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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걷기 좋아 국제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되었으며, 한옥마을이 유명한 전북의 중심 전주시(全州市). 나는 난생 처음 전주의 서민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찻집
▲ 전주한옥마을 찻집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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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는 10세기 초 견훤(甄萱)이 세운 후백제의 도읍이었던 곳으로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예향(藝鄕)이기도 하다.

전주는 후백제가 멸망한 이후에도 고려, 조선시대 내내 전라도의 행정 중심지였다. 하지만 현재는 그 규모가 줄어 도청이 있는 전북의 중심으로만 기능하고 있는 인구 60만 명 정도의 중형도시다.

돌담의 정취가 대단하다
▲ 전주한옥마을 돌담의 정취가 대단하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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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한옥마을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지난 1977년 한옥 보존지구로 지정된 뒤, 전통한옥문화특구 등으로 불리다가 2002년 10월 '전주한옥마을'로 이름을 바꾸었다. 군사독재의 상징인 박정희 정부의 강한 공권력이 현재의 멋진 한옥마을을 유지 보존하는 힘이 되었다니 아이러니하고 재미있는 현실이다.

전주한옥마을은 완산구 교동(校洞), 풍남동(豊南洞) 일대 7만여 평에 700여 채의 한옥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래 한옥마을은 일제강점기 때 전주성곽을 헐고 도로를 뚫은 뒤 일본 상인들이 성 안으로 들어오자 이에 대한 반발로 성 밖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곳이다. 현재까지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한옥
▲ 전주한옥마을 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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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 곳곳에는 판소리, 춤, 타악 등 전통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전통문화센터, 막걸리·청주의 제조과정 관람과 시음까지 할 수 있는 전통술박물관, 숙박을 하면서 온돌과 대청마루 등 한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한옥생활체험관, 전통 공예품을 전시하는 공예품전시관 및 명품관 등이 있다.

난 늦게까지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3시 30분에 잠이 들어 피곤했지만, 신천지를 답사하는 마음으로 아침 7시에 일어나 고양이 세수를 하고는 한 시간 넘게 한옥마을을 크게 둘러보았다. 야트막한 한옥의 높이와 곳곳에 찻집, 공방, 식당, 미장원, 식육점, 구멍가게 등을 보면서 골목을 돌고 돈 다음, 아침 식사를 위해 콩나물국밥이 유명한 전주남부시장으로 갔다.  

전라도의 중심이었던 전주는 원래부터 큰 장이 열리던 곳이다. 전주장은 전국의 15대 시장으로 꼽혔을 뿐만 아니라, 대구, 평양 혹은 대구, 공주와 함께 조선의 3대 시장으로도 불릴 만큼 그 규모가 컸다.

정말 별게 다 있는 큰 규모의 시장이다
▲ 전주남부시장 정말 별게 다 있는 큰 규모의 시장이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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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물품은 전국 제일의 곡창지대에 위치하였으므로 당연히 미곡이 으뜸이었고, 특산품인 생강, 종이, 부채, 칠, 자기, 죽세품, 감, 석류 등과 토목, 모시, 연초, 해산물 등이었다.

전주장 가운데에서도 특히 남부시장은 1970년 이후 가장 규모가 큰 상설시장으로 발전하여 농수축산, 공산물을 전부 판매하는 종합시장의 형태로 전주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 일행은 남부시장에서도 주민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다는 전통 피순대와 콩나물국밥이 유명한 집으로 흩어져 이동했다.

아침부터 피순대를 먹기에는 곤란한 것이 많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다수 인지 대부분은 콩나물국밥집으로 갔다. 시장 안에는 콩나물국밥집이 여러 곳 있었지만, 나는 가장 오래되고 유명하다고 소문이 난'현대옥'으로 가 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섰다.

이곳은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곳으로 3년 전까지 주인장인 '양옥련' 여사가 직접 운영했던 곳으로, 현재는 프랜차이즈체인(franchise chain)으로 사업을 전환하여 새로운 주인이 본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물론 그 맛과 전통은 고스란히 잇고 있다는 평이다.

오랜 전통이라고 하지만 가게 규모는 매우 작아 식탁 3개에 10여 명의 손님이 합석하여 밥을 먹을 정도로 좁았다. 그래서 모두가 긴 시간 줄을 서고 자리가 나면 너무나 바쁘게 밥을 먹고는 이웃한 찻집으로 이동하여 커피나 전통차를 한잔 마시고 가는 속전속결의 현장이었다.    

일품이다
▲ 전주콩나물국밥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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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옥의 콩나물국밥은 전통적인 방식인 뚝배기에 육수를 넣고, 불 위에 올린 다음 콩나물, 풋고추, 마늘, 파, 새우젓, 식은 밥을 넣어 끓여내는 방식과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고안된 개량국밥이다.

이곳에서는 뚝배기에 밥을 담은 다음, 미리 준비한 멸치육수를 여러 번 퍼가면서 담았다가 부었다가 하여 뚝배기와 밥에 온기와 녹말이 남도록 한 다음, 새우젓으로 간을 한 후 쫑쫑 썰어 놓은 대파와 풋고추, 마늘을 적당히 넣어 먹는 방식이다.

