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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정치권이 갑자기 분주하다.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오는 18일까지 내년도 국회의원 선거 지역선거구 획정 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 알려진 후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하지만 정작 논의에 중심에 서야 할 해당 지역민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은 어디에도 없다.  

 

자유선진당 대전시당 위원장인 권선택 의원과 충남도당위원장인 류근찬 의원은 8일 오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각각 대전과 천안, 세종시의 선거구 증설 및 설치를 위한 3당 시당위원장 및 전문가 3인이 참여하는 '대전지역 선거구증설을 위한 민-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같은 당 이상민 의원도 이날 오후 '충청권 선거구 증설관련 전문가 긴급토론회'를 갖고 선거구 증설전망과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지역 언론은 지역 정치권이 뒤늦은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하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지역정치권과 지역 언론이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은 세종시 독립선거구 설치와 천안 을 분구를 통한 선거구 증설, 대전 선거구 증설 여부다. 이와 관련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법적 기준을 잣대로 천안 선거구 증설 가능, 세종시와 대전의 경우 신설 및 증설이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있다.

 

천안의 경우 지속적인 인구 증가로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 간 인구의 3대 1 편차 기준에 해당하지만 세종시의 경우 인구 9만 명으로 인구 하한선(10만여 명)에 미달하고 대전의 경우에도 각 선거구별 인구가 기준에 미달해 증설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세종시의 경우 특별광역시의 지위를 갖는 만큼 '광역시의 경우 인구수와 무관하게 3석의 선거구를 갖게 돼 있는' 법률이 개정될 경우 1석의 독립선거구로 될 여지가 있다. 또 세종시가 갖는 의미 등으로 볼 때 선거구 설치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대전의 경우 얘기가 다르다. 대전의 선거구를 증설하려면 광주시처럼 인위적인 행정구역 개편을 하는 방법밖에 없는 상태다. 대전은 광주보다 인구가 5만 명, 울산보다는 40여만 명이 많은데도 선거구는 광주보다 2석이 적고 울산보다는 1석이 많은 정도다. 이 때문에 충청권이 표의 등가성과 대표성 면에서 불이익을 받아왔다는 하소연은 설득력이 있다. 

 

광주시의 경우 인구 감소로 국회의원 선거구가 줄어들 상황에 처해지자 이를 지키기 위해 인접 구와 경계조정을 하는 방법으로 선거구를 유지하게 됐다. 즉 광주 서구의 경우 북구 일부지역 주민 1만6000여 명을 편입시켜 인구하한선 11만 명 선을 맞춰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2인 선거구를 지키게 됐다.

 

대전의 경우 선거구를 증설하려면 광주의 사례처럼 대전 서구 일부 지역을 유성구로 편입시키는 등 행정구역을 변경해야 한다. 이 경우 당연 지역 주민의 합의와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지역정치권과 지역 언론 어디에서도 지역주민의 합의를 구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정치인의 활동만 있을 뿐이다.  

 

8일 이상민 의원 주최로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서도 지역주민들의 합의와 참여를 구하려는 목소리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현 행정구역을 유지하려는 지역정서가 선거구 증설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지역 언론 또한 선거구 증설문제를 지역 국회의원과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의 문제로 들여다보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제야 '대전지역 선거구증설을 위한 민-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일 자체가 지역주민은 안중에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전시 지도에 인위적으로 선을 긋는 데는 시간이 충분할지 몰라도 지역 주민간 합의를 이끌어내기에는 누가 봐도 늦은 감이 크다. 

 

국회의원 1석이 하찮다는 게 아니다. 지방자치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고, 지역민은 위한 법률 제정과 개정, 지역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등 역할이 매우 크다. 그렇다고 국회의원 1석을 얻기 위해 지역민의 합의와 참여과정이 생략되거나 소홀히 되어서는 안 된다.

 

지역 정치권은 우선 지역민들이 중요한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에 왜 관심을 갖지 않는지부터 되짚어 봐야 하지 않을까. 증설 필요성을 알리고 방법을 강구하는 일은 그 다음부터다. 이런 과정을 거쳤다하더라도 내년 총선 전에 주민들의 입장을 듣고 집약하는 공개 논의를 거쳐 행정구역개편을 시도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무리가 많다.

 

선거구 증설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응해온 지난 과정에 대한 지적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인구수 늘리기에 집착해서는 안 될 일이다. 당위성을 내세워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배제하거나 소홀히 할 공산이 크다. 이런 면에서 지역민의 참여가 충분한 합의가 보장되도록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자는 의견은 보다 귀해 보인다. 

 

국회의원 1석보다 중요하고 소중한 것은 지역민의 자치정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태그:#선거구획정, #대전, #국회의원, #선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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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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