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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3번 플랫폼에서 열린 에코레일 자전거열차 시승행사
 서울역 3번 플랫폼에서 열린 에코레일 자전거열차 시승행사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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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광복절 건국 60주년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발전 비전으로 녹색성장을 제시한 이후 자전거에 대한 관심도 급증해왔다. 자전거는 무동력이라는 점에서 환경에 전혀 피해를 주지 않으며, 근거리에서 교통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탑승자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도 장점이다.

이러한 자전거는 통근 측면과 관광 측면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현재 정부는 근거리 통근을 위해서 도시 곳곳에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고 있으며, 서울시에서는 지하철역에 자전거 보관함 설치, 여러 대의 자전거가 모여서 도로를 함께 달리는 '자전거 버스' 등을 시행하고 있다. 아직 미비한 점이 많이 지적되고 있지만, 실제 자전거로 통근을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보다 커진다면 더욱 편리한 자전거 통근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다.

또 하나 자전거의 기능은 관광이다.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강이나 산에서 자전거를 타며 우리나라의 자연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자전거를 이용한 관광의 모순점은 출발지인 도시와 목적지인 관광지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 먼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갈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자전거 여행은 가까운 곳으로 한정이 되거나, 아니면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목적지까지 가야하는 불편이 있었다.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탄다면서 너도나도 자가용을 끌고 관광지로 간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인 것이다.

따라서 출발지인 집과 목적지인 관광지 사이에 자전거를 싣고 탈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이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자전거 열차'이다. 자전거 열차는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전용화차와 승객이 탈 수 있는 객차가 함께 연결되어 관광객들은 본인의 자전거를 싣고 이동할 수 있다.

소화물 화차를 개조한 자전거 적재열차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다. 승객은 뒤쪽에 연결된 무궁화호 객차에 탑승한다.
 소화물 화차를 개조한 자전거 적재열차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다. 승객은 뒤쪽에 연결된 무궁화호 객차에 탑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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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객차와 화차가 함께 연결된 열차는 60, 70년대 우리나라 철도가 열악하던 시절에 한정된 선로용량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운행되던 형태였다. 그러나 화차는 객차보다 제한속도가 낮기 때문에 화차와 객차를 함께 연결하면 객차의 속도까지 떨어져버린다. 그래서 우리나라 철도가 선진화된 90년대 이후에는 이런 열차는 사라졌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자전거 열차'로 새롭게 부활한 것이다. 특히 자전거 열차에 쓰이는 화차는 2006년 운행중단으로 활용처를 찾지 못하던 소화물 화차로서 유휴장비를 활용한다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

이렇듯 자전거에 대한 관심 증가, 여가문화의 변화 등을 눈여겨보고 있던 코레일관광개발과 한국관광공사 등에서는 서울권에서 전국으로 자전거를 싣고 떠날 수 있는 '에코레일 자전거열차'를 운행하고 있으며, 몇 차례 사전운행을 거쳐 드디어 지난 11월 5일 서울역에서 시승식을 열었다.

행사는 개회사와 경과보고, 기념사, 축사 등으로 진행되었으며, 행사 후 옆쪽의 현수막이 열리자 알록달록한 전국의 관광지가 그려진 자전거 열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울러 이날 자전거 동호회원 200여 명은 본인의 자전거를 타고 서울역으로 와서, 자전거 열차의 화차에 자전거를 실었다.

흥미로운 점은 행사가 열린 곳이었다. 이곳은 서울역 3번 플랫폼이었는데, 이곳의 특징은 서울역 광장에서 평면으로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이다. 즉 자전거 열차를 이용할 승객은 굳이 불편하게 서울역 2층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광장에서 바로 열차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전거를 끌고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오르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편리한 이용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서울역 광장과 서울역 플랫폼을 바로 연결하는 평면통로 모습
 서울역 광장과 서울역 플랫폼을 바로 연결하는 평면통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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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열차에 탑승하였고, 열차는 자전거와 승객을 함께 싣고 구미역으로 출발하였다. 차내에서는 안전교육이 실시되었는데, 뒷자전거를 위한 수신호 방법, 자전거를 위한 교통법규 등 유익한 내용이 많았다.

10시 26분에 출발한 열차는 3시간 후인 13시 43분에 구미역에 도착하였는데, 구미역 광장에는 구미시에서 나온 농악단이 꽹과리를 울리며 우리들을 환영하고 있었다. 원래 구미는 KTX 기존선 경유 열차 유치, 고속철도 김천구미역 설치 등 철도 확보에 매우 적극적인 도시 중의 하나이다. 이번 에코레일 자전거 열차도 관광객들의 구미시 유치를 통해 지역 경제 발전이 기대되기 때문에 구미시가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나선 것이다.

구미역 광장의 환영 농악공연
 구미역 광장의 환영 농악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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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화차에서 자신의 자전거를 꺼내온 참가자들은 구미역 광장에 집결하여 체조를 하였다. 자전거를 타기 전에 준비운동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준비운동을 마친 참가자들은 '자연', '바람', '속도', '땀'의 네 팀으로 나누어 각각 구미역을 출발하였다. 이 과정에서 구미역앞 교차로의 교통을 통제해주는 등 경찰들도 협조를 해주었다.

