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 : 15일 오후 8시 58분]
'주코티 파크'로 변한 '대한문'..."점거하자! 전 세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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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후 서울 금융위원회, 서울역 등 도심 곳곳에서 3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99%행동준비회의> 주최 '1%에 맞서는 99%, 분노하는 99% 광장을 점령하다(Occupy 서울)' 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오후 6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열기로 한 집회가 경찰 봉쇄로 불가능해지자 참가자들이 광장 부근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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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을 대변하는 MB OUT!"
"1%만을 위한 의료민영화 반대!"
"1%부자만을 위한 한미 FTA 비준 저지!"
"1% 부자에게 세금을, 99%에게 복지를!"

'서울을 점령하라(Occupy Seoul)' 행사가 열린 15일 오후 6시께, 서울 대한문 앞은 뉴욕 맨해튼 주코티 파크가 되었다. 주최 측 추산 3000여명의 시민들은 각자의 주장을 담은 손팻말을 들고 자유로운 목소리를 냈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당원, 대학생, 교사, 약사. 밀려드는 '자유발언' 신청에 주최 측은 거듭 "제발, 짧게"를 강조하면서도 차마 중간에 발언을 끊지는 못했다. 당초 '99% 행동 준비팀'은 서울 시청광장에서 '광장을 점령하라' 행동을 펼칠 예정이었지만 경찰 측의 불허로 대한문 앞에서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날 오전 10시 차를 타고 "서울을 점령하기 위해" 전남 해남에서 올라왔다는 한 약사는 긴장된 목소리로 전문 의약품 대중광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지난 10월 갑자기 전문 의약품 대중광고를 허용한 이유는 올 12월부터 시작되는 조중동 종편 광고시장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광고비가 약값에 포함된다"면서 "전문약 대중광고를 막아내자"고 주장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2008년 광우병 촛불 기억하시죠?"라며 말문을 연 이 처장은 "이번 한미 FTA 협상 결과 국내 법률안 25개가 바뀌게 됐다. 앞으로 이 협상에 반하는 어떠한 공공정책도 미국 정부의 동의없이는 바꿀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참가자들 사이에서 탄식이 들려왔다. 이 처장은 "한미 FTA는 경제적으로는 이익이 없다. 한미혈맹, 군사동맹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밖에 없다"면서 "이 말도 안 되는 FTA라는 재앙을 국회에서 막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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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6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열기로 한 집회가 경찰 봉쇄로 불가능해지자 참가자들이 광장 부근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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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유니온' 회원들이 청년들의 힘든 삶을 표현하기 위해 일명 '박스고시원'에 들어가 있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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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청년유니온'은 청년들이 '라면 박스' 안에 들어가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퍼포먼스 제목은 '백진희를 구출하라.' 백진희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서류 낙방 200번, 면접 낙방 50번, 남은 학자금 3500만 원'의 '청년 백조' 역할을 맡고 있다. 청년들이 들어가 있는 박스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편의점 알바생도 노동자입니다. 화장실 가게 해줘요. 폐기음식 말고 식대를 주세요."
"나도 쉬고 싶어요. 밥 먹고 쉴 시간을 주세요. 최저임금, 실업급여, 퇴직금, 주휴수당, 휴가. 그건 먹는 건가요."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실천위원회(사노위)'의 활동가도 발언대에 올랐다. 그는 "월가에 있는 그들과 우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80대 20의 사회가 이제는 99대 1의 사회가 됐다. 이런 사회 갈아엎어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외쳤다.

"점거하자! 광장을! 점거하자! 공장을! 점거하자! 학교를! 점거하자! 전 세계를!" 

[1신 : 15일 오후 7시 38분]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한국판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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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앞에서 투기자본감시센터, 금융소비자협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참여한 <금융수탈 1%에 저항하는 99%>가 주최한 '여의도를 점령하라!' 집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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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the 99%! Occupy Everywhere!"

