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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가한 전국의 6학년 어린이들이 19일 경기도 용인의 놀이공원내 숙소에서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11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가한 전국의 6학년 어린이들이 19일 경기도 용인의 놀이공원내 숙소에서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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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피터팬' 앞이었습니다. 승용이와 나란히 앉은 벤치 앞 놀이기구 이름이 그러했습니다. 오늘 만난 친구들이 '피터팬'을 타고 돌아오길 기다리는 참이었습니다. 에버랜드에는 몇 번 왔지만, 주로 범퍼카만 탄다나요? 그러면서 승용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에버랜드보다는 친구들이 고파서 왔다"고요.

이제는 정말 가물가물합니다만, 피터팬 이야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도 그러합니다. 이상하게도 외로움입니다. 네버랜드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웬디의 마음을 끝까지 '복잡하게' 만든 친구였던 듯 싶습니다. 피터팬이 외로움을 탔던 것, 무척이나 친구가 '고팠던' 것, 맞나요?

꼭 동화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란 생각에 여쭙는 겁니다. 이 땅에, 피터팬 또는 웬디를 그리워하는 아이들이 실제로 존재하니까요. 폐교 위기에 몰린 조그마한 시골 학교, 그곳에 혼자 입학해서, 혼자 졸업하는 친구들, 동갑내기 친구 하나 없이 6년을 보낸 친구들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나홀로 6학년'입니다.

아주 잠깐의 서먹서먹함...금방 어깨동무에 '이마 땅콩' 출현

2011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가한 어리이들이 19일 경기도 용인의 놀이공원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2011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가한 어리이들이 19일 경기도 용인의 놀이공원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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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홀로 6학년'들이 함께 있으면 더 이상 '솔로'가 아니겠지요. 그래서 <오마이뉴스>와 함께 하는 '더불어 졸업여행'입니다. 그 취지는 이러합니다.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더불어'의 즐거움을 만끽하자. 평생 간직할 만한 추억도 만들고, 내친 김에 꿈도 더 키워보자는 것이죠.

올해로 벌써 네 번째 여행입니다. 전국 각지 20개 학교에서, 스무 명의 학생들이 참가했습니다. 19일 오후 1시 20분, 덕수궁 앞에서 처음 만났지요. 분위기요? 물론 서먹서먹하지요. 조별 모임을 통한 첫 '상견례', 서로 눈도 잘 마주치지 않고, '이게 뭔가'하는 표정도 역력하더군요.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요놈들아, 한 두 번 속은 줄 아냐'고 말입니다. 올해로 세 번째 취재 동행, 아주 잠깐의 서먹서먹함이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놀랍도록 금방 친해지더라고요. 보세요. 한 10분이나 지났을까? 대한문을 들어서면서 벌써 '어깨동무'한 아이들이 눈에 띕니다.

덕수궁 구경이 끝나면서 슬슬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에버랜드에 가까워질수록 버스 안 "아하하하" 웃음소리가 커지고요. 숙소 앞에 도착하니 "가위 바위 보"에 '이마 땅콩'이 출현, 벌써부터 끼리끼리 기념촬영에 … "밤 10시까지 놀아도 된다"는 한 마디에 터지는 환호성. 조별 '쌤(선생님)'들의 '인솔 난이도'가 올라가는 순간입니다.

"에버랜드 오고 싶어 여행에 참가한 거 아닙니다"

2011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19일 경기도 용인의 놀이공원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2011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19일 경기도 용인의 놀이공원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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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 친구들, 왜 이렇게 신난 걸까요? 혹시 에버랜드가 처음이라서?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일종의 선입견일 뿐, 대부분 서너 번은 이미 와 본 친구들이랍니다. 올해 처음 여행에 참가했다는 박경근 선생님(36·충남 서천 송림초등학교 유부도분교장), 역시 '정답'을 바로 눈치채십니다.

"여기 오기 전 (함께 온)경환이가 그러더군요. 나와 똑같은 아이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혼자 있다 보니까 자기와 같은 환경에 있는 친구가 드물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기회를 통해 나와 같은 친구가 나 혼자 뿐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래서 더 금방 친해지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의 즐거움, 역시 '나홀로 6학년'으로 전년 여행에 참가했던 오빠의 '강추'로 왔다는 서진아 학생(경북 봉화 물야초등학교 개단분교)도 "에버랜드 오고 싶어서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학교에서 5학년 친구랑 만날 둘이 논다는 진아 입장에서는 아주 간단한 답.