일반인들에게 구미시는 대규모의 공단이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구미에도 관광지는 무척 많다. 특히 구미역 동쪽에는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으며, 동북쪽에는 태조산 속에 도리사라는 절이 자리 잡고 있다. 도리사는 서기 417년에 신라시대때 고구려의 승려 아도화상이 불교가 없던 신라에 포교를 하기 위해 처음 세웠다는 고찰이다. 도리사는 특히 입구의 가로수길 단풍이 유명하다.

구미역을 출발한 자전거 동호인들은 낙동강변과 도리사길을 달렸으며 상급자들은 약 세 시간 동안 무려 53km를 달리기도 했다. 본인도 자전거를 빌려서 가장 초심자 코스인 22km를 달렸는데 자전거로 강변을 달리니 가슴이 확 트이는 느낌이었다.

낙동강변 자전거도로
 낙동강변 자전거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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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낙동강 상류 쪽의 일선교부터 도리사길까지는 25번 국도를 따라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한강과 달리 자전거길이 둑 위쪽에 있어서 전망도 좋았으며, 침수가 되지 않으므로 손상될 염려가 없는 형태였다. 최근 각 지자체별로 급조된 자전거 길들이 하천변에 너무 가깝게 지어진 바람에 지난 폭우때 많이 손상이 되었는데, 시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이러한 시행착오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자전거가 달린 이곳은 낙동강의 4대강 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여러 공사차량들이 공사를 시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구미시의 대표적 4대강 시설물인 구미보를 직접 볼 수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4대강 사업은 치수(治水)사업이지만 여러 가지 논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자전거로 직접 4대강 지역을 달려보면서 느낀 점은, 논란이 많은 만큼 여러 가지를 꼼꼼히 확인해가면서 추진해나간다면 보다 완성도 있는 사업이 되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었다.

본인의 팀은 도리사 입구에서 낙조(落照)를 구경하며 자전거 타기를 마쳤고, 버스를 타고 구미역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했다. 관광객들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이유가 바로 그곳에서 돈을 쓰기 때문이다. 특히 자전거 열차 이용자들은 교통 혼잡이나 환경오염도 일으키지 않으니 자전거 관광이야말로 진정한 녹색산업일 것이다.

도리사길 입구와 낙조의 모습
 도리사길 입구와 낙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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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에코레일 자전거열차'가 앞으로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 몇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첫째로 각 기차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올 수 있는 방법이 더 자세히 알려졌으면 한다. 철도 서울역만 해도 서울 도심 속에 있다 보니 자전거를 타고 오기가 쉽지 않다. 요즘 지하철은 자전거를 싣고 탈 수 있다고는 하는데 노선별, 요일별로 모두 조건이 다르다. 어떤 노선은 아예 불가능하고, 어떤 노선은 주말에만 가능하고, 또 다른 노선은 주중에도 가능한 식이다. 역에 오는 것부터 이렇게 복잡해서야 자전거 열차를 탈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노선별로 운영기관이 다르고 승객 특성이 달라서 발생하는 일인데, 좀 더 상위기관에서 종합적인 안내를 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장기적으로 KTX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번 '에코레일 자전거열차'는 서울에서 구미까지 가는데 세 시간이 넘게 걸렸다. KTX로 반나절 생활권이 실현된 지금 너무나 느린 속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행 중인 고속철도 차량들은 여객 중심으로 운행되고 있어 짐을 싣는 공간이 거의 없다. 따라서 현재 운행 중인 차량에 자전거를 실을 수는 없겠지만, 향후 새롭게 나올 신형 고속철도 차량이나, KTX-산천의 추가 도입분 등에 넉넉한 화물공간을 확보하여 자전거도 실을 수 있게 해준다면 좋을 것이다. 아울러 자전거 적재에 대한 요금을 따로 받으면 되니 철도운영사의 새로운 수입원이 될 수도 있다.

경춘선 전동차내의 자전거 적재공간. 유료라도 좋으니 KTX 내부에도 적재공간이 있으면 편리할 것이다
 경춘선 전동차내의 자전거 적재공간. 유료라도 좋으니 KTX 내부에도 적재공간이 있으면 편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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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자전거 열차가 운행되는 각 역에 간이 샤워시설이 설치되면 좋겠다.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고 더러워진 몸을 씻은 후에 돌아오는 열차를 탈 수 있다면 훨씬 개운할 것이다. 무료운영도 좋지만 실비를 받고 유료운영을 해도 좋다. 철도의 역이란 승객이 원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서비스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관광문화가 자가용을 끌고 다니며 에너지낭비와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심지어 교통사고와 음주운전의 위협에 노출된 적색관광문화였다면, 열차에 자전거를 싣고 목적지에 도착하여 각 지방의 산하를 몸으로 느끼며 건강과 자연체험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자전거 여행은 녹색관광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에코레일 자전거열차'가 우리나라에 새로운 관광문화를 불러오고 덤으로 지역경제발전과 녹색교통 활성화에 기여하였으면 좋겠다.

녹색자전거 열차에 대한 추가정보는 코레일관광개발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다.
http://www.korailtravel.com

덧붙이는 글 | 한우진은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운영자,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태그:#자전거열차, #글로리, #4대강, #녹색성장, #녹색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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