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법륜스님의 100회 전국 연속 강연에 참석한 고등학생이 질문하고 있는 모습. "고2, 공부하느라 숨막혀 죽겠어요"
 법륜스님의 100회 전국 연속 강연에 참석한 고등학생이 질문하고 있는 모습. "고2, 공부하느라 숨막혀 죽겠어요"
ⓒ 이준길

관련사진보기


법륜 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100회 연속 강연 소식을 전합니다. 지난주 9일 수요일 대전에서는 법륜 스님의 100회 강연 중 73번째 강의가 열렸습니다. 법륜 스님은 지난 9월 28일부터 전국 각 구청을 순회하며 묻고 답하는 형식의 즉문즉설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남자친구와 헤어져서 괴롭다는 사람, 사업이 부도가 나서 힘들다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와서 자신의 인생 고민을 법륜 스님에게 묻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수능이 있었습니다. 수능이 끝나면 예비 수험생들이 바짝 긴장을 하게 되지요. 그래서 그런지 참석자 중에는 고등학생들이 평소보다 많이 보였습니다. 다섯 번째 질문 순서에 한 여고생이 손을 번쩍 들고 종이에 적어 온 긴 질문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질문 속에는 학업 부담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고등학생의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습니다.

고등학생 "공부 때문에 머리도 아프고 심장도 뛰어요"

법륜스님의 대답을 듣고 있는 고등학생. 질문할 때는 표정이 어두웠는데, 대답을 듣고 나서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법륜스님의 대답을 듣고 있는 고등학생. 질문할 때는 표정이 어두웠는데, 대답을 듣고 나서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 이준길

관련사진보기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저희 학교는 성적순으로 반을 나누어서 보충수업과 야간 자율학습을 합니다. 1학기 초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 특별반에 꼭 들어가야 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저는 그 목표를 이루었습니다. 특별반이 되고 난 후에 며칠은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힘들어졌습니다. 그곳 아이들은 공부도 잘 하고 부모님이 연구원인 이들이 많아 외국 생활도 많이 해서 그런지 프라이드가 굉장히 높습니다. 그런 아이들 속에서 공부하려니 제 자신이 너무나도 위축되고 힘들어졌습니다. 내가 제일 못 하는 것 같고 숨소리도 안 내고 공부하는 그 아이들이 무섭고 숨이 막혔습니다.

그렇다고 특별반이 싫어서 아래로 내려가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보충수업을 빼자니 제 미래가 불안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고민하느라 머리도 많이 아프고 심장이 터질 듯이 뛰면서 힘이 쭉 빠지기도 합니다. 저는 너무나도 힘이 드는데 다른 사람들은 별 문제 아니라는 듯이 얘기를 합니다.

또 남들보다 혈압이 높아서 의사 선생님께서 음식조절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하는데, 학생인지라 잠도 많이 잘 수 없고 또 먹고 싶은 게 굉장히 많거든요. 이 고민 좀 해결해주셨으면 해요."

법륜 스님 : 반이 어떻게 나뉘어져 있어요?

고등학생 : 성적 순으로 여섯 반이 있어요.

성적 순으로 여섯 반이 나뉘어진다는 소리에 대중들이 웅성웅성 거렸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아직도 입시에 혈안이 된 학교가 있다니 좀 심하다 하는 분위기인 것 같았습니다.

법륜 스님 : 두 번째 반으로 가면 어때요?

고등학생 : 별로 가고 싶지 않은데요.

법륜 스님 : 특별반에서 꼴찌하는 것보다 두 번째 반에서 1등 하는 게 안 나은가요?

고등학생 : 별로.

법륜 스님 : 뭐가 인생에서 중요하냐 이걸 선택해야지요. 고등학교 다닐 때 성적 몇 등 하는 게 중요하냐, 건강하고 의식이 똑바르고 심리가 안정이 되고 이게 더 중요하냐의 문제예요. 지금 계속 그렇게 있다가 신경과민되고 소화도 안 되고 스트레스 받고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면 저절로 성적이 떨어져서 밑으로 밀려 내려가잖아요. 그것보다는 자기가 자발적으로 가는 게 낫잖아요. 내가 공부는 잘 하지만 '에이, 이쪽이 낫다' 이렇게.

고등학생 : 반 분위기도 다르고 해서요.

법륜 스님 : 분위기가 나쁘다며? 숨도 안 쉬고 그런다며? (대중 웃음)

고등학생 : 학구적인 분위기잖아요.

법륜 스님 : 학구적인 분위기가 꼭 좋은가?

고등학생 : 공부를 좀 더 잘 할 수 있는 분위기니까요.

