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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산내집단희생지 뒤에도 고철더미가 쌓여 있다. 고철더미 아래에는 희생자의 유해가 안장돼 있다.
 대전 산내집단희생지 뒤에도 고철더미가 쌓여 있다. 고철더미 아래에는 희생자의 유해가 안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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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한국전쟁 과정에서 군경에 의해 집단 희생돼 묻힌 산내 골령골 집단희생지 일대가 다시 고철더미로 뒤덮였다.

산내 골령골 집단희생지 표지석이 있는 대전시 동구 낭월면 산 13번지 일대. 이 일대는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제주 4·3 관련자 등 대전형무소 수감 정치범과 보도연맹 관련 민간인 등 약 7000여 명(최소 3000명)이 집단학살 후 암매장된 곳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해 7월, 군경에 의해 법적 절차 없이 집단 학살된 '대전형무소 재소자희생사건'은 '진실'이라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1950년 6월 28일 경부터 7월 17일까지 대전형무소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 등 최소 1800여 명이 군경에 의해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집단 학살됐다며 정부에 대해 ▲유족에게 사과할 것 ▲위령사업 지원 ▲평화인권교육을 강화 등을 권고했었다.

산내집단희생지 표지석 앞에 쌓여 있는 고철더미
 산내집단희생지 표지석 앞에 쌓여 있는 고철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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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0일 오후 찾은 집단희생지 현장에는 폐경운기와 폐건축자재 등 고철로 보이는 각종 폐자재가 쌓여 있다. 현장에는 집단희생지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누군가 표지석 앞은 물론 뒤까지 폐자재를 쌓아 놓았다. 희생자들의 유해가 안장돼 있는 비문 뒤쪽도 고철이 차지하고 있다. 무덤 위에 쓰레기더미를 쌓아 놓은 셈이다.

인근 주민들은 "올 상반기부터 누군가 고철더미를 쌓아놓기 시작했다"며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전산내희생자유족회 관계자는 "지난 6월 희생자 위령제 당시 암매장지 현장에 고철더미가 쌓여 있어 제주 4·3 유가족 등과 함께 관할 동구청에 구두로 민원을 제기했다"며 "하지만 고철이 오히려 그때보다 오히려 3배 가량 더 늘어났다"고 하소연했다.

관할 대전동구청은 금시초문이라는 태도다. 대전동구청 환경과 관계자는 "고철이 쌓여 있는 곳이 도로부지냐 농지냐에 따라 담당부서가 다르다"며 "소관부서를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관할 산내동사무소 관계자는 "현장에 나가 사진을 찍어 동구청에 민원을 제기해 보겠다"고 답했다.

1950년 당시 군경에 의해 희생된 산내희생자들(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사진속 현장은 현재 폐자재가 쌓여 있다.(아래사진)
 1950년 당시 군경에 의해 희생된 산내희생자들(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사진속 현장은 현재 폐자재가 쌓여 있다.(아래사진)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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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 등 폐자재가 쌓여 있는 대전산내집단희생지 . 위쪽 사진과 같은 장소다.
 고철 등 폐자재가 쌓여 있는 대전산내집단희생지 . 위쪽 사진과 같은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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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청의 산내집단희생지에 대한 무관심과 방치는 한두 번이 아니다.

대전 동구청은 지난 2001년에는 집단 암매장지 한복판에 건축 허가를 내줘 수십여 구의 유해를 훼손시켰다. 대전동구청은 지난 2010년에는 산내집단희생지에 현장 및 유해 훼손을 막기 위해 '집단희생지'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해 주겠다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제의를 '지가하락' 등을 이유로 이를 거절하기도 했다.

대전산내희생자유족회 관계자는 "위령제를 지내는 비문 앞에 폐자재를 쌓아두는 사람도 서운하지만 5개월 전에 민원을 제기했는데도 아직까지 방치하고 있는 관할 구청의 무관심한 태도에는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사건이 공론화된 지 10여 년이 넘게 유해발굴은 고사하고 현장 및 유해가 훼손되는 데도 수수방관하는 대전시와 동구청에게 할 말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집단희생지 임을 알리는 안내판 아래도 폐자재가 쌓여 있다.
 집단희생지 임을 알리는 안내판 아래도 폐자재가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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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전형무소, #보도연맹, #집단희생지, #대전시, #대전 동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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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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