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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길. 배우며 가는 산행.
▲ 왼쪽에 계신 분이 장세동 지역사 연구가 선생님. 함께 걷는 길. 배우며 가는 산행.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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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기씨 시간 나면 남목산 함께 타볼래?"

저와 같은 울산 남목에 사는 최장윤 형님이 지난 토요일(19일) 남목산을 타보자 했습니다. 저는 일요일 오전 10시에 동구청 청소부 모집 체력시험을 보는 터라 운동이 필요한데 마침 잘되었다 싶어 같이 가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지금은 초등학교 시설관리 일을 하는데, 토요일 날은 출근을 했습니다. 오후 1시에 일 마치고 퇴근하여 집에 있다가 오후 3시 만나기로 해서 나갔습니다. 장윤 형님은 먼저 집 앞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창기는 장세동 선생님을 아나? 오늘 그분과 함께 옥류천 역사 탐방을 한다고 하네."

가보니 10여 명이 넘는 분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 '더불어숲' 산행은 우리 동구 지역에서 지역사를 연구하시는 장세동 선생님과 함께하는 역사탐방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산에 갔다 오면서 먼지 털라고 설치해 두었나 보네요.
몇개월 전까진 없었는데...
▲ 옥류천 입구에 설치된 에어 분무기 산에 갔다 오면서 먼지 털라고 설치해 두었나 보네요. 몇개월 전까진 없었는데...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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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숲은 동구 지역에 있는 유일한 작은도서관입니다. 뜻있는 여러분들이 모여 만든 비영리 모임공간이기도 합니다. 저도 더불어숲에 가끔 가보고 있습니다. 영화 보기도 하고 유익한 강연회도 하고 공부 모임도 있습니다. 그중 오늘은 역사탐방 산행을 하나 보네요. 장세동 선생님은 저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동구 지역 역사와 지역 이름과 유래를 연구하는 분이신데, 장 선생님보다 동구 역사를 잘 아는 분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만큼 동구 연구에 평생을 보낸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 가려는 길은 옥류천으로 '남목을 흐르는 천'이라고도 합니다. 감나무골 계곡도 이곳에 있습니다."

장세동(58) 선생님의 인사말이 끝나고 곧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얼마쯤 가니 쉼터도 있고 먼지 터는 곳도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몇 개월 전까진 없던 시설이 생긴 거 같았습니다. 얼마쯤 산길을 걸어가니 큰 바위가 있고 간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앞에 우리 일행을 멈추게 하고 장 선생님이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산길을 걸으며 배우는 유래가 참 재밌었습니다.
▲ 장세동 선생님 알바위 유래 설명 산길을 걸으며 배우는 유래가 참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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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알바위가 있는 곳입니다. 바위를 살펴보면 계란처럼 동그랗게 작은 구덩이가 파진게 보일 겁니다. 그것이 그래서 이 바위를 알바위라 합니다. 옥류천이 흐르는 이곳엔 여러개의 알바위가 있습니다. 이곳엔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많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바위에 알처럼 생긴 구덩이를 성혈이라고도 하지요. 보통 삼신할매로 알려진 분 있잖아요. 아이가 안 생길때 생기게 해달라고 비는…. 아낙네들이 아이 낳게 해달라고 바위에다 돌로 구덩이가 생길 정도로 정성을 들인 흔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 얼마를 오르니 작은 간판이 하나 나왔습니다. '사기쟁이 집골'이라고 쓰여져 있고 '청자 가마니 터'라는 곳이랍니다. 이곳에서 청자 가마니 터가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흔적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모두 사라졌습니다.

 완만한 산길이라 걷기 좋았습니다.
▲ 물 흐르는 골짜기 따라 걷는 산 길. 완만한 산길이라 걷기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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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로 가면 주전이 나오는 고개입니다. 이 고개를 고불개라 하기도 하고 구불개라 하기도 합니다. 또 저기 음턱굴이 있는데 움턱골이라고도 하지요. 움턱은 또 굼턱, 훔턱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움턱 파인 골이라 하는 것입니다"

옥류천 가는 곳곳에 작은 푯말이 있었습니다. 모두 지명 연구가로도 알려진 장세동 선생님의 노력 덕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옥류천을 자주 산보를 다녔어도 그런 역사가 흐른 곳인 줄은 몰랐습니다. 그 외에도 생소한 지명이 수십 개나 되었습니다. 가는 곳마다 푯말이 새워져 있었습니다.

"저 위에 바위가 보이지요. 저곳을 노적봉이라 합니다. 노적봉은 쌀가마를 쌓아놓은 듯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리고 이 옥류천을 따라 있는 남목산에도 예전엔 송이버섯이 많이 났어요. 그러나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송이버섯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어요."

 우리는 동축사 쪽으로 올라 갔습니다.
▲ 여러곳으로 갈수 있는 간판 우리는 동축사 쪽으로 올라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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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선생님은 가면서 푯말이 있는 곳마다 서서 하나씩 지명의 유래와 뜻을 설명해주셨습니다. 그 외에도 사각 함지박같이 생겼다는 뜻의 '반티바위', 감나무골 골짜기를 돌아간다는 뜻의 '물길', 산길 돌아드는 곳이라는 뜻의 '도린자리'라는 이름도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발안골, 범무골, 탕건바위(탕건은 갓 안에 쓰는 것)라는 이름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물소리를 들으며 골짜기를 걸어가면 마음도 정화되고 정신도 맑아지며 편안한 상태가 됩니다."

