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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멀지 않았습니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에 고기안주에 술 몇 잔 마시고 노래방으로 가서 노래 몇 곡 부른다고 해서 마음에 부담을 느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오늘처럼 겨울비가 추적추적 나리는 날 오후, 길쭉길쭉한 부추를 통째로 넣거나 송송 썬 파를 넉넉히 넣고 노릇노릇하게 익힌 부침개에 막걸리 몇 잔 걸치고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벌렁 드러누워 잠 한 숨 잔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도 없고 마음에 부담을 느낄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세속인에겐 흠도 되지 않고 눈치를 봐야 할 일도 아니지만 출가수행자인 스님들에겐 출가를 하면서 이런 일(행동)은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승가에 약속을 하는 계(戒)를 어기는 일이니 흠이 될 수도 있고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승가대학 교재 <계율과 불교윤리>

인간은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그러기에 도덕(윤리)과 법이 존재합니다. 도덕과 법은 더불어 공존할 수밖에 없는 인간들이 서로를 위하여 지켜야 할 최소한의 질서이며 기준입니다. 그러한 도덕과 법 역시 필요에 따라 생멸합니다. 자동차가 없었던 시대에는 도로교통법이 필요 없었겠지만 도로교통법이 없는 오늘을 상상하는 건 끔찍할 수도 있습니다.

<계율과 불교윤리> 표지
 <계율과 불교윤리> 표지
ⓒ 조계종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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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오늘에 맞는 도덕과 법이 필요하듯 출가 수행자들의 집단인 승가에도 도덕과 질서유지를 위한 법이 존재합니다. 세속의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도덕과 준법 외로 한층 더 고차원적인 도덕과 승가집단만의 준법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계'이고 '율'입니다.   

신공, 원묵, 원영, 박병기, 이자랑이 공동집필하고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에서 편찬해 조계종출판사에서 출판한 <계율과 불교윤리>는 승가대학교재로 계와 율, 불교윤리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초·중·고등학생들이 배우는 교재도 그렇지만 대학 전문 과정에서 채택되는 교재는 많고 많은 책 중에서 가장 원칙적이며 보편적인 내용입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기준과 내용을 전제로 하는 것이 교재입니다.   

계와 율에 대한 정의, 제정배경, 내용 등을 설명하고 있는 <계율과 불교윤리>는 출가 수행자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 자격은 물론 치러야 할 의식절차, 대본에 버금갈 정도로 무슨 말을 어떻게 하는지 까지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째 몸과 마음이 모두 진심으로 출가한 상태[心身俔出]
둘째 몸은 출가하였으나 마음은 출가하지 않은 상태[身出心不出]
셋째 마음은 출가하였지만, 몸은 출가하지 않은 상태[心出身不出]
넷째 몸도 마음도 출가되지 않은 상태[心身俔不出] - 15쪽

승가(僧家)도 결국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단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기에 예견되는 문제는 사전에 예방하고, 사전에 있었던 문제는 재발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법이고, 계이며 율입니다. 

세 살 짜리 아이가 알아도 여든 어른이 실천하기 힘든 게 실천 

세속에는 도덕과 법이 있고 승가 역시 계와 율이 있음에도 세속이니 승속이니 할 것 없이 조용할 날이 없는 듯합니다. 무슨 다툼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소설 속의 이야기일 뿐인지는 모르지만 고승들께서 닭 벼슬만도 못하다고 하던 감투자리를 포함해 이런저런 일로 벌이는 시시비비가 끊이지 않는 게 요즘의 종교계 소식이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사회법에 제소하고, 폭력적 행동이 야기되는 승가의 복잡다난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자 해답은 <계율과 불교윤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단이 벌어진 원인을 들여다보면 결국 계율을 어기거나 무시한 데서 비롯되었을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무궁무진하게 많이 알고 있고, 듣는 사람을 감동시킬 만큼 제아무리 법문을 잘해도 말과 행동이 다르고, 실천하지 않는 수행자의 가르침은 공허할 뿐입니다. 계율은 수행자로의 삶과 행동에 대한 지침이며 기준입니다. 계와 율을 지키는 것이야 말로 스스로를 가장 빛내는 탁마이며 가장 큰 가르침, 가장 큰 설법이 될 것입니다.

이 규정을 통하여, 공동체의 진정한 화합이란 불화가 일어날 것을 두려워하며 남의 잘못된 행동을 눈감아주거나 묵인하는 무관심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와 남의 행동에 관심을 갖고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 rkf 수 있도록 상호 노력하며, 또한 서로의 지적을 감사하게 받아들여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부터 획득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 72쪽

자자(自恣)에 대한 설명 중 일부입니다. 세 살짜리 아이가 알아도 여든 어른이 어려운 게 실천입니다. 종단이나 본사에서 소임을 맡을 정도의 수행경력을 가졌다면 '계와 율'을 모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아는 대로 실천하지 않을 뿐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기에 초심을 추스르는 마음, 조금은 느슨해지거나 흩어졌을 수도 있을 출가 초기의 청정한 결심을 다시 한번 확고히 하고자 꼭 읽어야 할 필독서가 바로 <계율과 불교윤리>라 생각됩니다.

문제 해결의 주체는 법이 아니라 사람

무심해서 혹은 어렴풋해서 부지불식간에 있었을 지도 모를 계율에 어긋나는 수행, 계율에 대한 정의를 다시 챙겨본다는 것은 수행자로서의 토대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법은 여러 조직과 사람의 관계를 규율하는 여러 규범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문제 해결의 주체는 법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살핀다면 법 만능주의는 수단과 목적이 전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 238쪽

<계율과 불교윤리>, 청정한 삶을 살고자 출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겐 출가 수행자가 갖추어야 할 계와 율, 불교윤리에 대한 충실한 정보가 될 것입니다. 서릿발 같던 초발심이었지만 수행경력이 더해지면서 수행자의 길까지 습관적으로 걷고 있는 구참 스님들에겐 초발심으로 계와 율을 출가 초기의 초발심으로 벼리는 숫돌이 될 것이라 기대됩니다.  

서릿발 같은 계율을 한 치 어김없이 실천하는 구참 수행자야 말로 출가수행자의 표상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만인이 우러르는 만인의 스승이 될 것입니다.

신공, 원묵, 원영, 박병기, 이자랑이 공동집필하고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에서 편찬해 조계종출판사에서 출판한 <계율과 불교윤리>에서 그길, 출가수행자의 표상이 되고 만인의 스승이 될 수 있는 계율과 불교윤리를 다시 세우고 벼릴 수 있는 경책의 숫돌을 찾게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계율과 불교윤리>|집필 신공, 원묵, 원영, 박병기, 이자랑 | 펴낸곳 (주)조계종출판사 | 2011.11.15 | 15,000원



계율과 불교윤리

신공 외 지음,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 편찬, 조계종출판사(2011)


태그:#계율과 불교윤리, #조계종, #조계종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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