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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지난 2일 "독일 정부가 원자력 발전소 폐기 정책 탓에 스웨덴 기업 바텐팔로부터 ISD 소송 위기에 당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관련 기사 속 바텐팔이 운영 중인 크륌멜 원자력 발전소 전경이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지난 2일 "독일 정부가 원자력 발전소 폐기 정책 탓에 스웨덴 기업 바텐팔로부터 ISD 소송 위기에 당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관련 기사 속 바텐팔이 운영 중인 크륌멜 원자력 발전소 전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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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8일 오후 8시 29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과정에서 투자자 국가소송제(ISD) 폐해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독일이 원자력 발전소 폐기 정책으로 인해 스웨덴 기업으로부터 ISD 제소를 당할 위기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ISD 소송에 직면한 독일의 사례는 "ISD는 주로 개발도상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되고, 한미FTA가 발효되더라도 한국의 공공정책 자율권은 다각도로 충분히 확보돼 있다"는 외교통상부의 주장과 어긋나는 것이다.

반면, 많은 전문가들은 ISD로 인해 국가의 공공정책 결정권이 훼손될 것이라 주장해왔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독일의 사례는 국가의 진보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정책도 ISD 제소 대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또한 선진국인 독일조차도 ISD 제소를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스웨덴 기업 바텐팔, '핵 폐기 정책' 선언한 독일 정부 상대 소송 준비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 온라인 판은 지난 2일 내놓은 "바텐팔(Vattenfall) 대 독일, 원자력 발전소 단계적 폐기 정책이 10억 유로 소송에 직면하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스웨덴 에너지 기업인 바텐팔이 독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10억 유로는 우리 돈으로 약 1조 5411억 원에 달한다.

바텐팔은 스웨덴의 에너지 기업으로, 독일 함부르크 인근에 있는 브룬스뷔텔과 크뤼멜 원자력 발전소에 7억 유로(약 1조 800억 원)를 투자했다. 바텐팔이 각각 66.7%와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이들 원자력 발전소는 독일의 원자력 발전소 단계적 폐기 정책에 따라 운영이 중단됐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10년 당초 설정된 원자력 발전소 단계적 폐기 기간을 넘겨 원자로의 수명을 연장했지만,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정책을 뒤집었다. 메르켈 총리는 2022년까지 독일의 원자력 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독일의 경제 신문 <한델스블라트>를 인용한 <슈피겔>은 "바텐팔은 이미 6월 발전소 운영 중단으로 손실을 입은 것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요구했고, 소송하겠다는 위협도 했다"며 "소송 준비를 거의 마무리 했고, 소송은 이번 크리스마스 때까지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제기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소송의 근거는 에너지 헌장 조약(Energy Charter Treaty)의 '투자자 규정 위반'이다. <슈피겔>은 "이 조약에 서명한 국가는 재산권 침해로부터 외국인 투자자를 보호하고 있다"며 "또한 투자자에 대한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fair and equitable treatment)를 포함한다"고 밝혔다.

바텐팔은 이미 독일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에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2009년 바텐팔은 함부르크-무어부르크에 있는 석탄발전소에 대해 엄격해진 환경 규제를 두고 14억 유로와 그 이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2010년 8월 당사자 간 합의로 분쟁이 해결됐다.

"진보적인 탈핵 에너지 정책도 ISD 제소 못 피해"

바텐팔이 독일 정부를 상대로 한 ISD 제소의 근거로 삼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는 한미 FTA 협정문에도 포함돼 있다. 이 내용을 포괄하는 최소기준 대우(최소한의 공정·공평한 대우, 충분한 보호와 안전을 제공할 의무)라는 조항이다.

이해영 교수는 "최소기준 대우 조항은 ISD 제소 근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한미FTA 발효 후, 우리나라의 공공정책도 최소기준 대우 조항을 근거로 ISD 제소를 당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법무부도 같은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 펴낸 <알기 쉬운 정책유형별 투자분쟁 사례>에서 "가스, 상하수도 요금이나 고속도로 통행료와 같은 공공요금 인상 억제 조치를 할 때, 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며 "최소기준 대우와 간접 수용(외국인 투자자가 물리적 피해가 아니더라도 간적접인 피해를 입었을 때도 보상을 하는 것)에 따라 투자 분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해영 교수는 "독일이 미래와 환경을 위해 진보적인 탈핵 정책을 쓰려하는 것도 결국 ISD 제소에서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흑인 차별 철폐로 인해 ISD 제소를 당한 적이 있다, 인권에 기초한 정책 또한 ISD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태그:#I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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