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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이행법안 미 하원 통과'
'한미FTA 이행법안, 미 의회 최종 통과'
'이 대통령 미 의회 연설서 45차례 박수' 

브레이크 없이 내리막길을 치닫는 차와 같았다. 아무런 문제제기도, 어떤 비판도 찾아보기 힘든 기사 제목들에서 읽힌다. 내·외신 통신을 인용해 앞 다퉈 보도한 국내 주류언론의 지면과 영상에 묻어난 한미FTA 관련 활자와 사진들이 어쩌면 그리도 판박이인가.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를 둘러싼 온갖 의혹과 국민적 관심은 온데간데없다.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2일 미 하원과 상원이 차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하 한미FTA) 이행법안을 처리하자 국내 주요 일간지와 지상파 방송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특히 보수신문들과 지상파 방송사들의 경쟁은 눈물겨울 정도다. '더 크게, 더 많이' 지면과 영상을 할애하는데 경쟁하고 나선 보도엔 환호와 긍정 일색이다. 이미 만들어진 프레임(틀)에 의제를 녹여 붓는 듯 정형화된 보도행태를 보였다.    

보수신문·지상파 방송, 프레임 일치...'MB향한 일편단심?'

 한-미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 중인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한-미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 중인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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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회가 이달 말까지 FTA 비준안을 처리하면 60일이 경과한 후 내년 1월 1일부터 한미FTA가 발효된다"는 기사도 눈에 띄었다. 미국 의회가 우리나라 상임기구라도 되는 양 우리 국회가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듯한 뉘앙스가 강하게 풍긴 미국발 뉴스들로 1주일을 가득 채웠다. 이 대통령 출국부터 귀국까지 지독하게 일관된 'MB 프레임'이 보수신문과 지상파 방송 내에서 작동했다. 한주 내내 지면과 영상을 장식했다. 특히 보수신문들의 강도 높은 주문과 훈계가 가득 담긴 기사와 사설들에선 한미FTA에 동조하지 않았다간 무슨 큰 변이라도 날 것처럼 초지일관 FTA와 MB를 치켜세웠다.      

그 여파로 다른 지역일간지와 방송사들까지 유사한 뉴스 프레임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토록 초년 기자들에게 강조하던 6하 원칙 중 '왜' 기능에선 유독 어물쩍 넘기려는 한미FTA 관련기사가 많다. 뉴스 수용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대목인데도. 국민생활과 밀접한 의제가 미국 의회에서 통과됐는데도 문제의식이나 비판 없이 미 의회 통과소식 단순전달과 긍정적 효과만을 부각시킨 국내 언론들의 보도행태를 미국 언론들은 어떻게 보았을지 궁금하다. 

주류언론의 뉴스 프레임화가 얼마나 위험천만한 것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뉴스 프레임화 현상이란 언론이 어떤 사건을 중요한 것으로 보도하면 수용자 또한 그것을 중요한 것으로 인식한다는 의제설정기능과 같은 맥락이다. 개별 뉴스 수용자는 인식의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론이 부여한 프레임 내에서 사고한다는 것을 말한다. 언론보도 윤리나 게이트 키퍼로서 언론의 역할 등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다.

하지만 언론사의 이념적 성향과 존속을 위한 이익추구라는 현실적 난관에 부딪혀 '올바른  뉴스 프레임'은 곧 산화하고 만다. 일반 기사와 달리 사설은 냉철한 상관관계 기능을 수행하는 게 보편적이다. 그런데 한미FTA 보도에서 보수신문과 지상파 방송들이 맹목적으로 지지하거나 무비판적으로 보도한 사례에선 일종의 담합적 뉴스 프레임화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민 불안 안중에도 없는 <조중동>, "한미FTA 신속히 통과시켜라"

<조선일보> 14일 1면.
 <조선일보> 14일 1면.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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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대통령이 온 힘 쏟아 국회 협조 구하라'  -14일 <조선일보> 사설
'이대통령, 한미 FTA 국내비준 리더십 보여야'  -15일 <동아일보> 사설
'민주당, 한·미 FTA 반대하려면 표결로 하라'  -15일 <중앙일보> 사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이하 조중동)는 한미FTA 이행법안의 미 의회 통과에 대한 보도를 일반기사뿐만 아니라 사설에서까지 대부분 무비판적으로 전하면서 우리 국회가 즉각 통과시킬 것을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이 대통령 귀국 시점에 비슷한 논조의 사설을 내놓았다. 

