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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보강: 15일 오후 8시 4분]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FTA 비준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에서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만나 '선비준 → 국회가 재협상 요구 → 미국과 재협상 관철'을 보장한다는 제안을 했지만, 야당은 '기존 정부 입장과 별 다를 게 없다'는 반응이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국회가 비준을 한 뒤에 정부에 대해 '이러 이러한 것을 미국 정부와 재협상 해달라'고 하면 (내가) 국회에 대해 답을 하겠다. 미국이 뭐라고 하면 책임지고 미국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ISD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 대통령은 "민주당의 요구대로 없애려면 국내에서부터 (폐기가 옳은지) 논의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회가 정부에 한·미 FTA 관련 재협상을 권고하려면 국내 여론부터 'ISD 폐기가 국익에 부합한다'는 쪽으로 모아져야 한다는 것.

 

이 대통령의 말은 한·미FTA가 비준되면 협정문 22조 3항에 따라 미국과 재협상을 벌일 수 있으니, 먼저 비준하고 국회 차원에서 재협상 권고를 하면, 이 대통령 자신이 재협상을 이끌어내겠다는 뜻이다. 최 수석은 "FTA가 비준되고 나면, 협정문 22조 3항에 '일방이 문제를 제기하면 그 문제에 대해 협상한다'고 돼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야당이 10월 30일의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 내용보다 더 구체화하길 원하니, 대통령이 '내가 하겠다'고 말한 것"이라며 "기존의 정부 입장과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 수석은 또 "ISD를 폐기하는 게 국익에 도움되는지, 유지하는 게 도움되는지 국내 의견이 모아져야 한다. 현재 정부의 입장은 ISD는 우리 국익에 더 보탬이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 대통령은 한·미 FTA 비준 이전엔 협정 비준을 위한 어떤 다른 조치를 할 생각이 없고, 또 비준 이후에도 협정문에 나온 내용대로만 조치하겠다는 것을 보장한 것 이외에는 별다른 제안을 하지 않은 셈이다.

 

"야당 압박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만, 나는 정직한 대통령"

 

최 수석에 따르면 이날 이 대통령은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언론에 공개된 인사말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야당을 압박하려는 목적 아니냐'고 언급했는데,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그렇게 한다고 하면 다른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며 "그런데 나는 정치적이지 못하다. 정직한 대통령으로 남으려 한다. 그런 말은 나에게 안 맞다"고 말했다.

 

야당에서 '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한·미 FTA와 관련된 문제를 논의한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이 대통령은 "국가 정상들 간 논의된 사항은 얘기할 수 없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ISD 재협상에 대해 비준 전에 미국의 약속을 받아야 한다'는 야당 주장에 대해 이 대통령은 "나도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다. (협정문에) 우리가 (재협상을) 요구하면 응하게 돼 있는 조항이 있는데, 우리가 (재협상을 보장해주면 비준을) 하려고 하니 미국이 허락해 달라고 하는 것은 주권국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만약 정부가 이렇게 하려고 하면 국회가 말려야 한다"며 "오바마에게 '제발 들어주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우습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대통령에게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았다"며 "민주당의 요구를 보장받은 것 아니냐"고 맞장구를 쳤다.

 

이 대통령은 "안 하려고 하면 안될 수밖에 없지만, 나를 믿어 달라. 나는 선의다. 내가 나라 망치려는 것 아니지 않느냐"며 "나는 진실되게 하려는 사람이다. 이 방안들을 두 당의 대표와 원내대표들께서 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또 "내년에 (한·미FTA) 발효 뒤 재협상을 요구하고 실제 그런 것들이 효과를 발생하는 것은 다음 정권 아니겠느냐"며 "나라를 위해 생각해 달라. 민족과 역사에 어떻게 남을지 부끄럽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한·미 FTA에서 최소한 ISD 조항은 폐지돼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라면서 비준 전에 재협상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받아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반응 "새로울 것 없다"...16일 의원총회 열어 논의 예정

 

