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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저희는 다시 만났습니다. 작년 6월, 양평 여행 이후 거의 1년 하고도 4개월쯤 더 지난 11월 13일 만난 것이지요. 반갑냐고요? 글쎄요. 이상하게 어제 만나고 헤어졌다가, 오늘 다시 만난 것처럼 그냥 그랬습니다.

 

변한 것 하나도 없는 친구들, 굳이 변한 것이라면 함께 온 아이들이 좀 더 컸다는 사실뿐, 친구들은 항상 똑 같습니다. 아마도 이젠 배가 나올 때로 나오고, 살도 찔 때로 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누군가 운동을 많이 해서 살을 쭉 빼던지 하지 않는 이상 같을 것 같습니다.

 

20명이 하루를 함께 지낼 숙소는 왕산해수욕장에서 한 10분 거리에는 펜션 촌에 있습니다. 일반 아파트 형태라서 화려한 펜션은 아니지만, 단체가 사용하기엔 아주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기본 인원 15명에서 최대 25명까지 쓸 수 있도록, 방 3개에 화장실 2개가 갖춰진 곳입니다. 제가 이 숙소를 구하려고 인터넷으로 발품을 많이 팔았지요. 아마 다음에 또 왕산해수욕장으로 모임을 정한다면, 필히 또 이곳으로 올 생각까지 드는 좋은 곳입니다.

 

예정대로라면, 친구들끼리 서로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저렴하게 회비를 모아 숙소에서 먹거리를 다 해결할 생각이었는데 결국 부족한 회비를 좀 더 걷어 바닷가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숙소에서 가까운 왕산해수욕장으로 오후 3시쯤 나갔죠. 한 시간 정도 바닷가에서 놀다가 이른 저녁을 먹기로 한 겁니다.

 

 

인천시 중구 을왕동에 위치한 왕산해수욕장은 을왕리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는 해변입니다. 고개 하나만 건너면 되는 곳에 서로 위치해 있지요. 아주 가깝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을왕리해수욕장이 젊은 사람들로 활력이 넘치는 곳이라면, 이곳 왕산해수욕장은 가족단위 여행객들로 차분하고 조용한 기운이 감도는 그런 곳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제가 친구들을 만났던 게 1년 전이 아니군요. 바로 두 달 전에, 그러니까 제 딸아이 돌잔치에서 친구들을 봤습니다. 왜! 이제야 그 생각이 나지요. 하긴 그때는 너무 정신없어서 제대로 대화조차 나눌 수 없었으니, 그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나 봅니다. 에고! 이 정신머리하고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노라니, 멀리서 친구들이 부릅니다. 함께 사진이나 찍자는 것이죠. 그리하여 단체로 점프하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해보라고 했죠.

 

 

우리 모임 이름은요..."서울외국순환고속도로"

 

제 친구들 모임에도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되겠습니다. 이 이유는 간단합니다. 친구들이 사는 곳이 그렇습니다. '평촌', '김포', '양주', '별내' 이렇게 서울 외곽을 빙 도는 고속도로 주변에 살기에 그렇게 지어졌습니다. 그리고 딱 한 친구가 강릉에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 야구하는데 방해하던 친구 말이죠.

 

여자애들은 모래놀이를 하고, 남자아이들은 야구를 하며 해변에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저녁을 먹기 위해 예약해 둔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디든 바닷가 횟집은 나오는 음식이 비슷합니다. 그러므로 식당 사장과 잘 흥정을 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 비용에, 서비스로 무엇을 줄 수 있는지 꼼꼼히 흥정을 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함께 음식을 먹으니, 이제야 여행 온 느낌이 제대로 듭니다. 오랜만에 술을 주거니 받거니, 저희는 모두 신이 났습니다. 단, 둘째를 업고 있는 제 아내만 고생이죠. 빨리 아이가 한잠 자야 자리에 편히 앉아 식사를 할 텐데 말입니다.

 

그러는 사이, 바닷가에 해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곳 낙조가 또 일품인데, 오늘은 아쉽게도 구름이 많아서 제대로 된 일몰은 기대할 수 없네요. 아쉽지만, 전 재빨리 사진기를 들고 바닷가에 나갔습니다. 지금 찍지 않으면, 태양은 구름 사이로 들어가서, 오늘은 완전히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태양을 그렇게 보내고, 다시 식당으로 들어오려고 발길을 돌립니다. 옆에 있는 횟집들은 다들 조용한데, 저희가 있는 횟집만 시끌벅적하군요. 그 사이 제 둘째 아이도 유모차에서 잠에 빠져들고, 제 아내도 드디어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제야 맘 놓고 아내와 술 한 잔 마실 수 있겠네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왕산해수욕장, #친구가족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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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 혹은 여행지의 추억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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