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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정 충남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 충남도

# 장면 1.

21일 <중앙>이 '민주당, 송영길·안희정에게 배워라'는 사설을 게재했다. 16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 중앙SUNDAY > 설문결과 민주당 단체장 중 FTA 반대 의견을 표명한 사람은 강원·전북 지사 두 명이었다며 송영길 인천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참으로 돋보인다고 추켜세웠다.

'당내의 거센 비난과 압력에도 불구하고 한미FTA 찬성 입장을 당당히 밝혔다'는 이유에서다. <중앙> 사설에 따르면 송 시장은 "FTA는 대한민국의 생존전략이고 우리가 돌파해야 할 과제"라고 했고, 안 지사는 "FTA는 개방과 통상 정책에 관한 논쟁이지, 선과 악의 논쟁이 아니다"라고 했다. 

사설의 근거가 된 < 중앙 SUNDAY > 보도 내용을 보자. 20일 < 중앙SUNDAY > 보도기사에는 "그동안 한미FTA 찬성에 가깝던 안희정 충남지사와 강운태 광주시장은 중앙SUNDAY 질문에 즉답을 회피했다"고 돼 있다. 이어 "'안 지사는 국민이 정부와 대통령을 불신하고 있다. 이 문제를 푸는 게 FTA 해법의 본질인 만큼 대화와 설득에 노력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돼 있다.

< 중앙SUNDAY >는 "그는 16일 트위터를 통해 '자기가 추진했던 정책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다른 입장을 취하면 안 된다'고 FTA에 대해 찬성 쪽으로 밝히더니 중앙SUNDAY 질문에선 이처럼 입장을 완화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중앙>은 이날 사설에서 안 지사가 당당히 찬성입장을 밝혔다고 전하고 있다. 'FTA는 선과 악의 논쟁이 아니다'와 '대화와 설득에 노력해야 한다'는 답변이 '한미FTA 찬성'으로 단순도식화된 것이다.
  
<중앙>의 이같은 보도는 '한미FTA 찬성= 한미FTA 강행처리 찬성'이라는 등식을 심어 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

# 장면 2.

21일 오전 민주당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시도지사 연석회의장. 안 지사는 이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한미FTA 처리 방안과 관련 "한나라당의 강행처리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다, 옳지 않다, 우리가 그것에 다른 의견들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드시 국민들의 합의가 필요하다, 합의를 만회하기 위한 재정과 사회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 없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자고 하는 것은 국정운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국회에서 차분하게 더 논의해야 한다"며 "찬반논쟁을 선악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눠서는 국민적인 논의를 못해낸다"고 덧붙였다.

그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에 대해서는 "모든 나라와 ISD를 맺고 있지 않으냐"며 "정부정책의 품질을 높이고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이는 '한미FTA 를 체결하고 ISD 를 수용하기에는 정부의 대책이 불충분하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여러 언론 매체들은 안희정 충남지사가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평상시와 같이 찬성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했다. 마치 안 지사가 비준동의안 강행처리에 찬성입장을 밝혀온 것처럼 읽힌다.


# 장면 3.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 심규상
이날 오후 4시 안 지사는 서울에서 돌아오자마자 충남도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처했다.

안 지사는 "한나라당과 한미 FTA 찬성하시는 분들 일부가 제 발언을 한미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는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며 "저의 뜻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미FTA에 대한 국민적 합의로 피해 보는 산업, 지역, 계층 간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정부는 대비책을 잘 만들어야 한다"며 "찬반의 대립으로 몰고 가 숫자로 처리하는 것은 국민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고 말했다.

# 장면 4.


< 중앙SUNDAY > 보도처럼 안 지사가 한미FTA에 대한 입장을 바꿔 온 것일까. 안 지사는 올 하반기 들어 여러 차례에 걸쳐 한미FTA에 대한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 8월 서울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FTA를 찬성하면 보수고 반대하면 진보라는 구분에 절대 동의할 수 없으며 이는 국민의 눈높이와도 맞지 않다"며 찬반논쟁보다는 '로컬 푸드시스템(local food system)과 같은 농업 혁신 전략으로 FTA 체결로 인한 충남농업부분 피해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10월 16일 '2011 한국벤처농업대학'에서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도  "한미FTA 체결은 피할 길이 없는 현실의 문제"라며 "우리가 이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면 모두 죽는 만큼 농촌혁신을 위해 힘을 모아 나가자"고 말했다.

안 지사는 같은 달 31일 도청 기자들과 만나 한미 FTA 체결 및 ISD논란과 관련해 "국익을 위해 (찬·반 양측이) 좀 더 토론해 줬으면 좋겠다"며 "도지사로서 한미FTA 체결 문제에 대해 개입할 상황이 아니며 피해대책을 세우는데 행정력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정리하면 안 지사는 한미FTA 체결로 대표되는 개방형 통상국가 전략은 현 정부는 물론 한국 역대 정부의 전략으로 이미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개방을 통해 위험에 처하는 분야에 대한 논의와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해왔다. 따라서 찬반의 대립으로 몰고 가 강행처리해서는 안 되며 국회차원의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안 지사는 21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더 이상 제 발언 한 부분만을 떼어내서 찬성이나 강행처리 근거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안희정#한·미 FTA #강행처리#I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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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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