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여·야 교섭단체 대표를 만나 '한미FTA 선(先) 비준 후(後) 재협상'을 제안한 가운데, 진보정당들이 "대국민 기만이자 꼼수"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또, 투자자-국가소송제(ISD)만이 한미FTA의 문제는 아니라며 즉각적인 재협상을 촉구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의 제안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고 일축했다.

 

"MB의 제안, 논의할 가치도 없다"

 

앞서 논란이 됐던 여·야·정 협의체의 가합의문과 똑같다는 얘기다. 당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각 당의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의 추인을 전제로 농수산축산업 피해대책 및 중소상공인 지원대책 등과 함께 "먼저 한미FTA 비준안을 처리한 뒤 90일 내 ISD 등에 대해 재협상을 시작한다"는 내용을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가합의안은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부결됐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제안은 여·야·정 가합의문의 재판이고 복사본"이라며 "책임은 다음 정권이 지라는 얘기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밝혔다.

 

우 대변인은 특히 "이미 비준되고 발효된 협정문에 대해서 미국이 순순히 재협상에 응할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며 "'미국이 재협상에 응하도록 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말은 부도날 것이 뻔한 어음을 국민과 야당에 던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이 대통령 스스로 ISD 재협상을 거론한 자체가 ISD 조항이 얼마나 독소조항인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ISD 외에도 숱한 독소조항이 있는 한미FTA 비준안을 '선 처리 후 재협상'하겠다는 것은 대국민 꼼수다, 이 대통령은 이제 그만 꼼수를 접고 즉각 재협상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이 오는 16일 의원총회에서 기존의 한미FTA 저지 입장을 뒤집을 경우를 묻는 질문에 우 대변인은 "이미 가합의안이 부결된 바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향후 야권공조는 없다고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점거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은 우려했던 대로 강행처리 수순이기 때문에 절대로 물러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당초 야당이 합의했던 것은 민주당이 제기했던 '10+2재재협상' 사안에 대해 재협상을 해야 한미FTA 비준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김 대변인은 "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제안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면서도 "만약 동의하면 그동안 다른 야당과 맺은 약속을 어기는 것은 물론, 그동안의 행보가 단지 야권연합을 유지하기 위한 생색내기였단 점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백만 국민참여당 대변인도 "이 대통령의 제안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재협상한 뒤에 양쪽 의회를 다시 통과해야 할텐데 미국 의회에서 가능하겠냐"라고 반문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국제 관행에서 조약은 비준되고 나면 그만이다"며 "이 대통령의 제안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진보진영 개개인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따로 성명을 내고 "이 대통령의 제안은 '극악한 독을 먼저 먹어라, 그러면 위세척을 협상해 보겠다'는 것"이라며 "독은 먹기 전에 제거해야 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또 "한미FTA라는 밥상 위에 존재하는 독은 결코 ISD만이 아니다"며 "마치 ISD만 제거하면 한미FTA가 적절한 무역협정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새진보통합연대 대표단 중 한 명인 조승수 국회의원(무소속)도 논평을 내고 "이 대통령의 제안은 결국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선물을 바치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재협상을 하게 되면 미국 정부는 다른 분야에서의 양보를 요구할 테고 이에 따라 (우리가 줘야 할) 선물의 양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이번 면담이 정부·여당의 한미FTA 강행처리를 위한 명분쌓기가 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노회찬 "그냥 MB 퇴임 3개월 뒤에 재협상 하자"

 

노회찬 전 의원 역시 트위터를 통해 "한미FTA 체결 3개월 후 재협상할 것이라면 굳이 체결할 이유가 없다"며 "차라리 이명박 대통령 퇴임 후 3개월 내에 국회에서 한미FTA 비준 여부를 결정하는 게 더 맞다"고 꼬집었다.

 

한편,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막기 위해 야권과 공조 활동 중인 한미FTA 저지 범국민대책본부는 이날 논평을 내고 민주당의 이탈 가능성을 경계했다.

 

범국본은 "이 대통령의 제안은 이미 국회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오갔던 말 중 하나"라며 "미국이 제안을 거절하면 그만인 '공수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범국본은 "전면 재협상이 답이다, 민주당은 이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민주당이 국민의 염원을 저버리고 한나라당의 한미FTA 강행처리에 들러리를 선다면 한나라당과 함께 내년 총선에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고 야권연대도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며 "지금껏 잘 싸워왔던 모든 노고가 그릇된 행위로 인해 바람에 흩날리는 재로 변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한미FTA, #이명박,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