법륜 스님 : 공부 잘 해서 뭐하려고?

고등학생 : 잘 살려고요.

법륜 스님 : 어떻게 잘 살려고?

고등학생 : 좋은 대학 들어가서 좋은 직장을…

법륜 스님 : 어떤 게 좋은 직장인데?

고등학생 : 돈 많이 버는 거요.

법륜 스님 : 돈 많이 벌어서 뭐하려고?

고등학생 : 그냥 편히 살려고요. (대중 웃음)

법륜 스님 : 그냥 편히 사는 것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데. 지금 당장 공부 놓아버리면 편히 살 수 있는데. 뭐 하러 그때까지 가서 편히 살려고 그래요? 지금 편히 살 수 있는데.

"공부 잘 해서 편히 살려고요"... "지금 편히 살 수 있는데 왜 기다리나"

이 대답을 듣고 머리를 한 대 꽝 얻어 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금 편히 살 수 있는데" 이 말이 제 귀를 멍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목적은 결국 편하고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것인데, 이렇게 아둥바둥하지 않고도 지금 당장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있는데 그동안 빙빙 겉도는 인생을 살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질문한 고등학생도 이 대답을 듣고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고등학생 : 네. 알겠습니다. (환하게 웃음) 건강은 어떡할까요?

법륜 스님 : 건강? 그걸 놓아 버리면 건강해진다니까.

고등학생 : 네.(환하게 웃음)

법륜 스님 : 등수에 너무 얽매여서 공부하지 말고, 그냥 열심히만 공부하면 돼요. 열심히 공부했는데 등수가 특별반에 들어가면 특별반에 들어간 대로 하고, 열심히 공부했는데 두 번째 반에 들어가면 두 번째 반에 들어가서 공부하고. 그런데 공부는 하기 싫고 등수는 잘 나오기만을 바라고 있잖아요. 충분히 이해는 돼요.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러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공부해서는 세상에 나가서 살 때 아무 도움이 안 돼요. 그러나 내가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어서 공부를 했으면 공부한 것이 나중에 세상에서 써먹을 때가 있어져요.

가령 일기예보 공부할 때 고기압 저기압 이런 지식들을 '야, 신기하다. 재밌어'하면서 공부를 하면 시험에는 틀려서 점수가 낮아도 세상에 나오면 그것 자체가 나한테 귀중하게 사용될 수가 있어요. 그런데 오직 시험 치기 위해서 공부하면 그건 시험 끝나면 없어져 버려요.

그러니까 한 번 쓰고 버리는 그런 공부를 할 거냐, 죽을 때까지 영원히 사용될 수 있는 공부를 할 거냐 하는 문제예요. 시험에 연연하지 말고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고등학생이 이 정도는 알아야 돼, 상식이니까' 이런 마음으로 공부를 해보세요. 지금부터는 성적이 잘 나오고 못 나오고는 별로 신경을 안 쓰면 어떨까? 그러면 편안해지고 좋을 텐데.

이 말씀을 할 때 갑자기 제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엄청 심했습니다. 항상 어깨에 막중한 짐을 얹고 학창시절을 보낸 기억 밖에 없습니다. 제 주위에는 그 누구도 저의 이런 부담감을 덜어주려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 때 제가 법륜 스님의 이 말씀을 들었다면 정신적으로 참 건강하게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억지로 하지 않으니까 성적도 더 잘 나왔을지 모르겠네요.

이런 생각이 들자 스님에게 이런 좋은 답변을 듣는 친구가 참 부러웠습니다. 이 친구는 나 보다는 더 나은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겠구나… 참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더 많은 고등학생 친구들에게 이 글을 알리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열심히 글을 적고 있네요.

부모들의 '과잉 기대'에 병들어가는 아이들의 마음

법륜 스님 :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내려갈래요, 1등급에 계속 있을래요? 스님한테 약속을 해봐요. 1등급 친구들은 숨도 안 쉬고 사람인지 생물인지 기계인지 모르겠다면서? 그런 데서 위축받고 있을 필요가 없잖아요. 1등급 있고 싶은데 2등급으로 떨어지면 기분 나쁘지만, 1등급이 싫어서 내 발로 2등급에 가면 2등급에 있다고 해서 열등의식이 없을 거 아니에요. 그죠?

고등학생 : 네.

법륜 스님 : 정했어?

고등학생 : 네.

법륜 스님 : 이제 공부는 열심히 하지만 성적에는 연연 안 해도 되겠지?

고등학생 : 네.

