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3일 오전 11시 30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전광역시 대덕구의 한남대학교를 방문했다.
 23일 오전 11시 30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전광역시 대덕구의 한남대학교를 방문했다.
ⓒ 박종원

관련사진보기


23일 오전 11시 31분. 대전 한남대학교 캠퍼스에 서너 대의 검은색 중형차가 줄지어 모습을 드러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일행이었다. 학생회관 주변은 지상파 방송을 포함한 지역지 기자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박 전 대표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반까지 대전지역 사립대 학생회연합 주최로 대학 총학생회장단과 간담회를 하고, 학생식당에서 재학생들과 점심을 함께 먹기로 했다. 또 오후 3시에는 대전대에서 강연을 하기로 했다. 

학생회 임원들은 박 전 대표를 맞으며 "학생들과 진솔한 이야기 나누러 여기까지 오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따. 박 전 대표는 "그러려고 왔습니다"며 웃었다. 

그러나 학생회관 주변에는 학생들이 많지 않았다. 많은 학생들은 박 전 대표의 방문을 모르는 듯했따.

"박 전 대표님, 밥이 입으로 가는지... 코로 가는지"

박 전 대표는 서둘러 학교 총학생회실에 들어가 학생들과 간담회를 했다. 학교 홍보팀과 총학생회에서 취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은 탓에 기자들 다시에 다소 혼란이 있었다. 결국 서울지역 언론사와 지역 언론사 취재기자, 사진기자, 방송 카메라 기자 일부만이 자체 협의를 통해 선별적으로 취재를 할 수 있었다.

나머지 기자들은 복도에서 대기했다. 소형 무전기를 든 학생들 네댓 명이 문을 걸어 잠근 채 그 앞을 지켰다. 기자가 학교 학생증을 제시하며 출입을 문의했지만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낮 12시 반. 박 전 대표는 한 시간 가량의 간담회를 마치고 학생식당으로 이동했다.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일반 학생들 10명과 함께 식사자리가 마련됐다. 박근혜 전 대표는 비빔밥을 직접 주문했다. 지켜보니 학생들이 밥 먹는 모습이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허심탄회한 대화라는 컨셉트에 맞지 않게 모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한 학생이 박 전 대표에게 말했다.

23일 낮 12시 30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일반 학생 10명과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3일 낮 12시 30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일반 학생 10명과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박종원

관련사진보기


"저... 대표님 사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식사를 시작하면서 학생들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그는 "영화 <빌리 엘리어트>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냐"는 말로 운을 뗐다. 빌리 엘리어트는 2001년에 만들어진 영국 영화로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발레리노의 꿈을 키워가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박 전 대표는 영화 줄거리를 설명하면서 "학생들이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길로 갈 수 있게 해줘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서 "그래야 자기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학벌사회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 "그런데 지금 학생들은 입시전쟁 탓에 자신의 꿈을 키울 시간이 없다"며 "그것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식사 중 학생들이 민감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22일 한나라당의 기습 표결로 통과된 한미FTA 비준안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 학생이 "그렇게 비준안을 통과시킨 것이 옳은 것이었나"라는 질문에 박 전 대표는 "늦게 끌면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분위기는 더 어색해졌다. 총학생회장이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듯 "밥이 너무 많으신 것 같은데 제가 좀 덜어드리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식사를 끝낸 박 전 대표는 또다른 간담회를 위해 자리를 떴다. 학생들이 먹은 밥그릇을 봤다. 열 명 중 밥을 다 먹은 학생은 네 명 뿐이었다. 박 전 대표는 학술정보관 브라이징룸에서 일반 학생 11명과 15분간 간담회를 가진 후 오후 1시 50분께 학교를 떠났다.

23일 오후 1시 30분. 한남대 학술정보관을 방문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3일 오후 1시 30분. 한남대 학술정보관을 방문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박종원

관련사진보기


"이게 무슨 소통인가요, 밥만 먹고 갔으면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박 전 대표가 온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학생들의 반응도 대체로 냉담했다.

박 전 대표 인근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던 법학과 2학년 김인광(23)씨는 "(박 전 대표가) 학교에 온다는 소식을 오늘 아침에 들었다"며 "무슨 소통인지 모르겠다. 결국 밥만 먹고 갔으면서"라고 말했다. 같은 테이블에 있던 법학과 2학년 최필경(23)씨도 "한미FTA 타결로 인해 여당의 이미지가 별로 안 좋은데 이미지 관리하려 온 게 아니냐"고  말했다.

정치언론국제학과 2학년 정모양(21)은 "안철수의 행보가 젊은이들에게 관심을 끌기 시작하면서 그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대학을 도는 거 아니겠느냐"며 "사전에 알고는 있었지만 간담회에 가지 않기를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전성우 한남대 홍보팀장은 "이번 행사는 학교의 초청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총학생회장단(대전지역 사립대 학생회연합)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자리라 학교에서 별도의 공지를 하지 않았다"며 "박 전 대표 측에서도 학교에서 일체 준비하지 말았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태그:#박근혜, #한남대, #대선행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