<조선>은 14일 사설에서 "미 의회가 비준안을 먼저 처리하면서 우리 국회도 더 이상 비준안 처리를 미룰 핑계거리가 없어졌다"며 "한·미 양국관계를 안보 위기뿐 아니라 경제 위기에도 공동 대처하는 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양국 정상의 합의를 받아들일 것인지 걷어찰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중앙일보> 15일자 사설 내용.(인턴넷신문 캡쳐화면)
 <중앙일보> 15일자 사설 내용.(인턴넷신문 캡쳐화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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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도 15일 사설에서 "한국은 모처럼 일본 중국 대만 등 주요 경쟁국에 한발 앞서 미국 시장을 선점하는 기회를 잡았다"며 "한미 FTA를 활용해 경제를 살릴 방안을 범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중앙>은 아예 다수당인 집권여당을 의식해 표 대결을 주장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반대나 비판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짙게 깔렸다.      

보수신문들의 사설에선 한결같이 '미국이 한 대로 우리도 국회에서 따라하면 그만'이라는 암시가 강하게 묻어난다. 생존의 기로에서 막대한 피해를 호소하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농민들과 중소상인들 나아가 공기업과 의료업계 종사자 등 많은 국민 불안은 안중에도 없는 태도다.

이들 보수신문은 약 한 달 후인 12월부터 24시간 종일 방송할 수 있는, 그것도 보도기능을 갖춘 방송을 개국한다. 보수신문과 방송들이 한 목소리를 냈을 때 담합 프레임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로 인해 많은 뉴스 수용자들이 세뇌당할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FTA는 경제 영토 넓히는 것?"...방송 3사 무비판 보도 경쟁, 왜?

곧 있으면 동종업계가 된다는 것을 의식한 때문일까? 지상파 방송들도 한미FTA 보도에 있어서는 보수언론들과 틀을 함께 했다. 뉴스 프레임이 거의 일치했다. 언론의 제기능 중 '왜?'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왜 그런 것일까. 세 방송사 모두 무비판적 보도가 줄을 이었다.    

"한미 FTA로 자동차 부품 최대 수혜"  -KBS
이 대통령 "한미FTA 통과, 참 잘 된 일"  -MBC
이명박 대통령 "한미FTA가 새 일자리 줄 것"  -SBS

마치 미국발 승전보를 지상중계 하듯 지상파 방송들은 13일 일제히 이 대통령과 한미FTA 이행법안 미 의회 통과 소식을 대대적으로 반기며 흥분한 모습이 역력했다. 골자는 일자리를 만드는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아직 국내에선 통과되지도 안 된 법안이지만 이미 통과될 것을 기정사실화한 보도에선 온갖 찬양일변도의 태도를 보였다. 

이마저 모자라 이날 KBS는 '이 대통령 "한미FTA, 오바마 대통령 리더십 빛나"'란 제목 등의 칭송기사를 내보냈는가 하면, 전날 MBC와 SBS는 '이 대통령 "FTA는 '경제영토'를 넓히는 일", '이 대통령 "한미 FTA는 경제 영토 넓히는 것"'이란 제목의 무비판적 기사들을 다루는데 열을 올렸다.

방송사들은 온통 한미FTA 효과에 대한 긍정적 기대를 부각시켰다. "우리가 미국보다도 넓은 경제영토를 가지게 됐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계속 해 나가야 합니다"란 이 대통령 발언이 전파를 타고 되풀이되면서 언론의 비판기능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었다. 