법륜 스님 : 1등급에 매달릴 필요가 없어요. 가능하면 성적이 좀 적게 나오도록. 내 실력이 100이면 한 80쯤만 나오도록. 그래야 2등급에 갈 수 있잖아요. 그죠?

고등학생 : 네. (질문자 환하게 웃음)

법륜 스님 : 재수가 좋아야 2등급에 가는 거야. (대중 웃음)

고등학생 : 네. (질문자 환하게 웃음)

법륜 스님 : 재수 없이 성적이 잘 나오면 1등급에 가는 것이고. (질문자 웃음) 그런데 인생은 내가 뜻하는 대로 되나, 안 되나?

고등학생 : 안 돼요.

법륜 스님 : 2등급에 가고 싶은데 재수 없이 성적이 잘 나와서 1등급에 걸리면 어떻게 해야 되나? 사퇴해야 되나, 그냥 다녀야 되나? 그냥 다녀야 돼요. 나한테 주어진 조건을 일부러 버릴 필요는 없어요. 그러니까 목표는 몇 등급에 두고?

고등학생 : 2등급이요.

법륜 스님 : 그래서 2등급이 되면 다행이고 재수 없어서 1등급이 되면 어떻게 한다?

고등학생 : 그냥 다닌다! (환하게 웃음)

법륜 스님 : 그렇게 딱 생각하세요. 공부를 긴장해서 억지로 하지 말고 좋아서 해야 돼요. 이게 궁금하면 이거 공부하고 저거 궁금하면 저거 공부하고. 편안하게 공부해서 자기 등급이 되는 데를 찾아가세요. 일부러 농땡이 칠 필요도 없고, 일부러 죽기 살기로 할 것도 없어요. 내가 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는 것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괜찮아요. 밤을 새도 괜찮아요. 그런데 억지로는 하지 마세요. (박수)

"억지로는 하지 마세요" 하실 때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억지로 공부하느라 너무나 힘들었던 제 고등학교 시절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스스로를 억눌렀던 그 부담감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나에게 상처로 남아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속으로 되내어 보았습니다. 괜찮다… 그 때는 어쩔 수 없었다. 그 때 너가 많이 힘들었구나. 이렇게 스스로를 토닥여주니 다시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법륜 스님 : 공부를 정말 필요에 의해서 하면 그게 성적에 반영이 안 되어도 살아가는 모든 부분에 사용이 됩니다. 그런데 성적에 매여서 욕심으로 공부를 하면 비록 성적을 잘 받아서 좋은 대학에 갔다 하더라도 그것 자체로는 일회용일 뿐 아무 소용이 없어져요. 인생 전체로 볼 때 효율적이지 못해요. 좋아 보일 뿐이지. 억지로 공부하면 심리적인 압박을 받게 되는데 이것이 얼마나 아이의 정신건강을 해치는지… 부모가 아는가 모르겠다.

"부모가 아는가 모르겠다" 할 때 스님의 표정 속에는 깊은 염려가 묻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신들이 성취하지 못한 욕구를 자식을 통해 채우려는 지나친 교육열을 갖고 있습니다. 부모들의 과잉된 기대가 아이들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이죠. 서두에서 스님이 말한 것처럼 선택의 문제이겠지요. '성적'이 더 중요하냐, '인생의 행복'이 더 중요하냐.

저는 고등학교 때 이것이 내가 선택해야 하는 문제임을 알지 못했습니다. 무조건 '성적'이 최우선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제 자신을 학대했습니다. 넌 왜 이것밖에 못하냐. 남들에게도 들이대지 않는 잣대를 스스로에게 들이대며 자신을 괴롭혔습니다.

이날 법륜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되돌아보니 제가 참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힘든 학창시절을 보내야만 했던 제 자신을 토닥여 주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항상 삶의 행복을 중요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질문한 고등학생은 스님의 대답을 듣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제 마음도 흐뭇했습니다. 스님의 진심어린 애정이 느껴져서 참 좋았고, 스님의 대답을 알아듣고 마음이 밝아진 이 학생도 참 대견해 보였습니다.

전국의 고등학생들이 이 글을 읽고 학업 스트레스로부터 좀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처럼 학업 때문에 괴롭게 학창시절을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hopeplanner.tistory.com/243에도 실렸습니다.
법륜스님의 전국연속 100회 강연 일정 안내 : http://cafe.daum.net/hopestory100



태그:#법륜스님, #즉문즉설, #100회 강연, #희망세상만들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기자.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2기 수료. 마음공부, 환경실천, 빈곤퇴치,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아요. 푸른별 지구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기자를 꿈꿉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생생한 소식 전할께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