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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티베트 카일라스 (수미산)에 이르다

4륜 차량을 이용하여 라싸를 출발하여 티베트의 서쪽에 위치한 티베트의 영혼 카일라스(수미산)으로 향한다. 서 티베트로 가는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그 길이 무척이나 험란다. 비 포장 도로는 물론 허가증으로 몇 번이고 우리의 발목을 잡는 중국 정부. 티베트 작은 마을 파양을 출발하여 밤새 쉬지 않고 달려 새벽 4시가 다 되어서야 카일라스와 가장 가까운 마을인 다르첸에 도착하였다.

다르첸에서 머물렀던 현지인 민박
 다르첸에서 머물렀던 현지인 민박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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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 하나 없는 카일라스 마을 다르첸. 자동차 라이트에 의존해 열린 숙소를 찾아 마을 곳곳을 헤맨다. 오래 전부터 많은 순례자들이 찾아온 이곳은 다른 티베트 작은 마을에 비해 규모가 제법 되는 마을 중 하나다. 하지만 너무 이른 시각. 하루를 빨리 시작하는 티베트인들이지만 새벽 4시에 문을 열어놓고 영업을 하는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볼 수 없다.

계속 이렇게 다녀 봐도 해결이 안날 것 같은지 티베트인인 운전기사 아저씨가 예전에 머물렀던 한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들어가 주인장을 깨워 새벽 5시가 되어서야 짐을 풀 수 있었다. 한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방 안에서는 입에서 김이 나온다. 중국에서 구입한 침낭을 피고 이불속에 들어가 보지만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순례자가 머물다 가는 작은 마을 다르첸
 순례자가 머물다 가는 작은 마을 다르첸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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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따듯한 빛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방이 어찌나 추웠는지 구부린 몸을 펴는데 뼈 마디 마디가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이 찾아왔다. 나무로 만든 딱딱한 침대 한쪽에 이불을 깔고 앉아 다르첸의 하루를 시작한다.

어두운 방 한쪽의 문을 열고나오니 눈이 부셔 고개를 들지 못한다. 카일라스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과 바람 속에 실린 카일라스의 냄새. 주변을 돌아보니 새벽에는 보이지 않았던 마을 다르첸이 나의 눈에 들어온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제법 규모가 큰 마을 다르첸, 1년 내내 인도는 물론 네팔과 중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순례자와 여행자가 오는 마을인 만큼 우정공로를 지나 이곳으로 오는 마을 중 그 규모가 가장 크다.

다르첸까지 변화시킨 중국 정부
 다르첸까지 변화시킨 중국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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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4560m에 위치하고 있는 하늘 마을 다르첸은 카일라스(수미산)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 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을 거점으로 카일라스 순례를 시작한다(다르첸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마을로 알려진 인도의 키버 마을(해발 4200m)보다 약 400m는 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여행자와 순례자들이 찾아오는 다르첸은 다른 도시와는 달리 1자형 건물을 지어놓고 일부 공간은 마을사람들이 머물고, 일부 공간은 순례자를 위한 숙소 시설로 활용이 하고 있다. 이곳을 단순히 여행을 오는 우리는 비용을 지불하고 공간을 이용하지만 카일라스로 순례를 온 순례자들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이곳에서 머물며 카일라스(수미산)을 순례한다고 한다.

티베트인이 운영하는 간이 상점
 티베트인이 운영하는 간이 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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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추웠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태양 아래 놓인 다르첸의 날씨는 차가운 바람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의 무더운 여름과 비슷했다. 추운 방에서 입었던 잠바를 벗어 던지고 마을 구석구석을 살펴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여러 건물을 지나 발견한 작은 상점. 파는 것이라고는 언제 가지고 왔는지 모르는 먼지 쌓인 음료수가 전부인 이곳은 중국인이 투자를 하여 물건을 공급하고, 티베트인이 물건을 팔면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집 내부에는 침대를 놓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벌이가 좋지 못하다며 이곳에서 머물다 가라며 연신 나를 붙잡는다.

작은 마을 다르첸 한 골목길
 작은 마을 다르첸 한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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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이미 숙소를 잡은 상황이라 가판대에 진열해 놓은 음료 중 하나를 구입하고, 마을 다른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미지근한 탄산음료를 마시며 돌아보는 하늘 마을 다르첸은 옛 티베트 건물을 벽돌집으로 개조하여 다른 마을과 건물 양식이 조금 다르다.

카일라스(수미산)으로 순례를 온 순례자들이 이곳에 터를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티베트 마을 다르첸. 이곳에 자리를 잡는 순례자들이 하나 둘 생겨나면서 이곳을 찾는 순례자들과 여행자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만들어졌고 자연스럽게 마을이 생성됐다. 중국 정부의 이주 정책과 개발로 인해 이곳에서 오랜 시간 살아온 티베트인들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자신의 터전을 빼앗기고 비만 피할 수 있는 허름한 공간에서 살고 있는 티베트인들
 자신의 터전을 빼앗기고 비만 피할 수 있는 허름한 공간에서 살고 있는 티베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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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크 배설물과 흙을 섞어 만든 티베트인들의 전통 집 뒤로 생겨난 벽돌집은 티베트인들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되었지만, 그것으로 인해 그들의 삶은 현대적으로 바뀌었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오랜 시간 지내던 자신의 삶의 터전을 조금씩 뺏기고 있는 다르첸 사람들은 마을 한쪽에 위치한 공안(경찰)국의 통제를 받아 이곳에서 생활을 한다고 한다. 예전의 모습과는 달리 아침이 오면 돈을 벌기위해 도로 현장으로 가는 공안과 중국 군대의 차량을 타야하는 티베트 사람들. 그들의 보고 있으니 안타까움에 절로 한숨이 나온다.

다르첸에서 영업하고 있는 중국인 식당
 다르첸에서 영업하고 있는 중국인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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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돈을 벌기위해 도로 공사로 나가는 티베트인과는 달리 한쪽에 식당과 호텔을 차려놓고 영업을 하고 있는 중국인들은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과 순례자들에게 숙박과 식사를 제공하며 돈을 벌고 있다.

겉으로는 티베트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듯 보이는 개발이지만 이 개발로 인해 다르첸에 자리를 잡고 생활을 하던 티베트인들은 점점 더 힘든 삶을 살아가는 것은 물론, 삶의 터전도 잃어가고 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다르첸 모습
 높은 곳에서 바라본 다르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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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바로 아래 첫 번째 마을인 다르첸. 순례자가 머물다 가는 하늘 마을 다르첸에는 아직까지도 많은 순례자들이 머물거나 혹은 머물면서 카일라스(수미산)을 순례하고 살고 있는 마을로 돌아가고 있다.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먼 곳에서 와 모든 생명체의 행복을 기원하는 곳인 만큼 그들만의 터전이 되길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행, #티베트, #다르첸, #순례자, #불교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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