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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국내 최초 가카의, 가카에 의한, 가카를 위한 가카헌정공연 <나는 꼼수다>(나꼼수)' 서울콘서트 이틀째인 30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김용민 시사평론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17대 국회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공연 시작에 앞서 무대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국내 최초 가카의, 가카에 의한, 가카를 위한 가카헌정공연 <나는 꼼수다>(나꼼수)' 서울콘서트 이틀째인 30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김용민 시사평론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17대 국회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공연 시작에 앞서 무대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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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0일 오후, 기사 출고를 마치고 한 숨 자고 일어나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깜짝 놀랐습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 '눈 찢어진 아이'. 클릭해봤더니 제가 쓴 <나는 꼼수다> 콘서트 현장기사("눈 찢어진 아이 조만간 공개...주어는 없어")가 나오더군요. 그리고 '출처'를 밝히지 않은, 제가 기사에 쓴 발언을 그대로 옮긴 수많은 '베껴쓰기 기사'들이 함께 나왔습니다. 출처를 안 밝히고 인용하는 경우는 이전에도 많았기 때문에 '또 이러는구나'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난 오늘(31일)까지도 '눈 찢어진 아이'는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올라와 있습니다. 이와 함께 '베껴 쓰기'를 넘어 아예 '소설'을 쓴 기사들도 눈에 띕니다. 이와 관련해서 현장기사를 쓴 기자로서 해명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눈 찢어진 아이'와 '에리카 김'은 별개로 나온 이야기 

29일 <나는 꼼수다> 콘서트 현장에서 문제의 '눈 찢어진 아이' 발언은 주진우 기자의 '내곡동 특종' 뒷이야기를 하면서 나왔습니다. 이날 3시간 가까이 진행된 <나는 꼼수다> 콘서트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는데요. 1부 첫 주제는 '서울시장선거 뒷담화'였습니다.

김어준 총수가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는 데 세 가지 변곡점이 있었다"면서 세 번째 변곡점으로 나경원 후보에 대해 <나꼼수>가 제기한 의혹들을 들려주었고, "'악마기자' 주진우의 역할이 컸다"면서 주 기자가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주 기자가 '내곡동 특종' 뒷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눈 찢어진 아이'를 잠깐 언급했고, 이에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눈 찢어진 아이, 조만간 공개하겠다. 참고로 유전자 감식이 필요없다"고 말했습니다.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정봉주 의원이 "톤다운 시켜, 또 고발 들어와"라고 말했고, 이에 김어준 총수가 "주어가 없잖아, 주어가"라고 받아쳤습니다. 네 사람이 한 마디씩, 1분 정도 걸렸을까요.   

이후에 '에리카 김' 발언 영상이 나온 건 2부가 끝날 때쯤입니다. 1시간 넘는 시차가 있죠.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눈 찢어진 아이' 발언은 관객들에게 잊혀져 갈 때쯤입니다. 그런데 <경향닷컴> 기사를 볼까요.

통화는 "다음 주에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카드가 있는 대로 효과적으로 씁시다"라는 주진우 기자의 목소리와 함께 끝나 객석을 술렁이게 했다. 나꼼수에서 항상 등장하는 "그러나 가카는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라는 자막이 함께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김용민 시사평론가는 눈 찢어진 아이를 입에 올렸다.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눈 찢어진 아이를 조만간 공개하겠다, 유전자 감식이 필요없다"라고 하자 정봉주 전 의원이 "톤다운 시켜, 또 고발 들어와""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어준 총수가 "주어가 없잖아, 주어가"라고 받아쳤다.

1시간도 전에 발언한 내용을 '이 과정에서', '입에 올렸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에리카 김' 발언 뒤에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눈 찢어진 아이' 이야기를 꺼냈다는 곳도 있습니다.

에리카 김의 발언에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유전자 감식이 필요 없는 눈 찢어진 아이'라고 답해 향후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 <이뉴스투데이>

'그 분'이 '눈 찢어진 아이'라고?    

