어가며 죄를 씻고, 기도를 올리는 카일라스 코라는 세 번을 하면 이번 생에 지었던 모든 죄를 씻을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쉽지 않은 길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카일라스로 들어가는 이 길. 어떤 일이 일어나도 세상과는 단절되는 1박 2일의 시간이 가슴 한쪽 나를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하늘을 향해 소리치는 바위
 하늘을 향해 소리치는 바위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카일라스 코라가 시작되면서부터 주변을 살펴보니 모든 것이 마치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늘에 입을 벌리고 소리를 치고 있는 듯한 바위의 모습. 다른 산들과는 달리 돌산으로 이루어진 카일라스는 산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가 될 정도로 그 모습이 기이하다.

카일라스를 바라보고 서 있는 바위들

카일라스를 바라보며 나란히 서 있는 4개의 바위
 카일라스를 바라보며 나란히 서 있는 4개의 바위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카일라스 봉우리와 마주하고 있는 한쪽 면에는 마치 쌍둥이 같은 봉우리 4개가 자리를 잡고 있다. 사람이 만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바위 사이로 마치 검은 눈물이 흘러내린 듯 검게 물들어 있는 벽들과 바위가 마치 카일라스를 보며 기도를 올리는 4개의 종교와 비슷하다.

서로 다른 종교이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카일라스를 가운데 두고 하나같이 코라를 돌며 기도를 올린다. 서로의 순례를 인정하며 4개의 종교인이 공존한다.

길 한쪽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는 티베트 순례자
 길 한쪽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는 티베트 순례자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저 멀리 4개의 바위에 기도를 하는 티베트인이 나의 시선에 들어온다. 한참 동안을 엎드려 기도를 하는 사내의 모습에 잠시 갈 길을 멈추고 그 사내의 기도가 끝나면 이야기를 건네보자 기다렸다.

하지만 나는 그와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20분이 지나도 일어나지 않는 그 사내는 한참 동안을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그와 대화도 나누고 싶었고, 무엇보다 그의 기도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던 나. 하지만 끝을 알 수 없는 그의 기도를 기다릴 수 없어 길을 돌아 그를 지나쳐 올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는 길 중간마다 뒤를 돌아 그를 확인했지만, 아쉽게도 나의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그의 자세는 변화되지 않았다.

카일라스에서 행복해 하는 필자(배낭돌이)
 카일라스에서 행복해 하는 필자(배낭돌이)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무엇을 기도하고 있을까? 바닥에 엎드려 한없이 기도를 하는 사내의 모습에 나 역시 이곳에 꼭 와야 했던, 그리고 기도하고 싶었던 것이 더욱 선명하게 떠올랐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픔, 그리고 아쉬움과 그리움. 나는 육체적으로 느끼는 이곳의 고통 이상으로 마음의 아픈 고통을 내려놓기 위해 이곳으로 달려왔다.

한없이 보고 싶은 사람. 많은 것을 해드리지 못한 나의 모습에 더욱 마음이 아파지는 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라는 것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무거운 발걸음과 부족한 산소가 나를 더욱 힘들게 하지만 나는 1박 2일간의 일정 속에서 조금이라도 그분을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할 것이라 다짐하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티베트, #카일라스, #불교, #순례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