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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들어갑니다! 아이 조심하세요!"

 

주인아저씨는 저희가 어린아이를 데려와서 특별히 신경이 쓰인다고, 거듭 불조심을 강조하십니다. 아이들이 사고 나는 건 한순간이므로 특히 조심하라는 말씀이시죠. 그리곤 불판에 생삼겹을 올려주셨습니다.

 

"원래 삼겹살은 제가 구워주지 않는데, 오늘은 어린 손님도 계시니 특별히 제가 구워드리죠!"

 

오호! 이런 고마우신 말씀이 어디 또 있나요? 사실 그동안 고기가 먹고 싶어도, 저희 부부가 한 사람은 얘 보고, 또 한 사람은 고기 굽느라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질 못했었거든요. 하지만 오늘은 둘이서 아이를 보며, 주인아저씨가 구워주는 고기를 먹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옆자리 손님이 담배를 꺼내들면, 후다닥 달려가서 아이가 있으니, 담배는 나가서 태우고 오시라고 말씀도 해주십니다. 사실 식당 전체가 금연 구역인데, 아직도 식사를 다하고 나면 그 자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다며, 고개를 내저으시더군요. 전, 주인아저씨가 담배를 안 피워서 그러나 보다 생각했는데, 사실 무지막지한 골초라고 하셨습니다.

 

사실 삼겹살이야 어디서 먹든 다 비슷한 맛이 아닐까요? 굽는 요령과 화력이 중요한 변수가 되지만, 대부분, 생삽겹의 맛은 다 비슷할 겁니다. 그래서 사진 찍을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항정살을 보니 다른 곳에서 보던 것과 색감이 달라서 사진기를 들이댔습니다.

 

그렇게 사진 한 장 찍고. 무심코 제가 먹던 젓가락으로 고기를 막 뒤집으려는 찰라! 또 저 멀리서 주인아저씨가 달려오십니다.

 

"어어! 생고기를 젓가락으로 뒤집으면 안돼요!"

 

익지 않은 생고기를 젓가락으로 뒤집고, 그걸 무심코 입속에 넣으면, 득실대는 세균 덩어리를 그대로 먹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씀.

 

"제가 손님 같은 분이 오시면, 꼭 젓가락 단속을 시켜드립니다. 익지도 않은 고기를 이 사람 저 사람 젓가락으로 뒤집으면 세균도 세균이지만, 술잔 돌리는 것보다 더 나쁘죠."

 

아! 맞습니다. 저 얘기는 그전부터 많이 들었지만, 처음에 고기를 얹을 때만 조심하고, 그 후에 뒤집을 때는 그냥 젓가락으로 무심코 뒤집던 버릇이 이곳에서도 또 나와 버렸습니다. 그렇게 주인아저씨에서 혼나고 말았죠. 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그런데 주인아저씨가 주신 삼겹살은 좀 특이했습니다. 고기를 주시면서, 이런 부위는 처음이실 거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삼겹살 중에서도 아주 조금 나오는 부위라고, 아마 돼지 한 마리에서 2인분 정도 나올 것이라고 하더군요. 

 

맛은 부드러운 목살 같은데도 쫄깃한 맛이 납니다. 삼겹살과 목살을 함께 먹는 맛이라고 할까요? 하여간 처음 먹어본 맛에 반했습니다.

 

주인아저씨가 "사실은 아이 얼굴 한 번 더 보려고 자꾸 고기를 뒤집어 주려고 왔다"고 말씀하신 것을 보니, 제 딸 덕분에 맛있는 부위를 먹어본 것을 알았죠.

 

사실, 저희가 이 식당을 오늘 처음 온 것이 아닙니다. 결혼 후 신혼생활을 안양 5동에서 시작했는데, 그때 이곳 남부시장과 바로 옆 중앙시장이 저희의 주된, 활동지역(?)이었죠. 제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 가기 전까지 수시로 드나들던 곳이었죠. 생각해 보니 10년이 더 지난 이야기네요.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서 식당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요즘 장사가 잘 안 된다는 아저씨의 말 때문일까요? 한 자리에서 30년 넘게 장사하신 덕에 그나마 손님이 있다는 말이 기억에 남네요. 그 말은 단골손님들 덕에 간신히 유지하고 계시다는 말이겠죠?  앞으로도 꾸준히 장사 잘 되길 기원합니다. 그래야 또 저희가 오죠.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생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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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 혹은 여행지의 추억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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