'국내 최초 가카의, 가카에 의한, 가카를 위한 가카헌정공연 <나는 꼼수다>(나꼼수)' 서울콘서트 이틀째인 30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렸다. 시사평론가 김용민씨가 조현오 경찰청장,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성대모사를 하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17대 국회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 등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 김용민 성대모사에 웃음 터진 <나꼼수> '국내 최초 가카의, 가카에 의한, 가카를 위한 가카헌정공연 <나는 꼼수다>(나꼼수)' 서울콘서트 이틀째인 30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렸다. 시사평론가 김용민씨가 조현오 경찰청장,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성대모사를 하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17대 국회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 등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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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황당한 기사를 보실까요. <아시아경제>입니다.

지난 29일 서울 한남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나꼼수' 첫 번째 콘서트 공연 말미에 김용민 시사평론가는 "눈 찢어진 아이를 공개하겠다"고 언급했다. 김 평론가는 "(눈 찢어진 아이는) 유전자 감식이 필요 없다"고 말했고, 이에 콘서트에 참석한 정봉주 전 의원은 "자제 시켜"라며 김 평론가를 말렸다. 또한 BBK 사건으로 수감중인 김경준의 친누나 에리카 김의 전화 통화 내용이 공개돼 관심을 끌었다. (눈 찢어진 아이와)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내용이었다.

'눈 찢어진 아이'가 '에리카 김'과 '부적절한 관계'라고 쓰고 있습니다. 제가 쓴 기사를 보면 '에리카 김이 "(그 분과 나는) 부적절한 관계였다"고 직접 이야기하는 통화 내용이 콘서트 장에 울려 퍼졌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여기에서 '그 분'을 바로 위 문단에 나오는 '눈 찢어진 아이'와 연결시킨 거죠.

이 기사를 읽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나꼼수> 청취자들 사이에 '가카'를 뜻하는 또다른 말인 '그 분'을 이런 식으로 이해하다니요. 제가 기사에 '눈 찢어진 아이'와 '에리카 김' 에피소드를 함께 쓴 건 두 이야기가 '아슬아슬한 폭로'라는 카테고리에 속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두 에피소드 사이에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이는 콘서트를 다녀온 분이라면 모두 이해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눈 찢어진 아이'와 '에리카 김'을 연결시킨 건 <아시아경제>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에리카 김의 눈 찢어진 아이'까지 등장합니다.

에리카김의 눈찢어진 아이 공개, "세기의 스캔들 터지나?!"(<굿데이 스포츠>)
에리카김의 눈찢어진아이 대체 누구? 네티즌수사대 "2007년부터 소문 확산"(<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나꼼수'서 에리카김과 관계 주장한 '눈찢어진 아이'의 정체는?(TV 리포트)

무책임한 '소설'쓰기, 자제해 주시길 

'국내 최초 가카의, 가카에 의한, 가카를 위한 가카헌정공연 <나는 꼼수다>(나꼼수)' 서울콘서트 이틀째인 30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1천여명의 관객들이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국내 최초 가카의, 가카에 의한, 가카를 위한 가카헌정공연 <나는 꼼수다>(나꼼수)' 서울콘서트 이틀째인 30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1천여명의 관객들이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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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현장 기사를 자세하게 쓴 건, 2800석이 단 20분 만에 매진되는 바람에 표를 구하지 못한 <나꼼수> 애청자들에게 현장을 최대한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이 때문에 '스포일러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고요. 그런데 기사내용이 무분별하게 인용되고 심지어 제가 쓴 기사를 사실과 전혀 다르게 '짜깁기' 한 내용이 '기사'라는 이름으로 돌아다니니 당황스럽습니다.

에리카 김과 눈 찢어진 아이를 연결시키고 싶은 마음, 이해합니다. '조회수 장사' 하고 싶은 마음도 압니다. 누군가 3시간 가까이 서서 취재한 내용을 '출처'도 밝히지 않고 베껴 쓴 것,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고 씁쓸하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합니다.

그런데 기자가 '기사'가 아닌 '소설'을 쓰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베껴쓰더라도 '기사의 기본'은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태그:#나는 꼼수다, #나꼼수, #에리카 김, #눈 찢어진 아이, #나꼼수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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