블로그, 트위터 주류언론 다루지 않은 비판기능 대신해 '눈길'

민노당이 제작한 한미 FTA 독소조항 12가지.
 민노당이 제작한 한미 FTA 독소조항 12가지.
ⓒ 민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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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신문과 지상파방송들의 이러한 보도태도는 지역신문과 방송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 지역언론들도 한미FTA 이행법안의 미 의회 통과 소식을 무비판적으로 비중 있게 다룬 반면, 예상되는 문제점과 당장 반발하고 나선 농민단체 등의 움직임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작게 취급되거나 아예 보이질 않았다.

오히려 인터넷 블로그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사이트(SNS)에서 주류언론이 다루지 않은 비판기능을 대신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트위터 등에서 민주노동당이 공개한 '한미 FTA 독소조항 12가지 완벽정리'가 화제가 됐다. 보수신문과 지상파 방송 등 주류언론들이 다루지 않은 내용들이란 점에서 더욱 인기를 더하고 있다.

12가지 독소조항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조항은 첫 번째, 래칫조항. '래칫(ratchet)'은 한쪽 방향으로만 회전하고 반대 방향으로는 회전하지 못하는 톱니바퀴를 말한다. 한번 개방된 수준은 어떠한 경우도 되돌릴 수 없게 하는 조항을 빗댄 말로, 선진국과 산업국가 사이의 자유무역협정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소조항이이라는 것.

예를 들어 쌀 개방으로 국내 쌀농사가 전폐되고 식량이 무기화되는 상황이 와도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조항이다. 나아가 광우병 쇠고기 수입으로 인간 광우병이 창궐하는 상황이 와도 수입을 막지 못한다. 또 의료보험이 영리화 되고 병원이 사유화 된 후 아무리 부작용이 나타나도 다시는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음을 의미한다.

둘째, 금융 및 자본시장의 완전 개방이다.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 더욱 더 국내 금융시장이 국제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되게 하는 조항이라는 것. 외국 투기자본이 국내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은행업을 할 수 있게 되며,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감소로 많은 중소기업이 부도를 맞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역시 독소조항으로 꼽혔다.

셋째, 지적재산권 직접 규제에 관한 조항이다. 이는 미국의 특허권자가 한국 국민이나 기업에 대한 지적 단속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넷째, 스냅백 조항이다. 이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 약속한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미국이 한국에 부여한 자동차 특혜관세 혜택을 언제든지 임의로 일시에 철폐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미국의 무역보복이 일상화 되고 한국경제는 막장으로 내몰리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소조항으로 꼽혔다.

"'자국 이윤확대 위해 상대국 법과 제도 무력화'...독소조항 가득"

다섯째, 서비스 시장의 네거티브 방식 개방(Negative List) 조항이다. 이는 개방해야 할 분야를 조목조목 제시하는 것(Positive 방식)이 아니라, 반대로 개방하지 않을 분야만을 적시하는 조항이라는 것. 따라서 미래에 생겨날 새로운 서비스 시장은 무조건 모두 개방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독소조항에 올려졌다.

여섯째, 미래의 최혜국 대우 조항(Future MFN Treatment)이다. 이는 미래에 다른 나라와 미국보다 더 많은 개방을 약속할 경우 자동적으로 한미FTA에 소급 적용하는 것. 일곱째, 투자자-국가 제소권(ISD) 조항으로 이는 한국에 투자한 미국자본이나 기업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 민간 기구에 제소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투자자본이나 기업이 피해를 보았다고 판결나면 한국 정부가 현금으로 배상해야 한다. 이 경우 당연히 한국보다 힘센 미국의 투기자본 및 초국적 기업이 승리하게 된다. 한 마디로 초국적 투기자본이나 기업이 자신(자국)의 이윤확대를 위하여 상대국가의 법과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독소조항이라는 것.

여덟째, 비위반 제소 조항이다. FTA를 위반하지 않았을 경우라도 세금, 보조금, 불공정거래, 시정조치 등 자본이나 기업이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기대하는 이익을 못 얻었다고 판단되면 국제 민간기구에 상대 정부를 제소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다시 말하면, 자본이나 기업의 경영실수로 기대이익을 못 얻었을 경우라도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홉째, 정부의 입증 책임(necessity test)으로 이는 국가의 정책, 규정 등 상대국가는 그것이 필요불가결한 것이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지는 조항이다. 국내 광우병 쇠고기 반대여론 같은 경우 과학적 입증 자체가 터무니없는 일이 될 수 있다. 열번째,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보상 조항이다. 이는 상대국가의 정책이나 규정에 의한 직접적인 손해가 아니더라도 이를 통해서 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되면 이를 보상해야 하는 제도이다.이 독소조항으로 인해 한국의 모든 정책과 규정의 공동체적 법체제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는 것.

