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수 섬달천마을 선착장에서 강태공이 낚시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평화롭다.
▲ 폰샷 여수 섬달천마을 선착장에서 강태공이 낚시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평화롭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계절은 이미 겨울의 문턱에 접어들었지만 남도의 겨울은 아직 늦가을처럼 포근하기만 하다. 참 평화롭고 평온해 보인다.

내가 사는 여수는 참 아름다운 도시다. 여수(麗水)의 유래는 삼국을 통일하고 전국을 여행하던 태조 왕건이 이 지역을 둘러보고 신하들에게 그 지명을 여수(麗水)라 쓰라 명했다. 신하들이 그 이유를 물으니, 태조는 여기는 물이 좋고, 인심이 좋고, 여인들이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하였단다. 1000년 전 태조 왕건의 눈에 비친 아름다운 고장이 여수세계박람회 개최로 세계인의 주목을 끌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여수는 라이딩을 하기 딱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자전거를 끌고 집 앞을 나가기만 하면 눈앞에 탁 트이는 바다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다.

몸에 좀이 쑤신다. 교대근무를 오래 한 탓인가 보다. 교대근무를 한지 이제 18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중년을 맞이한 나의 인생도 이제 초가을쯤 되었나 보다. 나의 중년은 초라한 낙엽마냥 길거리에 내뒹구르는 삶이 아닌 울긋불긋 물드는 단풍마냥 멋진 가을을 준비해야 할 텐데... 아직 내겐 갈 길이 너무 멀다. 

나의 건강관리 비법은 주로 자전거 타기와 등산이다. 이들 운동은 몸과 정신건강에 아주 좋다. 자전거를 타면 복잡했던 생각들이 시원하게 정리된다. 얼마 전 새로 구입한 나의 애마 자전거를 끌고 섬달천을 향했다. 집에서 섬달천까지는 자전거로 왕복 2시간 정도의 코스다.

집에서 출발해 소호요트장을 거쳐 용주리 재를 오른다. 이후 관기저수지를 넘으면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일몰 명소가 나온다. 일몰이 아름다운 곳 대곡해안길에서 섬달천까지 가는 길은 천상의 라이딩 코스다.

TV <세상에 이런일이>에 방영되었던 소호동 바닷가에 설치된 책읽는 여인동상 모습(좌측은 목폴라가 겨울전 모습이고 우측은 쇼울과 모자는 이번 겨울에 누군가 입혀놨다)
▲ 폰샷 TV <세상에 이런일이>에 방영되었던 소호동 바닷가에 설치된 책읽는 여인동상 모습(좌측은 목폴라가 겨울전 모습이고 우측은 쇼울과 모자는 이번 겨울에 누군가 입혀놨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소호동을 지나는 길에는 '책 읽는 여인'동상이 있다.  언젠가 TV <세상에 이런일이>에 방영되었던 소호동 바닷가에 설치된 동상 모습. 누군가가  이 동상 여인의 목에 계절에 맞는 목도리와 스카프를 둘러주곤 했다. 겨울이 찾아온 지금 추울까 봐 또 다시 쇼울과 모자를 씌워 놨다. 보이지 않는 한 사람의 아름다운 행동이 보는 이의 마음을 훈훈케 한다.

천상의 라이딩 코스, 대곡해안길에서 섬달천 가는 길

어느덧 자전거를 타고 대곡해안길을 지난다. 이 길은 여자만 고막이 생산되는 천혜의 갯벌터로 물이나면 확트인 해변에는 갯벌이 알몸을 드러난다. 또한 자동차들이 자주 다니지 않아 한적하고 고요하다. 자전거 타기에 딱 일품이다. 일명 사색(思索)의 길이라고나 할까.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 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 다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이 있었음은 잊지 말고 기억해줘요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 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 다해도 한없이... "

이곳은 시내에서 섬달천까지 자전거 도로 공사가 절반쯤 진행되었다. 올해 공사는 끝났지만 내년까지 공사가 마무리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볼 것 같다.

특히 노을이 지는 오후가 되면 해가 쉬엄쉬엄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서녘하늘에 벌겋게 달아 오른 해가 물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은 장관이다. 그래서 이 길은 오후에 가야 더욱 맛깔스럽다.

섬달천에 있는 나루터 선창장에는 하루에 4번의 배가 여자도를 오간다.
▲ 폰샷 섬달천에 있는 나루터 선창장에는 하루에 4번의 배가 여자도를 오간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섬달천에 도착하기전 여자도 선착장이 보인다. 이곳 나루터는 나룻배가 하루 4번씩 섬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여자도는 현재 120가구에 300여 명이 주민들이 모여산다. 이곳에서 여자도까지는 30분 정도 걸리는데 하루에도 30~40명의 주민들이 섬과 육지를 오르내린다. 여자도는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풀섬낚시터와 무인도인 모래와 숲이 우거진 랍게도 해수욕장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여자도 내 마파도와 송여자를 잇는 다리가 생겨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섬달천 방파제 아래에 굴을 따는 아낙네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 폰샷 섬달천 방파제 아래에 굴을 따는 아낙네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섬달천 부두주변에는 어민들이 설치한 게통발 모습이 훤히 드러냈다
▲ 폰샷 섬달천 부두주변에는 어민들이 설치한 게통발 모습이 훤히 드러냈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섬달천에 도착하니 강태공이 선착장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다. 겨울 감성돔은 이미 남해안 하류로 빠졌지만 강태공은 아랑곳하지 않고 낚시대에만 몰두하고 있다. 강태공은 무슨 생각에 깊이 잠겨 있을까?

오늘(11월 26일)은 아홉 물이다. 어촌에서 가장 물이 많이 빠져 갯것을 하기에 좋은 물때다. 부두주변에는 어민들이 설치한 게통발이 훤히 모습을 드러냈다. 또 방파제 아래에 굴을 따는 아낙네들의 손길도 분주하다.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와 중년 아줌마들이 굴을 딴다.

"머하신다요?"
"굴 따지 뭐해."
"꿀 따다 뭐하시게요?"
"회도 무쳐 묵고 된장국도 끊여 묵고, 찌개도 하고 생으로 찍어 묵고 그래야제"
"한 마리 잡사볼라요?"
"흐미 굴맛이 꿀맛이네 꿀맛"

핸폰으로 굴 따는 모습을 포스팅하는 내게 섬달천에 사는 승주엄마는 내 입에다 굴을 불쑥 건넨다. 갯가에서 방금캐낸 굴 맛은 쌉스름하면서도 뒷맛이 달콤하다.

천상의 라이딩 코스인 대곡해안길에서 섬달천가는 길에 일몰이 진행중이다.
▲ 폰샷 천상의 라이딩 코스인 대곡해안길에서 섬달천가는 길에 일몰이 진행중이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천상의 라이딩 코스인 대곡해안길에서 섬달천가는 길에 일몰이 진행중이다.
▲ 폰샷 천상의 라이딩 코스인 대곡해안길에서 섬달천가는 길에 일몰이 진행중이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뉘엿뉘엿 해가진다. 잠시 달리던 자전거를 멈춰 세운다. 하루를 마감하는 일몰 광경. 별안간 느껴지는 황홀감. 이것이 행복일까? 어느새 배속시계가 밥을 달라고 울어댄다. 집으로 출발이다. 폐달을 밟던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오늘 밥맛은 아주 꿀맛일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전라도뉴스 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섬달천 , #여수 라이딩코스, #여수일몰, #책읽는 여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