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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만들어 준 우물의 물이 제일 안 좋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1달러로 제품을 살 수 있는 것은 내가 3만5천원 주고 샀기 때문이다."

몇 해 전, 한 광고에서 아프리카 어린이가 드럼 모양으로 생긴 통을 끌며 밝게 웃고 있는 장면이 나왔다. 광고 속에 나오는 드럼은 큐드럼(Q-drum)이다. 이것은 물을 긷기 위해 먼 길을 걸어 다니는 그 지역 사람들을 위해 공처럼 쉽게 굴리며 물을 옮길 수 있도록 만든 '혁신기술'의 산물이었다.
  
광고 속 큐드럼은 모든 제3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비쳤다. 그러나 적정기술은 어느 지역에선 혁신기술이지만, 다른 지역에선 쓸모 없는 기술이 된다. 예를 들어 캄보디아의 물은 미세한 황토 물이다. 대표적인 적정기술 상품인 휴대용 정수필터 '라이프 스트로(Life Straw)'를 캄보디아에서 사용한다면 황토로 인해 기계가 굳어 버려지게 된다. 이처럼 적정기술 상품이 모든 나라에 포용한다는 생각은 위험한 발상이다.

2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굿네이버스와 SK사회적기업단 주최로 열린 '적정기술 사회적기업 페스티벌' 2차 세미나가 열렸다. 이 날 세미나에서는 국내 적정기술과 현재 연구 중인 적정기술의 개발과정, 원칙 등을 소개하고, 말라위 현지의 식량문제와 적정기술을 통한 대안을 제시했다.

적정기술은 기술 발전의 흐름에서 소외되어 있는 제3세계를 위해 현지에 적합한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사회적 비용은 최소화하는 '착한 기술'이다. 이 날 강연에서 강연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우리 식으로 생각한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마다의 상황에 맞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번 세미나를 위해 캄보디아에서 온 김만갑 교수는 "한국적인 발상으로 개발했다가 폐기된 제품이 많다.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며 "연구에 앞서 그들만의 오랜 전통과 관습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라위에서 온 헨리 뭄베자(Henry Mbeza)교수는 "말라위의 열악한 기후 조건과 민간의 참여 부족 등으로 인해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농작물 80%를 차지하는 옥수수 외에 식량의 다양화가 필요하며 기후완화 기술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SK서린빌딩에서 굿네이버스와 SK사회적기업단 주최로 열린 '적정기술 사회적기업 페스티벌' ⓒ굿네이버스
▲ 적정기술 페스티벌 SK서린빌딩에서 굿네이버스와 SK사회적기업단 주최로 열린 '적정기술 사회적기업 페스티벌' ⓒ굿네이버스
ⓒ 굿네이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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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적정기술 사회적기업인 '딜라이트' 김남욱 실장은 "아프리카에선 라이프 스트로(Life Straw)를 1달러면 구입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내가 3만 5천 원을 주고 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적정기술의 영역은 매우 넓고 다양하다. 이것을 잘사는 나라에서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참여와 현지인들의 생활에 맞는 지속 가능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휴먼 경제'에도 동시송고했습니다.



태그:#적정기술, #사회적기업, #큐드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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