"혼자 있으면 심심하니까요. 오늘 소감이요? 야하하, 3분만에 친해졌어요. 보자마자 안녕하니까, 걔도(김다영, 강원 고성 광산초등학교 흘리분교장) 바로 '안녕!' 하던데요(웃음). 오빠가 꼭 가라고 하더라고요. 친구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작년 더불어 졸업여행에 온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2011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가한 서진아(경북 봉하 물야 초등학교 개단분교장 6학년)과 어머니 지종주씨
 2011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가한 서진아(경북 봉하 물야 초등학교 개단분교장 6학년)과 어머니 지종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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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 김에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사실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1년 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었던 친구란 생각에, 새삼 목소리가 듣고 싶어지더라고요. 이제는 중학생이 된 진아의 오빠 종원이에게 '친구 많이 사귀었냐'고 묻자, "너무 좋다. 너무 새롭고 재미있다"고 하더군요. "친구들이 많다 보니까 하루하루 발생하는 사건·사고도 많다(웃음)"나요?

- 1년이 지났는데, 지금도 많이 생각나는 추억이 있다면?
"다른 것도 다 재미있었지만, 놀이공원에서 논 것보다는 오마이스쿨 기억이 많이 나요. 베개 싸움, 캠프 파이어, 또래 친구들과 함께 뛰어 놀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 때 시간들이 중학생이 되고 친구들과 사귈 때 지침서 역할을 한 것 같고요."

오호, 1년 만에 너무 의젓해졌습니다. "평생 혼자 살 수 없는 거니까, 재미있게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왔으면 좋겠다"며 동생에게 당부의 말, "집에 돌아갈 때 인솔하신 '쌤'이 편지를 써줬는데, 관심을 가져주신 것 같아 '넘' 감사했다"는 말도 함께 전하더군요.

오늘 여행에 참가한 친구들도 1년 후에는 종원이와 같을까요? 현재로서는 영(^^) … "야! 야! 저거 타자!"고 앞서 가던 이민아 학생(경북 고령 덕곡초등학교)이 천세길 학생(경북 울진 삼근초등학교 옥방분교)에게 외칩니다. 그 새 놀이기구 몇 개나 탔다고, 아주 서로 어깨 치고 '난리'입니다. 날 저물었다, 언제 쉴 거냐고!

마지막 졸업생 "폐교돼도 예쁜 연못은 그대로 있었으면"

2011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가한 전국의 6학년 어린이들이 19일 경기도 용인의 놀이공원내 숙소에서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11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가한 전국의 6학년 어린이들이 19일 경기도 용인의 놀이공원내 숙소에서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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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경험상 말입니다. 우리 친구들, 딱, 잠 잘 시간만 빼고 쉬지 않을 겁니다. 틀림없이 오늘도 밤늦게까지 깔깔거리고, 내일(20일)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도 '야! 야! 저거 보자'고 외치고, 오마이스쿨로 가서는 '진아 오빠처럼' 우정을 불사르겠지요. 여행 마지막 날에는 이별이 아쉬워 눈물을 떨구는 친구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 각자 학교로 돌아가고, 또 얼마 후 졸업생이 되겠지요.

그런데 올해를 끝으로, 경상북도 봉화군 물야면 개단리에 있는, 1963년 5월 13일 개교한, 교훈이 '꿈, 사랑, 자존심'인 물야초등학교 개단분교장이 폐교된다고 합니다. 진아가 마지막 졸업생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까 진아에게 '물었더랬습니다'. 나중에 뭐가 가장 기억에 남겠느냐고.

"학교에 연못이 하나 있어요. 선생님들이랑, 친구들이랑 함께 만든 연못이에요. 금붕어도 키우고 근처 강에서 잡아 온 가재도 키우고 그랬던 예쁜 연못이거든요. 겨울에 꽁꽁 얼면 미끄럼을 타기도 했는데 … 안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아니, 어차피 폐교돼도 연못은 그대로 있을 거예요. 물고기도 알아서 번식할 거고 … (그렇게 믿고 싶구나?) 네."

예, 돈, 중요합니다. 효율성? 따져야겠죠. 그래도 말입니다. 극히 일부겠지만, 별 '거지발싸개' 같은 사학 재단들은 저리도 짱짱하게 버티고 있는데, 마을의 어제와 내일이 살아 숨쉬어야 할 학교들은 하나 둘 네버랜드(neverland)가 돼야만 하는 건가요. 정말 방법은 없는 걸까요.

2011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졸업여행에 참석한 어린이들과 보호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덕수궁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11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졸업여행에 참석한 어린이들과 보호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덕수궁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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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때가 때인지라 마지막에 '욱했다'. 미안하다, 친구들아.



태그:#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 #초등학교, #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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