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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 쌀쌀해지기 시작한 가을의 후반, 경기도 광주에 있는 이모님 텃밭을 찾았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갔는데, 이미 이모님의 친구들은 도착해서 근처 음식점에서 밥을 드셨습니다. 저와 어머니도 든든히 배를 채우고, 텃밭으로 고구마를 캐러 갑니다.

텃밭에는 고구마 외에도 수세미, 무 같은 채소들도 심어져 있었습니다. 우리는 고구마 밭으로 갔습니다. 고구마 밭에는 이미 조금 캔 흔적이 있었습니다. 어린이 집을 운영하는 사촌언니는 밭에서 직접 체험하며 아이들에게 자연을 가르쳤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셨던 이모부께서는 아이들에게 고구마가 어떻게 유용한지 가르쳐 주셨습니다.

서투른 저는 자꾸 고구마에 상처를 냅니다. 그래도 고구마가 크니 다행입니다.
 서투른 저는 자꾸 고구마에 상처를 냅니다. 그래도 고구마가 크니 다행입니다.
ⓒ 권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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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남아 있는 땅에서 캐기 시작했습니다. 고구마를 캐는 것도 다 요령이 있더군요. 우선 땅 바로 위에 솟아 있는 줄기를 호미로 자른 뒤 그 줄기 주위의 땅을 파기 시작합니다. 고구마가 호미로 인해 상처가 나면 상품가치가 떨어지니 조심해야 겠지요. 주변 땅을 파고 줄기를 살짝 흔들면 주렁주렁 딸려 나옵니다. 땅을 파다보면 많은 벌레들도 볼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징그럽게 느껴지는 벌레인데도, 땅속에서 기어 다니는 모습을 보니 이 조그만 것들이 고구마를 만들었다는 생각에 호미질마저 피하게 됩니다. 벌레가 지나간 후에야 호미로 고구마 주위의 흙을 팝니다. 요령이 부족한 저는 자꾸만 고구마에 상처를 냅니다. 그래도 제 팔뚝보다도 두껍습니다.

고구마를 다 캤으면, 줄기를 잎과 분리합니다. 고구마는 기본적으로 뿌리채소지만 줄기도 볶아 밥반찬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버릴 게 없는 채소입니다. 고구마를 캐고, 줄기마저 정리하니 이모님께서는 인심 좋게 한 자루 씩 나눠 주십니다. 워낙 많아 집으로 옮기기에도 힘들 정도입니다.

고구마는 기본적으로 뿌리채소지만 줄기도 볶아 밥반찬으로 먹을 수 있어 버릴게 없는 채소입니다.
 고구마는 기본적으로 뿌리채소지만 줄기도 볶아 밥반찬으로 먹을 수 있어 버릴게 없는 채소입니다.
ⓒ 권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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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를 캤다고 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정도 수분을 없애고, 숙성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거실에 신문을 깔아 고구마를 차례로 놓아 고구마를 말립니다. 만 하루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 과정을 거친 고구마는 상자에 담아 서늘한 곳에 일주일 정도 놔둡니다. 고구마가 숙성되는 과정입니다. 숙성되지 않은 고구마는 달지 않아 맛이 없습니다. 과학적으로 조금만 설명하자면, 숙성은 고구마에 있는 녹말을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효소인 베타아밀라아제를 활성화 시켜 당분을 높이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고구마를 요리해 먹는 방법은 참 다양합니다. 밥을 지을 때 쌀 위에 고구마를 작게 썰어 넣으면 고구마밥, 고구마를 얇게 썰어 튀김옷을 입혀 튀기면 고구마튀김, 고구마를 먹기 좋은 크기로 껍질채 잘라 튀기고 꿀에 버무리면 고구마맛탕, 그  외에도 고구마케익, 고구마샐러드, 고구마샌드위치 등등 고구마는 거의 모든 요리 재료에 참 잘 어울립니다.

찜통에서 고구마가 맛있게 익었습니다.
 찜통에서 고구마가 맛있게 익었습니다.
ⓒ 권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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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제일을 뽑으라면 찜통에 넣고 찌는 찐고구마 입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구마에 김치 얹어 먹으며 목 메일 때 우유 한 컵 마시면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별미입니다. 이렇게 참으로 서민적으로 먹으니, 생전에 고구마를 참 좋아하셨던 고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납니다. 몇 년 전 일이라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MBC <느낌표>에서 고구마를 좋아해 종종 청와대 요리사에게 찐 고구마를 부탁한다며 웃으셨던 것 같습니다. 고구마와 함께 따뜻했던 기억들도 녹아듭니다.


태그:#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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