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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생각> 표지 사진
 <첫 생각> 표지 사진
ⓒ 신인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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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이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하며 가톨릭교회로부터 종교재판을 받았다. 그리고 재판정을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했다. 그런데 널리 알려진 이 이야기는 사실일까? <첫 생각>의 저자 홍석봉은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주장한다.

갈릴레이의 이 일화는 18세기에 활동했던 작가인 주세페 바레티의 발명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 신화 같은 이야기는 재판이 있은 지 100년도 더 지난 1757년에 출판된 주세페 바레티의 <이탈리아 도서관>에 처음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갈릴레이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한 일화의 사실 여부를 규명하는 작업에 그치지 않는다. 더 중요한 문제는 갈릴레이가 종교재판을 받았다는 점이라며 이를 규명하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 갈릴레이의 주장처럼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든, 아니면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든 그것이 가톨릭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교회는 갈릴레이를 종교재판정에 세웠을까?

근대 과학과 신화

저자는 이어서 중세 사람들이 생각했던 우주의 모습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당시 사람들이 생각하던 하늘과 지상 세계의 경계선은 달이었다. 중세인들은 달을 기준으로 그 밑의 세계를 지상으로 생각했고 달과 그 너머의 세계를 하늘로 생각했다. 그리고 달 너머의 하늘 세계는 하느님이 창조한 그대로의 영원하고 완전한 세계인 반면 지상 세계는 탄생과 소멸이 있으며 죄악에 물든 세계라고 보았다.

그런데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본 달의 화산과 태양의 흑점은 충격을 줬다. 완전한 세계로 믿었던 하늘에도 결함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뿐만이 아니었다. 갈릴레이는 하늘이나 지상이나 동일한 물리적인 법칙이 작용하는 세계로 보았다. 또한 수학으로 풀 수 있는 세계로 여겼다. 그 때문에 갈릴레이는 근대 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며 새로운 근대과학의 세계를 열었다.

그렇다면 가톨릭교회측은 신이나 신화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시대에 뒤떨어진 고루한 생각에 매달렸던 자들에 불과할까? 저자는 여기에서 신화와 과학의 세계를 언급한다. 근대 과학의 성과를 존중하더라도 신화를 무조건 고루한 생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근대 과학은 인간과 인간 바깥의 물리적인 세계를 단절시켰지만 신화는 이 두 세계의 화합과 연결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꾼 열 가지 생각

지구 주위를 여러 행성과 별들이 돌고 있다. 비너스(금성)는 명칭답게 연인들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 단테가 생각한 우주 지구 주위를 여러 행성과 별들이 돌고 있다. 비너스(금성)는 명칭답게 연인들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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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저자는 세상을 바꾼 열 명의 인물의 열 가지 생각을 돌아보고 있다. 그 열 명은 예수, 콜럼버스, 에라스무스, 마키아벨리, 갈릴레이, 데카르트, 콩도르세, 공자, 노자, 최시형이다. 그리고 이들이 이전과 전혀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고자 했던 새로운 생각들에 대해 돌아보고 있다.

예수의 "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은 실천하기는 어렵지만 새로울 것도 없는 말인데 왜 이 말은 유명한 말이 되었을까? 그리고 이는 하느님과 유대 백성의 옛 약속(구약)과 어떻게 다른 새로운 약속(신약)의 시대를 열었다는 것일까? 또한 이 말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이 박혀 죽은 사건과 어떻게 연결된다는 것일까?

저자의 질문은 이어진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할 무렵, 이미 아랍이나 인도, 중국은 배를 건조하는 기술이나 항해술, 국력 등에서 서유럽을 능가하고 있었는데 왜 신대륙 발견의 역할은 콜럼버스에게 돌아갔을까? 그리고 이 사건을 학자들이나 언론이 과거 1천 년 동안 있었던 가장 큰 사건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의 장점은 역사의 지엽적인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즉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관점이 어떻게 변하고, 역사가 흘러왔는지 그 중요한 고비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부제는 "세상을 바꾼 생각들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종교와 정치, 역사, 과학, 철학 등의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이 지닌 매력은 이를 딱딱한 논리가 아니라 역사적인 사건 등을 통해 이야기처럼 풀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교과서 등에서 역사나 사상을 그저 어렵고 외워야 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인문학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현대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여전히 우리가 안고 있는 고민과 숙제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해줄 것이다. 인문학에 관심은 있지만 이를 어렵다고만 여기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첫 생각 - 세상을 바꾼 생각들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홍석봉 지음, 신인문사(2011)


태그:#첫 생각, #신인문사, #홍석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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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분야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였고,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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