열한번째, 서비스 비설립권 인정조항이다. 이는 상대국가에서 사업장을 설립하지 않고도 영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설립되지 않은 회사를 국내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따라서 서비스 비설립권 조항으로 인해 한국 정부는 이들 기업들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거나 불법 사실을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열두번째, 공기업 완전 민영화와 외국인 소유지분 제한 철폐 조항이다. 이는 한국의 공적이며 독점적인 공기업을 미국의 거대한 투기자본들에게 맛좋고 수월한 사냥감으로 던져주는 조항. 의료보험공단, 한전, 석유공사, 농수산물, 유통공사, 주택공사, 수자원공사, 토지공사, 도로공사, KBS, 중소기업은행, 도시가스, 수도공사, 우체국, 지하철공사, 철도공사, 국민연금, 공무원 연금 등이 미국의 거대한 투기자본에 넘어가 사유화될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는 점에서 역시 독소조항으로 뽑혔다.

"위키리크스, '베일에 가려진 1만여 건 이상'...엄청난 굴종외교 실체가?"

공공요금과 의료보험료 등이 대폭 인상돼 서민경제가 파탄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아슬아슬한 조항이 많은데도 보수언론은 생각할 여지없이 우리 국회가 이를 통과시켜야 한다고 우겨대는 꼴이다. 미국과 한국은 한미FTA 협정의 국내법적 지위부터 다르다. 미국이 처리한 한미FTA 이행법안에 따르면 '한미FTA법안과 미국법이 충돌할 경우 미국법이 우선하며, 한국인은 한미FTA를 위반했다고 미국에 소송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한미FTA가 국내법과 동등한 지위를 지닌다. 반면 한국의 핵심적인 요구였던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반덤핑장벽 철폐, 전문직 미국 취업 비자 등은 담겨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외에 정부가 한미FTA와 별개라고 주장하고 있는 쇠고기와 쌀 시장 전면개방이라는 문제도 남아있다. 정부는 한미 협정이 발표된 이후에 미국과 쇠고기 협상을 재개할 것이고 2014년 쌀 협상을 진행할 것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한미FTA의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위키리크스에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2014년에 쌀을 재논의하자'고 미국 측에 양보한 사실 등 한미FTA 교섭이 '한국의 퍼주기'로 진행됐음을 증명해 주는 자료들이 담겨있다. 강기갑 민노당 의원이 최근 언론에 밝힌 위키리크스 공개자료에 의하면 한미FTA 협상 미 외교문서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온 국민이 거부했던 미국산 쇠고기는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방문 대가로 수입재개 되었다고 한다. 이 충격적인 내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미 대사관이 지난 4년간 본국으로 보낸 1만2000여 외교문서 중 공개된 것은 보안등급이 낮은 1800여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베일에 가려져 있는 1만여 건 이상의 기밀에는 더욱 엄청난 굴종외교의 실체가 존재할 것이다."
   
그는 "그래도 정말 쌀만은 지켰을 줄 알았다"며 그러나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기밀문서에 따르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FTA 미 의회 통과를 전제로 쌀 뿐 아니라 쇠고기와 자동차에 대한 추가이익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력에 긍정적인 답변을 하였고, 이는 2008년 4월 쇠고기, 2010년 12월 자동차 재협상으로 현실화 되었고 이는 곧 쌀에 대해서도 같은 결과가 올 것이라는 깊은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후 쌀 관세화 개방이 이루어진다면, 그리고 위키리크스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미국은 한미FTA와 김종훈 본부장의 추가협상 약속을 내세워 대폭적인 관세인하를 요구해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은 미국산 쌀이 대거 밀려들어오게 될 것이며, 쇠고기, 자동차에 이어 쌀까지 미국 쪽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게 될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에서는 한미FTA뿐 아니라, 대북문제, 이라크 파병 문제 등 민감한 핵심 현안들에 대해 미국대사관이 어떻게 개입해 왔는지, 우리 고위공직자들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미국 측에 흘려가며 굴욕적으로 대응해 왔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한미FTA'에 가려진 '대통령 사저' 의혹...지독한 보수담합 프레임

