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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조용한 마을에 꽹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울 서남권 끝자락에 들어선 서울천왕초등학교의 개교식을 알리는 신명나는 풍물 소리다. 울긋불긋한 공연복을 입은 교사들 뒤로 다양한 차림의 어린이들이 뒤따랐다. 어린이들은 가면을 쓰거나 페이스페인팅으로 얼굴을 꾸미고 손에는 소고, 응원 방망이, 깃발, 현수막 등을 들었다.

11월 8일 서울 구로구 천왕동 이펜하우스 아파트 단지 안에 자리잡은 천왕초등학교가 개교식을 가졌다. 개교식 사전 행사로 교사들이 풍물을 치며 길놀이를 하고 있다. 그 뒤를 어린이들이 가장행렬을 하며 따르고 있다.
▲ 개교식 길놀이 11월 8일 서울 구로구 천왕동 이펜하우스 아파트 단지 안에 자리잡은 천왕초등학교가 개교식을 가졌다. 개교식 사전 행사로 교사들이 풍물을 치며 길놀이를 하고 있다. 그 뒤를 어린이들이 가장행렬을 하며 따르고 있다.
ⓒ 조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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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이 함께 플레시 몹 호흡 맞춰

11월 8일 오전 9시 40분, 서울 구로구 천왕동에 SH공사가 신축한 천왕이펜하우스 아파트 단지 안에 소재한 서울천왕초등학교(교장 이동재)는 전교생이 함께 개교식 퍼레이드를 하였다. 30여 분 가까이 진행된 퍼레이드 후에는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도레미송'에 맞추어 플레시 몹을 하였다.

먼저 6학년 몇 명이 추다가 노래 박자에 맞추어 6학년 어린이들이 따라 하고 다시 4, 5학년이 함께 모이고 마지막엔 1, 2, 3학년까지 다 모여서 추는 플레시 몹은 매우 역동적이었다. "와, 파도가 됐다!" 서 있다가 원을 그리며 순서대로 앉는 파도타기에서 보는 어른들뿐만 아니라 참여하는 어린이들 또한 환호성을 올렸다.

전교생들이 운동장에 모여 '도레미송' 노래에 맞추어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 '도레미송' 플레시몹 전교생들이 운동장에 모여 '도레미송' 노래에 맞추어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 조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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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초등학교는 어린이들이 스스로 참여하여 창의성을 살려가는 학교 모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런 노력은 학교 공간에 붙여진 이름에서도 드러난다. '생각나무(도서관), 튼튼마루(강당), 냠냠쩝쩝(식당)' 등 공모하여 이름 붙여진 특별실에는 남다른 창의성이 엿보인다. 이러한 교육철학은 교사 다모임, 학생 다모임으로 이어진다. '다모임'은 학교 교육과정이나 학교 생활에서 중요한 일들을 "모두 다 모이는 자리에서 결정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함께 배우고 함께 자라며 서로 나누는 어린이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을 비롯하여 지역사회 인사들과 함께 한 테이프 커팅, 하나 둘 셋!
▲ 개교 테이프 커팅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을 비롯하여 지역사회 인사들과 함께 한 테이프 커팅, 하나 둘 셋!
ⓒ 조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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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일 개교한 천왕초등학교는 "함께 배우고 함께 자라며 서로 나누는 어린이"를 교훈으로 2011학년도 2학기부터 4년간 혁신학교로 지정되었다. 교사 다모임에서 결정된 교훈처럼 70여 명의 교직원들은 "경쟁에서 벗어나 함께 참여하고 소통하며 배우는 학교, 지식 위주 교육이 아닌 머리․몸․마음이 함께 성장하는 학교, 타인을 배려하고 나누는 따뜻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배움․자람․나눔을 목표로 하는 천왕초 잔치 날, 서울시교육청 이대영 부교육감을 비롯하여 많은 지역사회 인사들이 개교를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이대영 부교육감은 교기와 원기를 전달하고, 축사를 통해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하며 지역사회가 함께 가꾸는 천왕초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하였다.

천왕초등학교 이동재 학교장이 어린이들과 함께 부교육감으로부터 교기와 원기를 전달받고 있다.
▲ 교기 전달 천왕초등학교 이동재 학교장이 어린이들과 함께 부교육감으로부터 교기와 원기를 전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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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고 충만한 영혼 노래한 '넬라 판타지아' 연주

개교식 2부는 어린이들과 교사들이 준비한 축하공연이었다. 먼저 천왕의 귀염둥이 유치원 어린이들이 노란 후드티와 파란 두건을 쓰고 무대에 올랐다. "웃음이 나는 우리 유치원" 노래가 흘러나오자 깜찍하고 신나는 율동이 이어졌고 강당 안에는 웃음꽃이 피어났다. 이어서 5학년 어린이들이 준비한 '축하합니다' 외 3곡의 리코더 메들리는 개교식 준비를 위해 학교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엿보였다.