금융자본의 탐욕과 사회양극화를 비판하며 미국에서 촉발된 '월스트리트 점령(Occupy Wall street)' 시위가 한 달째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15일 전 세계 1500개여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Occupy Together' 시위가 열렸다. 한국에서는 오후 2시께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여의도를 점령하라' 시위가 폭우 속에서 진행되었다.

이날 '점령시위'에는 금융소비자협회, 금융소비자권리찾기연석회의, 투기자본감시센터, 참여연대 등과 같은 시민사회단체 뿐만 아니라 부산 저축은행·KIKO(키코) 사태 피해자, 론스타 '먹튀' 저지를 위해 싸우고 있는 외환은행 노조, 상하이 자동차 인수와 함께 대량 정리해고 당한 쌍용자동차 노조 등 연인원 총 400명(주최 측 추산, 경찰추산 200명)이 손팻말을 들고 참석했다. 이들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그동안 금융자본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하고 금융자본의 이익만 대변해왔다"고 성토했다.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은 "1%를 위해 99%의 사람들의 소득을 강탈하는 것이 금융자본주의 시스템"이라면서 "오늘, 99%가 모여서 우리가 세상의 중심임을 외치자"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영화 <스크림>에 나오는 가면을 쓰거나,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등장하는 '브이'로 변신했다. 외국인들 역시 '국제 전 변화를 위해 뭉칩시다!'라고 한국어로 쓴 펼침막을 들었다.

이날 KT 새노조는 상복을 입고 집회에 나타났다.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은 "KT가 국민기업인 줄 아시는데 해외자본 지분이 40%가 넘는, 이미 해외투기자본에 넘어간 회사"라면서 "2009년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금년에만 직원 14명이 죽어가는 동안 해외주주들은 수천억 원의 배당금을 가져갔다"고 개탄했다. 이 위원장은 "전기 일을 하던 한 직원은 구조조정 이후 두 명이 하던 일을 혼자 하다 쓰러져 5시간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면서 "정말 돈이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옥주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비대위원장은 "왜 정부는 2008년부터 저축은행이 부실하다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예금인출을 못하게 했나. 금융위원회 수장인 김석동 위원장 말만 믿고 (돈을) 안 찾았는데 정부가 서민들에게 악랄한 사기를 쳤다"면서 "그래놓고서는 정부 고위 공직자와 국회의원, 저축은행 대주주, 임원들은 다 같이 한통속이 돼서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돈을 불법 인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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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앞에서 투기자본감시센터, 금융소비자협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참여한 <금융수탈 1%에 저항하는 99%>가 주최한 '여의도를 점령하라!' 집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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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금융 집단에게 말한다. 우리는 하나다. 99%다"

'금융수탈 1%에 저항하는 99%'는 '한국의 99%가 미국의 99%에게'라는 제목의 '연대의 메시지'를 통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우리는 정의를 원합니다. 우리는 일자리를 원합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며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평화로운 사회를 원합니다. 지구 위 어디에 살고 있든 이러한 소망을 공유하는 이들이라면 우리의 소중한 형제, 자매입니다. 우리 이제 힘을 합쳐서 한 목소리로 외쳐봅시다. 자기들 욕심으로 온 지구를 망쳐버린 저 범죄 금융 집단에게 말입니다.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99%다."

한편, 여의도에서 '점령' 시위가 열리는 동안 서울역 앞에서는 빈곤철폐를 위한 행동이, 오후 4시께 미대사관 앞에서는 여중생 성폭력에 항의하는 미대사관 피켓 점령행동이 열렸다. 오후 5시께는 대한문 앞에서 한미 FTA 국회 비준 저지를 위한 집회가 진행되었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자발적인 행사를 마친 시민들은 오후 6시께 서울 시청광장에 모여 '우리가 99%다. 분노한 99%, 광장을 점령하라' 행동을 개최한다.