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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하겠습니다."

"공개적으로 해! 당원들도 함께 봐야지. 통합이 국민적 관심사라며!"

 

고성이 산발적으로 터졌다. 조경태 민주당 의원도 벌떡 일어서 "왜 지도부 얘기만 공개하느냐, 공개 회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직자들은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앞에서는 "당직자들 뭐하는 거야"라는 질책이 나왔고 일부 당원들은 "못 나가겠다"며 자리를 뜨지 않았다. 4일 오후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열린 긴급 전국위원장 회의는 한 차례 소란을 겪은 뒤에야 비공개로 전환됐다.

 

당 지도부의 '통합 로드맵'에 대한 반발에 불이 붙어버린 셈이다. 본래 이날 긴급히 열린 전국지역위원장 회의 주제는 한미FTA였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지역위원장 123명(전체 240명)의 관심은 온통 지도부가 전날 밝힌 '통합 로드맵'에 쏠렸다. 손 대표가 발언에 나서기 직전 조경태 의원이 작성한 "손학규의 통합은 '통합'이 아니라 '야합'이다"는 성명문이 회의장에 나돌면서 긴장감은 고조됐다.

 

조경태 의원 "손 대표, 걸림돌 되지 말고 사퇴하라"

 

조 의원은 이 성명서를 통해 "손 대표와 지도부가 일부 정파와 야합을 시도함으로써 자신의 알량한 기득권을 지키고 민주당을 해체하려 하고 있다고 모든 국민은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기반 없고, 정체성이 불분명한 정파와 소통합에 안달하는 것은 민주당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손 대표는 민주당의 걸림돌이 되지 말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손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들은 이런 반발 기류를 가라앉히려 애썼다. 손 대표는 "인사 말씀에 앞서 조 의원의 말씀을 좋은 충고로 생각하겠다"며 "당을 위해 분골쇄신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지역위원장들을 격려하며 통합의 대의를 다시 강조했다.

 

한미FTA의 투자자 국가 소송제(ISD)를 위원장들에게 설명한 정동영 최고위원도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두껑 보고도 놀란다고 열린우리당 때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분들의 놀라는 마음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난 10월 31일자 <한겨레>의 정치세력 선호도 조사 결과를 거론하며 "지금 우리는 수성하면 다 죽는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조사에서 민주당은 11%의 지지를 얻어 한나라당(40%)과 제3세력(39%)보다 열세였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민주당이 중심이 돼 노선과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 모두 함께 해야 한다"며 "10.26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 경선 당시 장충체육관에서 봤듯 완전상향식 민주주의를 실현해 지도부와 지역위원회를 건설하고 공천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에 대한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공개회의를 주장했던 한 당원은 회의장 밖으로 나오는 정 의원을 붙잡고 목소리를 높였고, 일부 당원은 "오늘, 전당대회까지 다 논의하자"고 볼멘 소리를 냈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에도 지도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여과 없이 쏟아졌다. 통합 일정과 추진 방법만 개괄적으로 설명한 로드맵에 대한 불신이었다. 특히, 지도부가 통합 로드맵을 짜는 과정에서 당내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불투명한 전망만 제시했다는지적이 있었다.

 

지역위원장들 '통합 로드맵' 불신... 지도부 성토

 

박지원 의원은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정론관으로 찾아가서 발표를 하고, '나를 따르라'고 하는데 오늘 전국지역위원장 회의도 잡혀 있었다, 하루 이틀 참을 수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그는 "통합에 대해 누가 반대하나, 안 되면 연대·연합이라도 해야 한다"며 "다만, 민주당을 중심으로 통합하고 변화하자고 했는데 지금은 (통합 과정에서) 민주당을 싹 빼고 없는 것"이라고 '통합 로드맵'을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어 "통합과 연대·연합은 정권교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민주당도 그에 대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며 "당헌·당규대로 (단독) 전당대회를 열자, '나를 따르라'는 식의 리더십은 필요없다"고 주장했다.

 

'통합 로드맵'을 두고 지난 3일 의원총회에서 손 대표와 '월권 논쟁'을 벌였던 강창일 의원은 "3일 의원총회 때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며 "대통합이란 신기루 때문에 (지도부가) 무언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통합 전당대회를 여는 것은 당헌·당규 문제"라며 "통합을 하자면 당을 해체하는 수순을 밟아야 하는데 당 최고위원회는 그에 대한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통합을 해야 할 실체가 있어야 하는데 민주노동당 등이 반대 입장을 밝힌 지금, 그 실체가 없다"며 "일부 명망가 중심의 '혁신과 통합', 한 명의 개인인 박원순·안철수는 (당 대 당 통합을 논의할 만한)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신기남 전 의원(강서갑 위원장)은 "현 지도부가 (통합 로드맵을 통해) 지도부 임기를 연장하는 게 아니라는 명확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전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를 12월 말에 한다는 말이 나오고 1월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며 "그 순서와 일정을 명확하게 밝히고 민주당이 갈 길이 명확하게 드러나야 혼란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부겸 의원 역시 "민주당 단독 전당대회를 먼저 열면 현재 통합 로드맵에 대한 의구심이 모두 해소되느냐"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프로세스상으로는 그렇다"면서도 당 지도부의 선언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통합과정에서 야권 강세 지역인 수도권 등에서 (통합대상과) 5:5로 지분이 나눠지지 않겠냐는 의구심이 지역위원장들에게 있다"며 "이에 대한 의구심을 지도부가 풀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학규 "통합 과정에서 민주당 해체되는 일, 절대 없다"

 

 

한편, 손 대표는 "민주당이 (통합 과정에서) 해체되거나 공중분해될 일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지역위원장들에게 "통합에 참여할 제 정당·정파 대표자들이 연석회의를 구성해 통합 대상 및 일정을 정해 통합정당 건설을 위한 추진기구를 만들 것"이라며 "(이 추진기구는) 법적으로 창당주비위원회(창당준비위 결성을 준비하는 기구)가 될 텐데 이를 거쳐 창당준비위원회를 만든다, 정당의 형태를 갖출 창준위를 11월 안에 완료하겠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창당준비위원회에 민주당이 속하기 위해 당 해산이 먼저 전제돼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 "통합정당 창당의 길에 여러 갈래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민주당이 공중분해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 지역위원장들의 우려가 많은데 염려할 필요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통합 로드맵에 대한 당내의 우려는 여전했다. 영남의 한 원외 지역위원장은 "언제까지 통합을 추진하고, 통합이 안 되면 민주당 단독으로 전당대회를 치르겠다고 하면 정리될 문제인데 계속 이렇게 하니깐 오해가 커지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태그:#손학규, #야권통합,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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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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