대통령의 이날 제안에 대한 민주당 내에서는 '새로울 것이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종걸 의원은 성명서를 내고 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비준안 강행처리를 위한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 대통령의 '파격제안'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선비준 후 재협상 제안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혹평하면서 "재협상 하고 비준하는 게 상식이며 민주당의 원칙은 ISD를 비롯한 독소조항 폐기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다른 한 의원도 "이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지난 달 31일 한나라당-민주당 원내대표가 합의했다 폐기된 안을 대통령이 보증하고 나선 것이라는 점에서 사실 새로운 게 없는 것 아니냐"며 "이것을 갖고 당론을 바꿀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손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국가원수가 국회를 방문해 제안을 한 것이니만큼 의원들에게 그 뜻을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날은 별도로 최고위원회를 열지 않고, 16일 예정된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에서 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16일 열리는 민주당 의원총회가 한·미FTA비준 문제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신: 15일 오후 4시 48분]

 

15일 한·미 FTA 비준안 처리 촉구를 위해 국회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이 문제야 말로 초당적으로 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최소한 ISD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라며 맞섰다.

 

이날 오후 3시 국회를 방문한 이 대통령을 맞이해 3층 접견실에서 만남을 연 박희태 국회의장은 "오늘 국회를 찾아와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한·미 FTA, 하나 있는 문제를 저희들이 속 시원히 국민한테 합의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대통령에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 등을 호명하면서 "모처럼 양당 대표, 원내대표와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돼서 (국회)의장께 고맙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미국을 포함한 태평양 연안 국가들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하 TPP)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일본은 한국이 (한·미 FTA 협정으로) 상당히 앞서는 것으로, (자신들을) 추월한다고 과장되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이 그런 가운데 헤쳐 나가야 할 길을 헤쳐 나가려면 우리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 정치도 힘을 모으고, 정부가 힘을 모으고 해야 현명하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반대에도 의회에서 비준안이 가결된 미국의 상황을 언급한 이 대통령은 "한국도 민주당(열린우리당) 정권에서 (협정체결) 해서 한나라당까지 왔는데 FTA가 되면 내년에 개방되고 후년에 새 정권 탄생하면 FTA의 효력이 발생할 것"이라며 "저는 FTA를 길을 닦는 심정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여야 원내대표 간에 많은 이야기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그런데 무엇이 문제가 있는지, 문제가 있으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그 의지를 양당 대표에게 보여주러 왔다"고 국회 방문 취지를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다시 한번 "세계 모든 나라가 경쟁하는 속에서 조바심을 갖고 있는 마음이다. 행여 뒤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애국심을 갖고 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대통령 온다 하면 잔치 돼야 하는데 오늘 분위기 그렇지 않다"

 

대통령의 말에 대해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FTA가 잘 처리됐으면 좋겠다. 고맙습니다"라고 간단하게 답사했지만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인사말은 길었다.

 

손 대표는 "어젯밤에 (해외 순방길에서) 돌아와 피곤하실텐데 국회까지 와 주시고…"라며 감사를 표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께서 온다고 하면 잔치가 돼야 하는데 오늘 분위기가 그렇지 않다"며 난항을 예고했다.

 

손 대표는 하루 전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미리 만난 자리에서 "빈손으로 오시면 빈손으로 갈 것"이라고 말한 부분을 상기시키면서 "국가원수가 하실 말씀이 있으니까, 저희가 또 오신다는데 굳이 대통령께서 온다고 하니 안 나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실제 마음은 착잡하고, 드릴 말씀은 이미 드렸는데 새로운 거 말씀해 주실 게 (없는 상황에서) 국회를 방문하는 것에 대해 언론에서는 '야당을 압박하고, 일방처리의 수순을 밟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지난 11일 이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국회 방문을 강행하려 했던 당시 이 대통령이 '야당 대표가 안 나와도 가서 기다리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을 언급하면서 "국민들이 보고 어떻겠어요"라고 말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난 그런 얘기한 적이 없는데…"라고 반응했다.

 

손 대표는 "국민과 저희의 입장은 변함이 없고, 양국 간의 이익의 균형이 깨져선 안 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제시한 '10+2'협상안이고 이미 대통령에게도 말씀드렸다"며 "그동안 최소한 ISD 문제(해결)는 해야 하고 그건 경제 주권에 관한 것이고 우리나라의 사회정책, 공공정책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되겠다"고 말했다.


태그:#이명박, #손학규, #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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