깜찍한 천왕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어린이들이 귀여운 율동을 하고 있다.
▲ 유치원 축하공연 깜찍한 천왕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어린이들이 귀여운 율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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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개교식의 절정은 6학년 어린이들이 준비한 핸드벨․톤챠임 연주였다. '넬라 판타지아' 멜로디에 맞춰 6학년 어린이들 모두가 연주에 참여하였다. 10월 들어 전학생이 계속 오는 터라 연습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른 어린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조화를 이루어야만 할 수 있는 연주가 이어졌다. 공연 가운데 6학년 한 어린이가 전동 휠체어를 타고 나와 '넬라 판타지아' 가사를 낭송하는 순서가 이어지자 강당 안은 감동의 도가니가 되었다.

넬라 판타지아 연주에 맞춰 어린이가 낭송한 시
나는 환상 속에서 바른 세상을 봅니다.
모두들 평화롭고 정직하게 사는 세상을
나는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 꿉니다.
저기 떠 다니는 구름처럼
깊은 곳까지 자유로 충만한 영혼을
나는 환상 속에서
밤조차도 어둡지 않은 밝은 세상을 봅니다.
나는 저 떠다니는 구름처럼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 꿉니다.
나의 환상 속에는 따뜻한 바람이 붑니다.
친구처럼 세상에 편안하게 부는 바람이
나는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 꿉니다.
구름이 떠다니는 것처럼
깊은 곳까지 자유로 충만한 영혼을

6학년 어린이들이 학급별로 만든 걸개 그림. 6학년 샘누리 어린이들은 전동 휠체어를 탄 친구의 모습을 그려 넣었다.
▲ 6학년 걸개 그림 6학년 어린이들이 학급별로 만든 걸개 그림. 6학년 샘누리 어린이들은 전동 휠체어를 탄 친구의 모습을 그려 넣었다.
ⓒ 조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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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어린이들 전체가 핸드벨, 톤챠임 연주를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며 배려하고 조화를 이루어야 완성될 수 있는 연주를 통해 어린이들은 함께 배우고 함께 자라난다.
▲ 핸드벨, 톤챠임 연주 6학년 어린이들 전체가 핸드벨, 톤챠임 연주를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며 배려하고 조화를 이루어야 완성될 수 있는 연주를 통해 어린이들은 함께 배우고 함께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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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중심이 되는 천왕초등학교를 꿈꾸며…

2, 3, 4주 금요일 5~6교시 천왕초에서는 "5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원하면 최대한 동아리 활동을 지원한다"는 원칙 아래 동아리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개교식에서 상영된 동영상과 방문한 손님들에게 나누어준 학교신문 또한 어린이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졌다. 짧은 준비 기간이라 방송 동아리와 신문 동아리 어린이가 100% 다 완성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어린이들 스스로 자신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돋보였다.

드넓은 들판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맑은 샘물 마시며 하루하루 자라서, 아름다운 꽃이 되고 단
▲ 걸개 그림 시(2) 드넓은 들판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맑은 샘물 마시며 하루하루 자라서, 아름다운 꽃이 되고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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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한 나무가 될래요. 우리들의 놀이터는 온 세상 방방곡곡 서울천왕 어린이는 천지누리인이다.
▲ 6학년 어린이들이 그린 걸개 그림2 단한 나무가 될래요. 우리들의 놀이터는 온 세상 방방곡곡 서울천왕 어린이는 천지누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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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중심이 되는 학교 교육과정의 철학은 학교 곳곳에 걸려 있는 학급․학년 협동 걸개그림 작품들에도 담겨 있었다. 흰 광목 천을 바탕으로 그린 걸개 그림에는 그 동안의 생활과 어린이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어린이들이 협동하여 그린 다양한 재료와 형식의 그림들 속에서 '자유로움 속의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개교식이 끝나고 떡과 빵, 샌드위치, 과일 등을 나누어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공교육을 살리는 서울형 혁신학교의 소중한 실험이 성공하기를 소망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울교육소식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천왕초, #천왕초등학교, #천왕초 개교식, #혁신학교, #서울시 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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