여기에 개인의 기호에 따라 약간의 양념을 더하고, 구워서 부셔 놓은 김을 넣기도 한다. 아울러 종재기에 반숙한 계란 2개를 받아 국밥에 풀어먹기도 하고, 종재기 안에 국물을 조금 부어 적당하게 간을 한 다음 마시듯 먹기도 한다. 달걀 반숙의 비린내가 싫은 사람들은 약간의 구운 김을 부셔 넣어 먹기도 한다.
  
늦게까지 약주를 한잔한 날이면, 아침 해장국으로 최고의 음식인 것 같다. 쓰린 속을 확 풀어주는 콩나물은 독성이 없고 맛이 달며 오장과 위장에 맺힘을 해소한다고 하여 예부터 해장국의 주요한 재료였다.

반드시 마셔야 하는 차
▲ 콩나물국밥을 먹은 후 반드시 마셔야 하는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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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지가 좋지 않은 나는 어린 시절부터 감기예방에 도움을 주는 콩나물국을 즐겨먹던 터라 너무 맛있게 한 그릇을 비웠다. 약간 맵기는 했지만, 시원한 국물맛과 싱싱한 콩나물의 씹히는 맛에 쓰러질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국밥을 비운 일행은 이웃한 찻집에서 커피와 전통차를 마시고 잠시 담소를 나누다가 시장 곳곳을 살펴보았다. 3.1운동의 전주지역 만세운동의 시작지이며, 전라도 최대의 시장이었던 남부시장은 이제는 비록 그 규모가 줄기는 했지만, 해산물, 쌀, 한과, 일용잡화, 각종 농산물, 공산품이 넘쳐나는 정겨운 모습이었다. 역시 우리의 전통시장은 남다른 맛이 난다.

커피와 쌍화차가 너무 싸고 주인장이 멋져서 ,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한장 찍다
▲ 전주의 찻집 커피와 쌍화차가 너무 싸고 주인장이 멋져서 ,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한장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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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시장을 둘러 본 다음, 보물 제308호인 전주성 남문인 풍남문(豊南門)으로 갔다. 풍남문은 고려 공양왕 때 창건되었다가 조선 영조 때 소실되어 문루를 다시 보수한 곳으로 전주가 이씨 조선 왕조의 발상지라는 의미에서 풍(豊)을 머리글자로 사용했다. 성곽은 전부 사라졌지만, 크고 웅장한 모습이 멋진 문이다.

전주성의 남문이다. 앞에는 남부시장이 있다
▲ 풍남문 전주성의 남문이다. 앞에는 남부시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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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최근 드라마나 영화촬영장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1914년에 완공된 전동성당(殿洞聖堂)으로 갔다. 전동성당은 사적 제288호로 조선 최고의 천주교 신자들의 순교지다.

순교 터를 1889년 프랑스 외방전교회(外邦傳敎會) 소속 보드네(한자명 尹沙物)신부가 부지를 매입하고, 이미 명동성당을 설계하기도 했던 V.L.프와넬(한자명 朴道行)신부가 1908년 시공에 참여하여 완공되었다. 호남지방의 서양식 근대건축물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것으로, 평지의 성당으로는 대구의 계산동성당과 쌍벽을 이루는 멋진 모습이다.

100년 된 성당으로 명동성당 보다 3년 늦게 만들어졌다. 물론 설계는 같은 사람이 한 것으로 참 아름답고 웅장하다
▲ 전동성당 100년 된 성당으로 명동성당 보다 3년 늦게 만들어졌다. 물론 설계는 같은 사람이 한 것으로 참 아름답고 웅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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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강석을 기틀로 사용한 붉은 벽돌 건물로, 본당과 측랑(側廊. 교회 내부에서, 측면에 줄지어 늘어선 기둥의 밖에 있는 복도. aisle)의 평면 구성에다 내부는 둥근 천장으로 되어 있다.

중앙의 종탑을 중심으로 양쪽에 배치된 작은 종탑들은 조화로운 입체감을 창출, 건물의 상승감을 더해 준다. 종머리는 로마네스크의 양식에 비잔틴 방식이 가미되어 있어 건물 본체와 잘 어울리는 곳이다.

붉은 벽돌과 화강석이 웅장하다
▲ 전동성당 붉은 벽돌과 화강석이 웅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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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동성당은 유교와 불교문화가 강해 천주교가 조선에 들어오던 시기에 쉽게 자리를 잡지 못하던 전주지방에 초기 순교자들이 생겨나면서 생성된 성지에 세워진 곳으로 유명하다.

구한말 어지러운 정국을 틈타 순교 터인 전주성과 왕가의 조상 신주(神主)를 모시고 제사지내던 경기전(慶基殿)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있는 전동에 성당을 세워 전주 지역 천주교 선교의 중심으로 잡은 곳이라 전도역사에도 의미가 상당한 곳이다.

전동성당 마당에 있다
▲ 조선 최초의 순교터를 알리는 비석 전동성당 마당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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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전주한옥마을, #전동성당 , #전주콩나물국밥, #전주남부시장, #전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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