장 선생님은 숲 길을 걸으면 마음 안정에도 도움되고 몸 건강에도 유익하다고 설명합니다. 우리는 걷기 좋은 골짜기를 계속 걸었습니다. 가다가 한 푯말에 쓰여진 글귀를 보고 어느 분이 장 선생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저 뻔디기란 말이 무슨 말입니까?"
"안등당 뻔디기에서 등과 당은 같은 말이고, 등성이로 죽 이어져 있는 들이란 의미입니다.우리나라 말은 음절이 늘어나는 속성이 있어요. 뫼봉산이라는 산이 있어요. 한자어로 뫼봉산인데 우리글로 바꾸면 '산산산'이란 뜻이지요. 우리 동구에 번덕이라는 곳이 있지요. 일산 옆에. 그 번덕이 뻔디기의 한자 표현입니다."

뻔디기란 말은 펑퍼짐한 들판같이 생긴 곳을 가리키는 말이라 합니다. '찬물내기'는 시원한 물이 나오는 곳이고 '가재골'은 가생이 골짜기라는 것이라 합니다. 가생이는 가장자리를 뜻한다 합니다.

"옛날부터 남목은 말을 길러 국가에 제공하던 곳입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남목만 해도 마성이 두 곳이나 있잖아요. 지금 남목초등학교가 있는 곳이 옛날엔 목관이 있는 관아였어요. 목관은 말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3년 있다가 다른 곳으로 가고 했어요. 남목은 큰 말목장이었어요. 남목이란 말도 남쪽에 있는 목장을 줄여 쓰는 말입니다."

간판엔 자세한 설명이 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 옥류천 이야기길 안내 간판 간판엔 자세한 설명이 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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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렇게 설명을 들으며 어느새 동축사까지 걸어 왔습니다. 장 선생님은 동축사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동축사는 진흥왕 57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며 그때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신라 때는 지금의 울산이란 지명이 하곡이란 지명으로 통했다 합니다. 멀리 인도에 아육왕이 기도처로 쓸 불상을 만들었으나 세 번 다 깨어져버렸다 합니다.

그래서 큰 배에다 황금 5만 푼과 여러 가지 자재를 실어 바다로 떠내려 보내며 "인연 닿는 곳에다 절을 짓고 불상을 만들어 달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는 것입니다. 그 배가 닿은 곳이 울산 앞바다라 하고 그 귀금속과 자재로 절을 짓고 불상을 만들어서 이름을 동축사라 했다는 것입니다. 이같은 기록은 <삼국유사>에 나와 있는 내용이라 합니다.

동축사 가는 오가는 길 옆엔 장군바위라 불리우는 큰 바위 하나가 있는데 그 바위 위에는 작은 돌맹이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습니다. 누군가 그 연유를 묻자 장 선생님은 거기서 삼신할매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우리가 다 아는 삼신할매 전설과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요. 이 바위 위에다 왼손으로 돌을 던져 위에 얹혀지면 아들을 낳고 오른손으로 돌을 던져 얹혀지면 딸을 낳는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어요."

장군바위 맞은 쪽엔 메뚜깔 돌이라 새겨진 돌이 있었고 그 옆으로 장수 발자국이 새겨진 돌도 있었습니다. 위를 보니 진짜 사람 발자국 크기 만큼 파여져 있었습니다. 동축사 주변으로도 여러 이름을 가진 바위가 많았습니다. 사람 머리에 쓰는 휘향 같다고 큰휘향바위와 작은휘향바위가 있었고, 신령한 샘물이라 하여 관음정이란 바위도 있었습니다. 진짜로 물이 있나 올려다 보았더니 바위 중간쯤 둥글게 패여 있었고 그 안엔 물이 고여 있었습니다.

장세동 선생님은 한문도 잘 알았습니다.
▲ 바위에 세겨진 글귀에 대해 설명 장세동 선생님은 한문도 잘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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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무슨 글귀인가요?"

부상효채라 쓰여져 있다고 했습니다. 동축사 뒤 쪽에 있는 바위에 새겨진 글귀입니다. 저 바위 글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으나 늦게 도착해 못 들었습니다. 동축사 오는 길에 좀 가파른 길이 있었는데 힘들어 좀 쉬다 오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동축사에 들러 동축사 앞 마당에 놓여 있는 3층 석탑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동구에서 유일하게 오래된 사찰입니다.
▲ 동축사 3층 석탑에 대해 설명중인 장세동 선생님 동구에서 유일하게 오래된 사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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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석탑은 고려 때 만든 것으로 추정되지만 3개 다 돌 재료가 같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그래서 우리는 여러 차례 고친게 아닌가 추정하고 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이다 보니 해가 벌써 뉘엿뉘엿 산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해지는 하늘의 구름이 벌겋게 변해 있었습니다. 모두 멋지다며 찬탄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단풍잎 밟으며 산길을 걷는 것만도 좋은데 남목 옥류천 골짜기를 따라 걸으며 생소한 여러 이름도 공부하고 역사에 대해서도 공부할 기회가 된 것이 참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출발지로 다시 도착하고 시간을 보니 오후 5시 30분이었습니다. 오후 3시부터 걸었으니 2시간 30분 걸려 다시 본래 자리로 내려왔습니다. 우리는 다음 역사 배움 산행을 다시 약속하고 각자 집으로 흩어졌습니다. 재밌고도 유익한 산길 걷기였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이름의 지명이 있었습니다.
▲ 울산 옥류천 안에 있는 지명들 이 외에도 다양한 이름의 지명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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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울산 동구, #남목, #옥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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