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현장에서 '상' 받았다는 이야기 들은 적 있습니까? 아마 흔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대전에 있는 C대학 문화관에서 가수 이문세의 콘서트가 어제(15일) 열렸습니다. 그 콘서트에서 우리 가족이 '상'을 받았습니다.
군대를 제대한 1983년부터 콘서트는커녕 영화 보러 가는 것조차 시큰둥하게 거리를 두며 살아온 듯합니다. 갇힌 공간이 싫고, 북적거리는 인파에 휩싸이는 걸 피하고 싶어서 그랬을 겁니다.
딸 덕분에 28년 만에 다시 찾는 극장과 콘서트
영화나 콘서트를 보러 가는 걸 멀리하며 살아온 세월이 거의 30년 가까이 되는 동안 큰딸도 어느새 여고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되었습니다. 그 딸이 몇 년 전부터 영화표를 예매해와 가끔 극장엘 갔었는데 올 초부터는 콘서트에도 가자고 하였습니다.
봄에 'J에게'를 부른 가수가 하는 콘서트를 다녀온 뒤 재미있다고 했더니 얼마 후 가을에 하는 게 있으니 그때 또 가자고 하였습니다. 그때 "또 가자"고 했던 콘서트가 바로 어제 있었던 이문세 콘서트였습니다.
가을비가 나리는 오후, 일찌감치 집을 나서 콘서트 장 주변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콘서트 장에 도착하니 행사 시작 10분 전입니다. 가수 이문세의 연식이 있어서 그런지 관객들 대부분이 중장년의 여성들로 보였습니다. 행사가 시작되니 콘서트 장은 금방 후끈할 정도로 뜨거워집니다.
중장년층 여성들이 달궈내는 분위기가 이런 것이구나 하며 분위기를 즐기다보니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때 이문세씨가 포상을 한다며 수상식을 시작하였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깜짝 이벤트, 콘서트장 수상식
수상식은 수상자 사진을 무대 화면에 비추는 것으로 수상자가 호출되며 시작됐습니다. 수상이 시작되고 제일 먼저 무대 화면에 비춘 사진이 나란히 앉아 있는 우리 가족 3명, 작은 딸이 빠진 우리 가족 3명의 사진이었습니다.
느닷없이 화면에 뜨는 사진에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이문세씨가 사진 주인공을 찾습니다. 엉거주춤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니 첫 번째 예매자에게 드리는 '조조할인상'이라고 상을 소개합니다.
완매 된 2000여 좌석 중 딸내미가 한 예매가 첫 번째였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얼떨떨한 기분을 감추지 못 하며 가족을 소개하니 현금 10만 원(1좌석 예매금 9만9000원)이 든 봉투를 상금으로 건네줍니다.
상장도 없고 상패도 없는 시상, 기록으로도 남지 않고, 수상경력으로도 내세울 수 없는 시상이었지만 마른하늘에 치는 번개처럼 번쩍거리는 기쁨이었습니다. 얼떨떨했던 기분을 행복감으로 전이시키는 오묘한 시상이었습니다.
깁스를 하고서도 행사장을 찾은 어느 여성분께는 '알 수 없어요 상'이, 환한 미소를 띠우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초년의 할머니에게는 '소녀 상'이 주어졌습니다. 그리고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몸을 의자에 깊숙이 묻고 잠을 자듯이 두 눈을 꼭 감고 있다 행사가 시작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콘서트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 40대 남성에게는 이문세의 밴으로 집까지 귀가를 시켜주는 '대상'이 주어졌습니다.
말처럼 뛴 이문세에게 '당근' 같은 박수를
이문세의 열창이 관객들을 환호하게 하고, 관객들의 열기가 이문세를 춤추게 하다 보니 통상적인 콘서트 시간 2시간을 30분이나 넘겼습니다. 얼굴을 흥건하게 적시던 땀이 가슴과 등짝을 적시는가 했더니 바지 무릎 부분까지 적시고 있습니다.
관객들 역시 모두 숨이 거칠어질 만큼 행복해 하고,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 만큼 열광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마른하늘에 번개처럼 다가 온 행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콘서트 현장 '조조할인 상'이었지만 우리 가족 모두가 두고두고 기억할 큰 상이었습니다. 이런 행복감을 안겨준 이문세씨, 장시간 동안 경마장을 달리는 말처럼 종횡무진으로 콘서트 장을 누비며 열정과 행복감을 맛보게 해준 이문세씨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당근 같은 박수로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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