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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를 마치고 한국 천주교 순교 1번지인 전주시의 전동성당을 둘러 본 일행들은 각자 흩어져 점심시간까지 자유여행을 시작했다. 나는 몇몇 사람들과 우선 성당 앞에 자리하고 있는 경기전(慶基殿)으로 갔다. 규모가 제법 큰 경기전은 조선시대 국가사당으로 사적 제339호다.

조선 태종 10년인 1410년 어용전(御容殿)이라는 이름으로 완산, 계림, 평양에 창건하여 조선을 건국한 태조의 어진(御眞)을 모신 곳이다. 이후 세종 조에 와서 전주는 경기전, 경주는 집경전, 평양은 영종전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현재의 경기전은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1614년(광해군 6)에 중건한 것이다.

 

건물의 구성은 본전, 본전 가운데에서 달아낸 헌(軒), 본전 양 옆 익랑(翼廊)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를 두르고 있는 내삼문, 외삼문 등으로 공간을 분할하고 있다. 볼거리가 많은 본전은 남향의 다포식 맞배집 건물로, 높게 돋우어 쌓은 석축 위에 앞면 3칸, 옆면 3칸으로 세웠는데 건물 안의 세 번째 기둥에 높고 큰 기둥을 세우고 그 가운데에 단을 놓았다.

 

현재 이곳에 있는 태조 어진은 1442년에 그린 것을 1872년(고종 9)에 고쳐 그린 것이다. 경기전 뒤편에는 어진박물관이 있고, 조경묘, 전주사고 터, 예종의 태 무덤 등이 있었다. 가을이라 단풍이 들기 시작하여 역사공부를 겸하여 가족나들이를 하기에 추천할 만한 곳이다. 

 

조선 태조와 그의 조상 4대조의 숨결을 느낀 우리들은 경기전을 나와 천천히 걸으면서 교동아트센터, 소설가 최명희 문학관, 부채박물관, 600년 은행나무, 전통한지원, 한방문화센터, 공예품 전시관 등을 둘러보았다. 한옥과 함께하는 작은 카페와 식당, 편의점, 공예품 판매점 등등 이색적인 볼거리에 만족감은 최고였다.

 

이어 오목대(梧木臺), 이목대(梨木臺)가 있는 작은 야산에 오른다. 오목대는 고려 말인 1380년(우왕 6) 삼도순찰사 이성계가 황산에서 왜구를 토벌하고 귀경하는 도중, 조상들의 고향에서 승전을 자축하는 연회를 열었던 곳으로 1900년(고종 37) 고종의 친필인'태조고황제주필유지(太祖高皇帝駐畢遺址)'가 새겨진 비가 있다.

 

오목대에서 큰 길을 건너 70m쯤 위쪽으로 가면 승암산 발치에 이목대가 자리하고 있다. 이목대는 이성계의 4대조 목조 이안사(李安社)의 집터로 집안의 시조인 이한(李翰) 때부터 살던 곳이다.

 

이목대에도 고종이 친필로 쓴 '목조대왕구거유지(穆祖大王舊居遺址)'가 새겨진 비가 오목대와 동시에 세워졌다. 오목대와 이목대는 오래 전부터 공원화되어 전주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야트막한 산이지만 전망이 좋아 한옥마을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것이 가능한 곳이다.

 

오목대와 이목대를 둘러 본 다음, 다시 길을 아래로 잡아 교동에 자리 잡고 있는 전주향교(全州鄕校)로 갔다. 전주향교는 고려 말에 현유(賢儒)의 위패를 봉안, 배향하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하여 조성된 곳이다.

 

당시의 위치는 현재의 경기전 옆이었지만, 경기전이 준공되자 1410년(태종 10) 전주성의 서쪽 황화대 아래로 이전했다. 그 뒤 1603년(선조 36) 순찰사 장만이 좌사우묘지제(左社右廟之制)에 어긋난다 하여 현재의 위치로 이전했다. 이후 몇 차례 중수했고, 1922년에 명륜당을 보수했다.

 

조선 후기의 경내 건물로는 3칸의 대성전, 각 10칸의 동무와 서무, 신문, 외문, 만화루, 5칸의 명륜당, 각 6칸의 동재(東齋)와 서재(西齋), 3칸의 계성사, 신문, 입덕문, 4칸의 사마재, 6칸의 양사재, 2칸의 책판고, 직원실, 제기고, 수복실 등 총 99칸인 대규모 건물로 되어 있다. 전라도 향교의 중심인 전주향교는 전라도 53관의 수도(首都)향교이기도 하다. 이 때문인지 규모 면에서도 상당히 커서 한눈에 봐도 대단한 향교라는 짐작이 든다.

 

특히 대성전은 전북 유형문화재 제7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5성(五聖), 10철(十哲). 송조 6현(宋朝六賢)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또 동무, 서무에는 유약, 복불제, 복승, 동중서, 한유, 이통과 조선 18현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향교를 둘러 본 다음, 시간이 남아 골목길을 다시 돌았다. 나는 길 중앙에서 전주의 특산품인 모주(母酒)를 팔고 있는 가게를 발견했다. 술, 특히 지역 특산주와 와인에 관심이 많은 나는 처음 보는 막걸리에 눈길이 갔다.  

 

전주 모주는 막걸리에 생강, 대추, 감초, 계피, 배, 칡 등 8가지 약재를 넣고 하루 동안 끓인 해장술로 알코올은 1도 정도로 부드러운 술이다. 광해군 때 인목대비의 어머니가 귀양지 제주에서 빚었던 술이라 해서'대비모주(大妃母酒)'라 부르다가'모주'라 줄여서 불리게 되었다는 설과, 술을 즐기는 아들의 건강을 염려한 어머니가 막걸리에다 각종 한약재를 넣고 달여 아들에게 주었다고 하여 이름 붙였다는 설도 있다.

 

모주는 밑술 또는 술을 거르고 남은 찌꺼기라는 뜻인데, 막걸리에 8가지 한약재를 넣고 술의 양이 절반 정도로 줄고 알코올 성분이 거의 없어졌을 때 마지막으로 계핏가루를 넣어 먹는다. 전주의 명주인 이강주와 함께 해장술로 유명하다.

 

모주를 한 병 산 나는 이어 다음 골목에서 쌀가루로 반죽을 하고 고구마 앙금을 넣어 한옥 모양의 틀에 구운 '한옥 빵'을 발견하고 하나 샀다. 기존의 붕어빵이 밀가루와 팥 앙금으로 만들어졌다면, 한옥 빵은 전주의 특성을 살려 쌀가루 반죽과 고구마 앙금으로 한옥 모양으로 구운 것이 특징이다. 형틀은 특허를 받았다고 했다.

 

나는 특이하고 맛이 별난 한옥 빵을 먹으며, 장기적으로 검은 쌀, 붉은 쌀, 현미 등으로 반죽을 하고 녹차 등으로 색을 더 낸 다음, 팥, 호박 등으로 앙금을 더 만들어 보라고 제안을 하고 왔다. 서른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젊은 친구가 특허를 내어 빵을 굽고 있다고 하니 대견해 보였다.

 

점심을 먹고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서둘러 한옥마을 전주여행을 마쳤다. 짧은 시간이라 많이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다음 기회에 시간이 되면 좀 더 시간을 두고 2~3일 정도 천천히 걸으면서 전주를 두루 다녀보고 싶어진다. 비빔밥도 먹고, 모주도 한잔 하면서 한옥 사이사이의 작은 골목길을 더 즐기고 싶어질 정도로 정이 가는 곳이다. 


태그:#전주시, #전주한옥마을, #전주모주, #오목대 , #한옥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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