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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변호사법 위반 등으로 구속된 문아무개 대영로직스 대표가 현 여당 의원의 박 아무개 보좌관을 앞세워 '정권 실세의 측근'으로 행세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과 박 보좌관을 모두 잘 아는 여권 인사 C씨는 지난 18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문 대표가 이 회장에게 직접 전화해 만나자고 했다고 하지만 박 보좌관이 있었으니까 문 대표가 움직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문 대표가 정권 실세 보좌관을 앞세워 이 회장에게 접근해 거액의 로비자금을 받아갔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문 대표는 이 회장으로부터 수십억 원을 받아 박 보좌관을 통해 현 정권 실세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 정권 실세 쪽은 "문 대표와는 일면식도 없다"며 측근관계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일단 검찰은 이 회장으로부터 120억 원짜리 선박을 담보로 제공받아 이 회장의 자산을 빼돌리고(강제집행 면탈), 검찰수사와 워크아웃 무마 명목으로 7억8000만 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문 대표를 구속했다.

 

검찰은 현 정권 실세인 L의원을 오랫동안 보좌해온 박아무개 보좌관도 출국 금지했다. 박 보좌관은 문 대표를 통해 이 회장이 건넨 명품시계를 받았다가 돌려준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이국철 회장 쪽에서 건넨 수십억 원은 어디로?

 

검찰조사에서 문 대표는 이 회장으로부터 10억 원과 명품시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명품시계는 현 정권 실세의 측근인 박 보좌관에게 건너갔다. 하지만 박 보좌관은 지난 9월 이 회장의 'MB 정부 실세 스폰서 의혹' 폭로 이후 명품시계를 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의혹은 문 대표가 이 회장에게 받은 현금의 규모와 사용처다. 처음에는 문 대표가 SLS 그룹 계열사로부터 현금 30억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것을 '로비자금'이 아닌 '이 회장의 재산도피'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국철 회장의 비망록에는 문 대표가 이 회장에게 60억 원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와 있다.  게다가 이 회장의 매형인 황아무개 SP해양 대표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SP해양이 대영로직스에 8억9000만 원을 빌려줬는데 이것이 한나라당쪽으로 흘러가는 걸로 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결국 '자산이전'이든 '로비자금'이든 수상한 수십억 원의 현금이 이 회장쪽에서 문 대표에게 건너간 것이다.  

 

문 대표는 검찰조사에서 자신이 이 회장으로부터 현금 10억 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줬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회장 쪽에서 건너간 수십억 원이 박 보좌관을 통해 현 정권 실세에게 건너갔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여권인사 C씨는 "현 정권 실세가 보좌관을 시켜 돈을 받을 분이 아니다"라며 "그분이 돈을 받았다는 것은 상식밖의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문 대표 등이 중간에서 장난칠 수도 있다"고 '배달사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국철 비망록을 보면, 이 회장에게 폭로중단을 회유했던 혜인 스님도 "이 회장이 문 사장에게 돈을 준 것은 100%이지만 L의원이 99% 안 받았다, 중간에서 누가 먹은 것"이라고 '배달사고' 가능성을 내비쳤다. 

 

C씨는 "박 보좌관은 현 정권 실세를 20년간 모신 사람치고, 집안에 돈도 많다고 들었다"며 "문 대표가 정치브로커인 것 같은데 박 보좌관이 브로커한테 당한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배달사고 가능성과 관련, 이 회장은 자신이 작성한 비망록에서 "나는 L의원의 측근들을 보고 돈 준 게 아니다"라며 "나는 L의원을 보고 돈을 줬다"고 반박했다.

 

여권 인사, 이 회장 찾아가 "비망록을 전부 보여 달라" 요구

 

또한 C씨는 "(이 회장의 폭로 이후) 두 차례 이 회장을 만났다"며 "당시 이 회장에게 '비망록을 보여줘라'고 요구했고 이 회장도 '알았다'고 했지만 (5권의 비망록 중) 2권만 보여줬다"고 말했다.

 

C씨가 직접 확인했다는 두 권의 '이국철 비망록'은 신 전 차관, 혜인 스님과 관련된 것이다. 그는 "2권의 내용은 파괴력이 크지 않은 것이었다"며 "중요한 것은 나머지 3권에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C씨는 "저는 '말로만 믿을 수 없으니 믿을 수 있는 근거(비망록)를 내놓으라'고 했다"며 "그것을 사실(나머지 3권의 비망록 존재 여부)로 확인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심정적으로는 이 회장이 억울한 걸로 보인다"며 "하지만 그것을 확정적으로 보여주려면 비망록을 보여줬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C씨는 지난 9월 이 회장이 MB 정부 실세 스폰서 의혹을 폭로한 이후 한나라당 인사인 윤아무개씨와 함께 두 차례 이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그와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이 회장에게 소개한 인사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이국철 비망록에도 박 보좌관과 문 대표가 각각 영문 이니셜 'A'와 'B'로 등장한다. 문 대표는 검찰조사에서 "박 보좌관은 2009년 우연히 알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21일 오전 10시 신재민 전 차관을 네 번째 소환조사한다. 신 전 차관은 이 회장으로부터 1억여 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금품 수수의 대가성을 집중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예정이다.


태그:#이국철, #대영로직스, #혜인 스님, #이국철 비망록, #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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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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