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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조기 등판'은 현실화할 수 있을까.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패 후 쇄신 후폭풍을 겪고 있는 한나라당이 지도 체제 개편의 기로에 섰다. 당 쇄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29일 '국회의원 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지도부 교체론'과 '박근혜 역할론'이 제기되면서 각 계파 간, 신·구주류 간 공방이 점화된 것이다.

 

당초 이날 연석회의는 정책 쇄신이 논의의 초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지도부-공천권 분리'나 지도부 사퇴를 전제로하는 '당 리모델링', '재창당' 등 당내 이견이 첨예한 쇄신 방안 보다 정책 문제가 상대적으로 접점이 커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쇄신파 일부에게 사퇴 요구에 시달리고 있는 홍준표 대표가 '재신임 카드'를 꺼내들면서다.

 

선제 공격 나선 홍준표 "다수 원하면 물러난다"

 

홍 대표가 "다수가 원한다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지도부 교체론에 대한 정면돌파 뜻을 밝히면서 연석회의의 논의 초점은 내년 총선을 앞둔 당 지도체제 개편과 '박근혜 역할론'으로 이동했다.

 

당 전면적인 리모델링의 전제조건으로 지도부 교체를 요구하고 있는 일부 쇄신파는 이날 회의에서 박근혜 조기 등판론에 불을 지폈다. 홍 대표도 이들의 사퇴 요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면서도 '재신임 카드'를 꺼내들면서 선제공격에 나섰다.

 

홍 대표는 "여러분 대다수의 뜻이 박근혜 전 대표가 당 대표에 복귀해서 쇄신과 총선을 지휘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정되면 당권-대권 분리조항을 정지시키는 당헌 개정을 한 후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직 생활 30년 동안 자리에 연연해서 소신을 꺾거나 직무수행을 주저해본 일이 없다"며 "모든 점을 열어놓고 한나라당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사심없이 의견을 모아달라, 여러분의 결정에 흔쾌히 따르겠다"고 밝힌 후 회의장을 떠났다. 

 

홍 대표의 이런 '승부수'는 당내 대권주자인 정몽준 전 대표나 친이계·쇄신파 일부가 주장해온 '박근혜 역할론', 그리고 유승민·남경필 최고위원 등 지도부 일부에서 주장하는 '지도부-공천권 분리'에 대해 직접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다수의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박 전 대표의 조기 등판론에 반대하는 등 실제 지도부 교체가 어려운 당 내 역학 구조에 따른 재신임의 자신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연석회의에서는 홍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보다 현 지도부를 재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았다.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은 "당 쇄신의 출발은 홍 대표의 사퇴에서 출발한다"며 "당 지도부에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지도부 교체 없이는 당의 정책 기조 전환이나 인적쇄신이 국민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박근혜 조기 등판'도 요구했다. 그는 "현 지도부로는 내년 총선에서 (이기기) 힘들다"며 "당의 실질적 대표인 박근혜 전 대표가 책임정치를 할 때다,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지면 박 전 대표도 어렵게 되므로 대선에 앞서 총선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에서도 지도부 교체론이 나왔다. 친박계인 권영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홍 대표가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내년 총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하느냐는 측면에서 볼 때 지도부가 바뀌고 박 전 대표를 비롯한 대선 주자들이 전면에 등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몽준 전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체제가 최선"이라며 지도부 교체론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친박계를 중심으로 거센 반박이 이어졌다. 친박계 윤상현 의원은 "현 지도부 교체와 박 전 대표의 전면 등장은 시기나 내용면에서 적절치 않다"며 "안철수 교수는 '아웃복싱'을 하고 있느데, 박 전 대표에게 '인파이트 복싱'을 하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경제를 살리지 못하는 게 위기의 본질"이라며 "경제 실패는 집권당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박 전 대표가 당 대표를 맡기 위해서는 당권-대권분리 규정 정지를 위한 당헌 개정이 필요한데 이는 한 개인을 위한 '위인설관'(爲人設官. 어떤 사람을 채용하기 위하여 일부러 벼슬자리를 마련함)이 된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역할론' 저지 나선 친박... "현 지도부 사퇴는 안 돼"

 

친박계 유기준 의원도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이 선거 때마다 대표를 바꿨지만 결국 폐업하고 말았다"며 "국정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여당은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더 잘하겠다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면 된다"고 지도부 교체론을 일축했다.

 

쇄신파인 박준선 의원은 "실물 경제가 좋지 않은 게 민심 이반의 근본 원인"이라며 "당 지도부 교체와 박 전 대표 조기 등판 주장이 나오는데 과연 그런다고 내년 총선 전까지 경제를 살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비상 당정청 회의를 만들어 세대별로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을 만들고 관철시켜야 한다"며 "박 전 대표에게 기대려 해서는 안 된다, 박 전 대표가 갈 길을 자유롭게 가도록하고 우리도 우리가 해야할 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친이계 김학용 의원도 "지도부가 출범한 지 5개월 밖에 안 됐는데 뭘 또 바꾸느냐"며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지도부를 바꿔서 될 것 같으면 바꿔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후 발언에 나선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 상당수가 지도부 교체론을 반박하고 나서면서 분위기는 홍 대표 재신임 쪽으로 기울었다.

 

쇄신파인 김성식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홍 대표를 갈고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등장하는 게 쇄신이냐"며 "그러면 총선에서 이기냐"고 지도부 교체에 회의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대세는 홍준표 체제 재신임... "당분간 정책 쇄신"

 

때문에 홍 대표의 재신임 카드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친박계가 '박근혜 조기 등판'에 반대하고, 박 전 대표도 "정치 쇄신보다는 정책 쇄신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쇄신파의 한 의원은 "홍 대표는 리스크(위험)가 크지 않은 재신임 카드를 던졌고, 결국 이날 연석회의를 통해 홍 대표 체제가 더 굳어지게 될 것"이라며 "당분간 당 쇄신은 접점이 많은 정책 문제에 집중될 것이고 폭발력이 큰 공천 문제 등은 적절한 때를 기다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태그:#홍준표, #박근혜,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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