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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창밖으로 네모 반듯한 바둑판처럼 드넓게 펼쳐진 호남평야에는 추수가 끝나고, 공룡알이라고 부르는 볏짚을 둥글게 말아놓은 곤포사일리지가 바둑알처럼 놓여 있었다. 호남고속도로에 접어들어 북광주IC를 빠져나와 2011년 제4회 SBS물환경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광주광역시 북구 일곡동의 '한새봉 논두레' 마을기업을 지난 28일 다녀왔다.

소가 누워 있는 형국의 한새봉에는 자연습지에 도룡뇽이 살고 있으며 그 아래 개구리논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다.
▲ 한새봉 논두레 소가 누워 있는 형국의 한새봉에는 자연습지에 도룡뇽이 살고 있으며 그 아래 개구리논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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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새봉 논두레는 지난 2008년에 50여 년간 논농사를 지어온 지역의 어른이 몸이 불편해서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자 농사를 같이 지어보자는 주민모임이 생기게 되었고, 와우형국(소가 누워있는 모양)으로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봉오리의 이름을 따서 '한새봉 논두레'가 시작되었다.

벼농사를 짓는 논의 이름은 개구리가 잘 살고 아이들이 개구리처럼 뛰어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개구리논'이라고 지었다. 이듬해인 2009년 부터 800여 평의 논에서 50여 가구 주민들과 아이들이 공동경작에 참여해 손모내기를 시작으로 친환경 벼농사로 1200kg의 수확을 올렸다. 농사뿐만 아니라, 논생물을 조사하고, 자연학교와 개구리교실(방과후교실), 마을잔치(음악회, 논운동회)를 펼치는 등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데 개구리논이 구심점이 됐다. 현재 논두레 회원은 80가구 200여 명이다.

2010년에는 시민 문화유산 보전운동 단체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로 부터 개구리논이 '잘 가꾼 자연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으며 광주광역시 북구청에서 지원하는 '자립형 지역공동체사업(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공동경작과 자연학교, 개구리교실, 텃밭가게, 꿈틀이농장 등을 운영하는 등의 성과를 보이며 올해에는 제4회 SBS물환경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차지했다.

지렁이를 사육하는 하우스와 분변토로 농사를 짓는 텃밭은 학생들이 경작하고 체험학습장으로도 활용된다.
▲ 꿈틀이 농장 지렁이를 사육하는 하우스와 분변토로 농사를 짓는 텃밭은 학생들이 경작하고 체험학습장으로도 활용된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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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화 운영위원장의 안내로 꿈틀이 농장을 둘러봤다. 체험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농장에는 지렁이하우스와 텃밭이 있으며 지역에서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로 지렁이를 키우고 있었다. 아직은 많은 나눔을 할 만큼의 양은 아니지만 아파트 부녀회 등을 통해 지렁이 상자 보급사업도 하고 있으며 그 성과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텃밭경작도 일체의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지렁이분변토 만으로 농사를 짓는다며 박 위원장은 분변토가 좋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고 한다.

"분변토만으로 텃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병충해에도 강하고 잘 자란다. 주변에서 농사짓는 분들이 초보치고는 제법 잘 했다고 하지만 분변토가 다 키운것이다. 텃밭의 풀과 들꽃도 뽑지 않고 체험교육차원에서 활용을 하는데 처음에는 농사짓는 어른들이 혀를 찼지만, 저희 나름대로 뜻이 있기에 체험학습장이라고 설명도 하고 아이들이 자주 왔다갔다 하니 어른들도 이해를 한다."

▲ 꿈틀이 농장 지렁이 하우스 안에는 지역에서 나온 음식물 찌꺼기를 먹이로 하는 지렁이 사육을 하고 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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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 상자는 시중가격의 절반인 7만 원에 세트로 판매하는데 음식물 쓰레기가 줄어들게 하는 홍보차원에서 이윤없이 보급하고 있다. 튼튼한 방부목으로 만든 지렁이 상자를 열어보자 음식물 찌꺼기를 분해하고 있는 수많은 지렁이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지렁이 보급은 지렁이 생태에 대한 교육을 먼저 한 후에 분양을 하고, 아파트 단지의 경우에는 주민자치위원회와 관리사무소, 부녀회 등에서 관리와 운영을 하도록 하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방문해서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점검도 하고 추가교육도 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북구의 S아파트는 담장을 따라서 지렁이 상자가 아파트처럼 놓여져 있었고 상자마다 관리세대를 표시해두고 있었다. 지렁이 상자를 운영하지 않는 세대에서도 지렁이 먹이로 줄 염분이 없거나 가공이 안 된 음식물찌꺼기를 담아두는 별도의 상자에 분리배출을 하고 있었고, 공동으로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장이 청결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을만큼 이곳의 환경지수는 높았다. 지렁이 사육장 한켠에는 지난 5년간의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지렁이 사육 이후로 음식물 쓰레기 배출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기록된 수치와 그래프로 쉽게 알 수가 있었다.


북구에는 일곡동 외에 오치동에도 생태텃밭과 지렁이 사육장이 있으며 초등학교의 담장 아래로는 텃밭과 지렁이를 키우는 생태공원에 빗물을 모아서 사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고 있다. 북구에는 여러곳의 생태체험학습장이 주민들의 참여로 생겨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생태학습장이 되었는데, 올해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서 방과후나 동아리 수업에 주부들로 중심이 된 16명의 주민들이 생태강사로 활동을 하고있다. 교육청에서도 연락이 올 정도로 관심이 높아서 2012년에는 강사를 더 늘이고 생태수업의 폭을 확장해야 할 만큼 인기가 높다. 생태교육과 효과에 대해서도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다 보니 체험학습장으로 사용하라며 밭을 무상으로 내놓는 주민도 생겼다.

한새봉 자연습지와 개구리논에서는 도룡뇽과 다양한 생물들이 발견되면서 보존의 가치가 높다는 것을 주민들이 알게 되었고, 하마터면 개발의 논리에 밀려서 사라질 뻔한 자연환경을 보존하기로 하고 2013년에는 생태체험학습장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한다. 일곡동 자연마을을 둘러보면서 생태환경을 살리고 보존하는 것은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자연을 그대로 두는 것임을 새삼 또 느꼈다.

덧붙이는 글 | 한새봉 지명의 유래는 (황쇠봉->황새봉->한새봉) 과정으로 변화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새봉 논두레 062)575-0306 http://cafe.naver.com/gaegulgaegul



태그:#한새봉논두렁, #일곡동, #지렁이, #개구리논, #도룡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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