 워싱턴 지역 '사람사는세상워싱턴', '민주개혁미주연대' 등 미주 진보사회단체 회원 20여명은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AnTi MB 위원회'를 결성하고, 13일 오후 백악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이 들고 있는 현수막 뒤로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나타난 노인들의 모습(다리)이 보인다.
 워싱턴 지역 '사람사는세상워싱턴', '민주개혁미주연대' 등 미주 진보사회단체 회원 20여명은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AnTi MB 위원회'를 결성하고, 13일 오후 백악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이 들고 있는 현수막 뒤로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나타난 노인들의 모습(다리)이 보인다.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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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쯤 되면, 언론은 '왜?'에 눈과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한미FTA 추진이 급한 것이 아니라 청문회와 국정조사가 먼저라는 보도가 나올 법도 하건만 찾기 어렵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것이 사실이라면, 국가공무원법과 형법에서 금지한 중대 범죄인 국가공무원들의 기밀유출, 외교 공관인 미국대사관에서 결코 해서는 안 될 첩보활동 수준의 정보 수집, 대국민 사기극이라 할 수 있는 미국과의 뒷거래 등 드러난 의혹들에 대해 명확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게다가 대통령이 퇴임 뒤 살게 될 '내곡동 사저'를 둘러싼 의혹이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부지 매입과정에서 편법․불법적 요소들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국내 보수신문과 방송들의 한미FTA 이행법안의 통과에만 국민의 눈과 귀를 집중시키려 하고 있다. 국민적 의혹이 커지고 있는데도 지면과 영상은 한·미 대통령의 입과 제스처에서 눈과 귀를 떼지 않았다. 마치 앵무새나 필경사가 된 것처럼.

특히 보수신문들은 대통령 사저 의혹이 불거진 시점부터 감싸며 돌았다. <조선일보>는 이 문제가 불거진 직후인 10일부터 14일까지 5일 동안 기사 4건, 사설 1개를 내놨을 뿐이다. 사설은 그나마 청와대를 비판하는 듯했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교묘하게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사저부지 편법매입, 정부예산 전용 등 핵심 의혹들에 대해서는 슬쩍 비껴가면서 "국민정서를 고려했을 때 현재의 사저부지가 적절한 장소와 크기인지 다시 생각해볼 일"이라는 정도에 그쳤다.

<동아일보>는 5일 동안 한 건의 사설도 싣지 않았다. 기사도 하루에 1건 뿐이었다. <중앙일보>는 13일 '대통령 사저,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란 사설 제목에서 나무란 척했지만, 사설 말미에선 "전 재산을 기부한 대통령이 사소한 이익을 위해 불법을 저질렀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며 오히려 두둔한 내용을 담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미FTA 미 의회 통과가 이 대통령 사저를 둘러싼 의혹을 축소시켰지만, 한국의 일방적 '퍼주기'로 끝난 '불평등한 협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 대신 온통 보수언론과 지상파방송들은 '긍정', '칭송' 일변도로 넘쳐난다. 보수언론과 지상파방송은 야당과 시민단체가 왜 한미FTA 비준에 반대하는지, 문제가 되고 있는 협정문의 독소조항은 무엇인지 등을 면밀하게 따지는 보도가 없다.

방송사들은 한미FTA 이행법안 미국의회 통과 소식과 국내 비준안 처리에 대한 여야의 상반된 입장을 단순 나열하는 데 그치고 있고, 보수신문들은 하루 빨리 서둘러 국회에서 처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참으로 지독하고 끈질긴 보수담합 프레임이다.


태그:#한미FTA, #이명박, #오바마, #뉴스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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