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추일 땐 중간상인들만 배 불리고, 폭락 땐 피해 모두 농민 몫"
배추 주산지역인 아산 배방지역 농민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배추가격 폭락으로 농민들이 적잖은 손실을 감수하며 봄배추를 갈아엎은 것.
아산시의회 심상복 의원은 지난 25일 열린 아산시의회 제151회 제2차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 농민들의 사정을 전하며 미흡한 시 행정을 질타했다. 심 의원은 배방지역 농민들이 배추 판로가 막막해지자 배추를 판촉하기 위해 내건 현수막과 농민들이 배추를 폐기처분하는 광경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며 성난 농민들의 마음을 전했다.
심 의원은 "배방의 농민들은 봄에는 약 30만 평(약 99만2000㎡), 가을에는 약 50만 평(약 165만2900㎡)에 배추를 경작한다"며 "금액으로 환산하면 봄배추가 총 12억 원, 가을배추가 총 25억 원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봄에도 배추가격 폭락으로 많은 농민들이 적잖은 손실을 감수하면서 약 2~3만 평(약 6만6100㎡∼9만9200㎡)에 달하는 봄배추를 갈아엎었다"고 배추 농가의 가슴 아픈 현실을 토로했다.
심 의원에 따르면 배방지역의 경우 약 1만4000여 평(약 4만2300㎡)에 달하는 가을배추가 이미 폐기처분됐다. 또한 정확한 면적은 계산되지 않았으나 정부 지원 보조금도 받을 수 없고, 폐기처분도 할 수 없는 가을배추 경작면적이 작지 않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한 심 의원은 "배방지역 농민들은 금배추라 불렸던 지난해에도 많은 이득은 고사하고, 중간상인들의 배만 불렸다"며 "올해 같이 가격이 폭락할 때도 중간상인들은 잔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배추의 품질은 운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간상인들은 농민들이 경작면적을 속였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배춧값을 일방적으로 깎아내리고 있다"며 "농민들은 분하고 억울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는 수밖에 없다"고 통탄했다.
정부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전국을 강원·중부·호남·영남·제주권 등 5개 권역으로 묶어 채소류의 수급조절 기능 및 가격 안정을 위해 배추·무 산지유통센터 설치를 추진 중이다. 또한 정부는 중부권 산지유통센터를 아산시에 설치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산시는 관내 모 농업관련 법인에서 제출한 사업게획에 따라 지난 9월 16일 사업지 51억 원의 배추·무 전문 산지유통센터를 설치했다. 하지만 5일 뒤인 9월 21일 "시비 10억 원의 부담은 과도하다"며 건립신청 취소를 충청남도에 요청했다. 심 의원은 시의회 본회의에서 건립신청 취소 이유를 따져 물었다.
아신시가 심 의원에게 서면으로 제출한 답변서를 보면 산지유통센터 건립신청 사유는 "배추 주산지인 배방지역의 산지 가격 폭락 시 농가의 피해를 일정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 단체와의 간담회 당시 이 사업이 기존 유통업자를 위한 사업이라는 의견과 과다한 시비 투자라는 의견이 제시됨에 따라 재검토를 하게 됐으며, 지역 농업인 및 관련기관, 학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취소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적혀 있다.
이에 심 의원은 "사업신청 단계에서 시비 부담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말이냐"고 다그쳐 물으며 "아산시가 졸속 행정을 하고 있으며 시의 정책결정이 미흡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체 아산시의 정책결정은 누가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특정 단체에서 반대하면 정책은 번복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아산시의 정책결정은 원칙도 없고, 소신도 없다"고 힐책했다.
이어 심 의원은 복기왕 아산시장에게 "시장은 중부권 산지유통센터 철회에 따른 의견수렴 과정을 공개하고, 진정으로 농민을 위한 것이 무엇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검토를 부탁한다"며 "내년에는 가격 폭락에 수요마저 줄어 판로가 막힌 농민들이 '폐기면적 3.3㎡ 당 2000원 정도를 정부로부터 보상받기로 약속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1년 내내 공들인 농사를 날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소식이 더 이상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