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 대체: 8일 오후 4시 44분]

 

경찰이 지난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일 일어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 공아무개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9일 오후 경찰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수사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국민적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공아무개씨의 계좌, 통화내역 등을 면밀히 분석하였으나 현재까지 배후인물의 존재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는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공씨가 고향 친구들에게 "진범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공씨가 지인들에게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하면서 추측기사라고 진술했다"라며 "부모, 애인, 친한 친구 2명 등을 조사했으나 그런 사실을 들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선관위 홈페이지 전체가 다운되지 않고 투표소 검색 기능만 마비 된 것과 관련해서도 "사건 당시 선관위의 로그파일을 제출받아 분석한 바, 디도스 공격 외 기타 다른 원인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웹서버와 연결된 DB서버 상태와 로그기록 등을 분석해 본 결과 임의로 연동을 차단한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발표했다.

 

"나경원 후보 당선시키기 위해 술김에 공격했다"

 

이날 경찰 브리핑에서는 공씨의 자백 내용이 구체적으로 제기된 것 이외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서 추가적인 수사결과가 거의 없었다.

 

공씨는 경찰 조사에서 "나경원 후보와 최구식 의원이 아주 친한 사이인데, 나 의원을 돕는 게 최 의원을 돕는 거라 판단했다"라며 "나 후보를 당선시키고 싶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술이 취한 상태에서 나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선관위 홈페이지가 접속이 불가능하면 투표율이 낮아져 유리할 것으로 판단해 범행을 저질렀다"라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공씨가 자백하게 된 이유를 "그가 맨토로 여기는 박희태 의장의 비서 김씨가 디도스 공격과 관련해 '공격 이전과 이후에 공씨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는 진술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디도스 시험공격이 있었던 26일 오전 1시 즈음 함께 강남의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던 공씨가 자신을 복도 쇼파로 불러내 "강아무개가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때릴 수 있다고 하는데 때릴까요?"라고 말해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디도스 공격 이후에도 공씨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범행 이후에도 공씨를 만나 "걱정된다, 큰일 난 거 같다"며 "범행사실이 들통나면 엄청난 악재가 될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에 공씨는 "안 잡힐 거다. 안 잡힌다고 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경찰은 공씨의 이 같은 진술을 바탕으로 공씨가 자신이 모시는 의원을 위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그밖에 공씨의 우발적 범행의 판단한 근거로 ▲ 공씨와 강씨가 9월 17일 이후 한 달여 만에 통화했던 점 ▲ 공씨가 범행시점에 강씨의 필리핀 체류를 몰랐던 점 ▲ 강씨가 선관위와 박원순 홈페이지에 대해 선거 관련 사이트인지조차 몰랐다고 진술한 점 ▲ 디도스 공격을 위해 상당기간 시험공격을 수행해 충분한 좀비PC 확보가 필수적임에도 시험공격을 선거 당일 본공격 5시간 전에 수행한 점 등을 들었다.

 

"청와대 행정관 조사는 요식행위... 당에 보고 없었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경찰이 지난 8일 긴급체포한 차아무개씨와 관련한 수사진행과 선거 전날 공씨와 박희태 국회의장의 비서 김아무개씨 등이 참석한 술자리, 이에 앞서 있었던 김씨와 청와대 행정관, 정두원 한나라당 의원 비서관, 공성진 전 국회의원의 비서관 등이 함께한 저녁 식사 자리와 관련한 질문이 집중됐다.

 

디도스 공격에서 공격 점검의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차아무개씨와 관련해 경찰은 "디도스 공격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차씨는 사건 당일 선관위 홈페이지와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에 대한 공격상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행정관과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관 김씨 등이 참석한 25일 광화문 인근 저녁식사 자리와 관련해 "지인들끼리의 일상적인 모임"이라며 "골프나 제주도 이야기를 했고 정치 이야기를 꺼려하는 사람이 있어 그런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의 진술이 대개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저녁 자리는 범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판단하고 청와대 행정관 조사는 요식행위"라고 덧붙였다.

 

이어 공씨의 범행 사실을 알고 있던 박희태 의장의 비서 김씨가 사안이 중대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상사나 당에 보고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 됐다. 경찰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공씨의 진술에만 의존해, 박 의장이나 최구식 의원 등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관련 사실들을 인지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경찰은 "의혹이 있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하지만 뚜렷한 근거 없이 수사를 확대하는 것은 수사 기관으로 절제해야 한다"라며 "합리적인 근거가 있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 의심만으로 조사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송치 이후 경찰 수사 가능할까?

 

이로써 경찰은 애초에 제기 되었던 디도스 공격의 배후 의혹은 밝혀내지 못하고 수사를 마무리 하게 됐다.

 

경찰은 "구속기간 내에 '압수수색영장'과 '통신사실자료허가서' 발부 및 수사 절차로 인해 실체적 진실 밝히는데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어 범행동기 배후 등을 규명하는데 현실적 한계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 후에도 추가 연루자의 신병확보와 계좌추적 등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도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게 됨에 따라 중복수사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경찰은 디도스 공격에 가담한 혐의로 긴급체포 된 차아무개씨 조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태그:#디도스, #최구식, #선관위, #공씨, #박원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